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기행'·'비광'·'인턴'의 공통점은…자기 세계 확실한 여성 감독들 [N이슈]

김미조, 이지원, 김도영 감독 / 뉴스1 DB
김미조, 이지원, 김도영 감독 / 뉴스1 DB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할리우드 대작 '오디세이'(감독 크리스토퍼 놀런)가 박스오피스에서 독주 중이지만, 자기만의 세계가 확실한 국내 여성 감독들의 영화들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26일 개봉한 영화 '경주기행'은 데뷔작 '갈매기'(2021)로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부문 대상을 수상한 김미조 감독의 상업 영화 데뷔작이다. 배우 이정은을 비롯해 공효진과 박소담, 이연, 변요한까지, 쟁쟁한 캐스팅 라인업을 자랑하는 '경주기행'은 배우들의 탁월한 앙상블과 범죄 장르가 뒤섞인 가족 영화로 알려지며 개봉 초반부터 관객들의 관심을 끌었다.

'경주기행' 스틸 컷

수학여행에서 돌아오지 못한 막내딸 경주를 위해, 8년의 기다림 끝에 죽이는 여행을 떠난 네 모녀의 가족 복수극을 그린 이 영화는 모녀로 분한 네 여배우의 현실감 넘치는 캐릭터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실제 네 자매의 막내딸이라고 밝힌 김미조 감독은 딸마다 엄마와 맺는 다른 관계를 영화 속에 묘사하며 관객들의 공감대를 사고 있다. 영화에서 배우 이정은은 막내 경주를 잃고 오직 복수만 바라온 엄마 옥실을 연기했다. 공효진은 가족이 1순위, 엄마의 말이라면 무조건 따르는 첫째 장주, 박소담은 감정보다 이성, 철저한 계산으로 움직이는 둘째 영주, 이연이 머리보다 주먹, 가족을 위해 일단 뛰어들고 보는 셋째 동주 역을 맡았다.

'경주기행'은 떠들썩한 하룻밤의 소동을 그리면서도 피해자의 가족이 느끼는 슬픔과 고통에 방점을 찍는 엔딩이 특별하다. 첫 상업 영화에서 파격적인 결말을 연출, 묵직한 여운을 전달한 김미조 감독은 "영화 속에서 엄마 옥실이 세상 사람들에게 자신의 울분을 보여주고 싶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며 엔딩에 대해 설명한 바 있다. 또한 자매들을 주인공으로 한 것에 대해 "내가 실제로 딸만 넷 있는 집의 막내딸이다, 내가 잘 아는 관계와 감정이 네 모녀"라며 "내가 관찰한 엄마와 언니들의 관계에 집중해 이야기를 그렸다"고 밝히기도 했다.

'비광' 스틸 컷

2일 개봉하는 '비광'의 연출자는 '미쓰백'(2018)으로 제55회 백상예술대상 신인감독상을 수상한 이지원 감독이다. '비광'은 이지원 감독의 두 번째 상업 영화로 톱스타 부부 중구(류승룡 분)와 남미(하지원 분)가 갑자기 나타난 중구의 딸 동주(김시아 분)로 인해 파경을 맞은 뒤 8년 후 충격적인 사건에 휘말린 동주를 구하기 위해 마지막 남은 모든 것을 걸고 진실을 파헤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비광' 역시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한다. 배우 류승룡과 하지원, 김시아, 김선영, 김해숙, 김영민 등이 주요 출연진이다. 이지원 감독은 한 차례 고사한 류승룡을 캐스팅하기 위해 장문의 편지를 써서 설득했고, 하지원과는 '비광'을 찍은 후 드라마 '클라이맥스'로 한 번 더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비광'에서 류승룡은 야구선수 출신으로 딸 동주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아빠 중구 역을, 하지원은 화려한 톱스타였지만 한순간 추락해 생계형 연예인으로 살아가는 남미 역을 각각 맡았다. 또 김시아가 친구의 죽음 이후 용의자로 지목되며 벼랑 끝에 내몰린 아이 동주를 연기했다.

'미쓰백'이 그랬듯 '비광'에는 이지원 감독의 특유의 여성 연대 서사가 들어가 있다. 겉으로는 육식 동물처럼 강렬하고 거친 인상을 풍기지만, 내면적으로는 자신을 닮아있는 다른 이들에게 마음을 내주는 따뜻한 주인공들은 함께 어려움을 이겨내며 성장한다. 이지원 감독은 최근 인터뷰에서 "나는 여성의 연대가 한국 영화에서 잘 다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내가 여성 감독으로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생각해보게 된다"며 "내가 항상 작품을 할 때마다 다뤄야 되는 부분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인턴' 포스터

최민식, 한소희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은 리메이크 영화 '인턴'은 김도영 감독이 연출을 맡아 예비 관객들의 신뢰감을 높이고 있다. '인턴'은 론칭 3년 만에 패션계의 다크호스로 급부상한 선우(한소희 분)의 회사에 경력 37년 차 실버 인턴 기호(최민식 분)가 입사하면서 시작되는 세대도 직급도 뛰어넘는 오피스 라이프를 그린 영화다. 최민식은 인생은 베테랑이지만 회사에서는 막내인 경력 37년 차 실버 인턴 기호, 한소희가 능력은 톱티어지만 인생은 아마추어인 설립 3년 차 워커홀릭 CEO 선우를 각각 소화했다.

배우 출신인 김도영 감독은 영화 '82년생 김지영'(2019)으로 데뷔, 제56회 백상예술대상 신인감독상을 받았다. 지난해 말 개봉한 '만약에 우리'(2025)도 관객들의 호평 속에 극장가의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불구, 누적 26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는 좋은 성적을 냈다.

세 번째 상업 영화를 선보이는 김도영 감독은 그간 원작이 있는 작품을 현실적인 상황에 맞게 안정적으로 옮겨놓는 일을 탁월하게 해내 호평을 받아 온 감독이다. 소설을 영화화한 '82년생 김지영'과 중국 영화를 리메이크한 '만약에 우리' 모두 위화감 없이 관객들에게 받아졌을 뿐 아니라 원작에 뒤지지 않는다는 평을 얻었다. 김도영 감독은 최근 진행한 제작보고회에서 "사실 전작이 리메이크 영화여서 하고 싶지 않았지만, 최민식 선배님과 영화를 할 기회가 또 있을까 해서 무조건 하겠다고 했다"며 세 번째 영화 역시 리메이크작을 선택한 이유를 밝힌 바 있다.

eujene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