같은 듯 다른 김태희의 '장옥정' 상승 가도

'이유 있는 악녀' 김태희·'고민하는 왕' 유아인
김태희 "바닥 쳐봐 아주 작은 관심에도 감사"

SBS 월화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의 유아인(왼쪽)과 김태희(SBS 제공). © News1

배우 김태희(33)와 유아인(27·엄홍식)이 출연하는 SBS 월화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이하 '장옥정') 기자간담회가 24일 경기 고양 일산동구의 취선당(장희빈의 거처) 세트장에서 열렸다.

'장옥정'은 지난달 8일 전국 시청률 11.3%(닐슨코리아 기준)로 순조로운 출발을 한 이후 5회에서 자체 최저 시청률인 6.9%를 기록하는 등 초반에 비해 부진했다. 그러나 장옥정(김태희 분)의 본격 입궁 프로젝트가 가동된 11회부터는 지난 21일 방영된 14회까지 꾸준히 시청률 9%대를 넘으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현직 SBS 드라마본부 EP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드라마 작가가 역사학도다. 작가가 오래 전부터 장희빈에 관한 문헌들을 연구하다보니 장희빈이 숙종이 만든 정치의 희생양이었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한다"며 "극 초반부에는 시청자들이 기존 장희빈에 갖고 있는 이미지, 생각들과 다른 장희빈이 충돌해 받아들이는 데 힘들어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장옥정 역을 맡은 김태희는 "드라마 초반인 4회까지 시청률이 급격한 하락선을 그려 모두가 당황했다"며 "1회까지만 해도 연기에 대해 좋은 평가가 나오다가 시청률이 떨어지면서 안 좋은 기사들이 올라와 상처받고 좌절했고 많이 힘들었다"고 그간의 심경을 밝혔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가 "김태희의 연기력에 대한 극 초반의 혹독한 평가가 이해가지 않는다. 시청률이 나오지 않으면 그 죄를 여배우한테 뒤집어 씌우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하자 김태희는 그간 마음 고생이 심했던 듯 거듭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태희는 장옥정의 대사 중 '제겐 비장의 무기가 있지요. 제 손안에 있는, 절대 포기하지 않는 희망이지요'라는 대사를 언급하며 "옥정이처럼 일어나서 살기 위해 발버둥치고 치열하게 극복해내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예전 저 같았으면 이런 결과에 자존심 상해서 죽고 싶었겠지만 어쨌든 결과가 그런 것이고 죽을 수는 없으니 옥정이처럼 독하게 살아보려 한다"고 촬영 초반부를 돌아봤다.

동시에 "나는 대본을 많이 외워서 가야 하는 스타일이다. 그래야 온전히 감정에 빠져서 연기한다. 지금까지는 어떻게 버텼지만 다음주 방송분이 조금 걱정된다"고 염려했다.

유아인은 "힘들고 바쁘고 잠을 못 자는 건 드라마를 찍으면서 다들 겪는 일"이라면서도 "개인적으로 촬영하며 7㎏가 빠졌다"고 토로했다. 이어 "남은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대중에게 호소하느냐가 중요할 것 같다. 초반 10회까지는 또 다른 장희빈을 보여주기 위한 초석을 깔았다. 그동안 탄탄하게 깔아놨던 또 다른 장옥정에 대한 설득력이라는 단상 위에 올라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촬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희의 장옥정은 기존 표독하고 여우 같기만 한 모습에서 살짝 비껴나 있다. 천민이라 무시당하며 궁에서 쫓겨나고 목숨을 위협받기 전까지 장옥정은 이순(유아인 분)을 사랑하는 것으로 충만해하는 착한 인물이었다.

이에 대해 김태희는 "선인과 악인을 이분법적으로 표현하고 싶지 않았다"며 "평범한 천민 출신의 여자가 불우한 어린 시절을 겪으며 한 남자를 사랑하게 되지만 그 과정이 너무나 힘겹고 견디기 힘들 정도로 주변의 방해와 수모를 받아 점점 변해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태희는 장옥정이 악녀로 변모하는 과정이 환경에 의한 것이며 그녀의 악행에는 이유가 있다는 나름의 재해석을 내놨다.

이어 "다음주 방송될 15회 앞부분에서 장옥정이 엄청난 충격을 받게 되는 말을 듣는다. 그걸 계기로 또 한 번 크게 변모한다"며 "순이(이순)를 사랑해서 온전히 가지기 위해 장옥정이 (앞으로) 못된 짓을 저지른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잘못을 순이가 알면 나를 어떻게 볼까하는 불안함이 있어서 장옥정은 너무나 비인간적이고 말도 안 되는 악녀가 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숙종이자 이순을 연기 중인 유아인 역시 맡은 인물에 대한 고민이 많은 듯 보였다. 유아인은 "기존 악녀에게 휘둘리는 남자의 바보 같은 모습이 아니라 왕의 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이 그려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다음주 방송분부터 장옥정을 의심하고 왕으로서 고뇌하는 모습이 집중적으로 조명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유아인은 "캐릭터가 기존에 만들어놨던 벽에서 확장되지 않는 느낌이 있어 조금 답답했는데 다음주 분량 촬영하면서 답답함이 조금씩 깨지고 있다"며 "극 초반부 아주 물 만난 고기처럼 촬영하며 만든 큰 틀 안에서 (숙종이) 왕권 강화, 여인, 군주 역할에 대해 고민하다 결국 폭발해 일그러진 결과를 만드는 데까지 흥미롭게 그려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유아인은 장옥정만 바라보는 숙종으로서 "홍수현씨한테 촬영하면서 미안할 때가 많다"며 "그 예쁜 배우를 내가 항상 째려보고 악담을 퍼붓고 기로 누르고 마주 앉아서도 인간 취급을 하지 않을 때기 많기 때문"이라고 인현(홍수현 분)에게 애교섞인 미안함을 전달했다.

그럼에도 숙종은 어쩔 수 없는 '장옥정 바라기'였다. 유아인은 김태희와의 연기 호흡을 묻는 질문에 "거짓말 안 하고 말하자면 꽤 좋은 편"이라며 "김태희는 연기할 때 진심이 느껴져 그녀와 연기해 기쁘다. (김태희의 연기가) 깨끗하다는 느낌이 들고 지금의 장옥정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김태희 역시 "나는 대사를 빨리 외우는 편이 절대 아닌데 순이(이순)는 정말 신기하게 대사를 안 외워오고 리허설을 하면서 대사를 외운다"며 유아인을 치켜세웠다.

김태희는 끝으로 "개인적으로 ('장옥정'을 촬영하며) 바닥을 쳐 봤기 때문에 지금은 아주 작은 관심에도 감사하다"며 "더 변화하는 장옥정의 모습을 기대해주시면 재밌을 것 같다"고 당부했다.

유아인은 "남은 분량에서 흥미롭고 매력적인, 약간은 가슴 아픈 변화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며 "열심히 할테니 기대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착한 장옥정이 요새 대세인 '나쁜 여자'로 변해가며 점차 시청률 시동을 걸고 있는 SBS '장옥정, 사랑에 살다'는 27일 오후 10시 만나볼 수 있다.

gir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