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구', 사투리는 하이퍼리얼리즘 로맨스는 판타지 [시네마 프리뷰]
22일 개봉 영화 '짱구' 리뷰
- 정유진 기자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배우 정우가 각본을 쓰고 주연을 맡았던 영화 '바람'(2009)은 당대 비슷한 또래 남성 관객들에게 학창 시절의 기억을 소환하는 코미디 영화였다. 특히 낯선 배우들이 내뱉는 '리얼'한 사투리 연기는 개봉 이후 시간이 꽤 지난 후에도 계속 회자할 정도로 크게 인기를 얻었고 그 덕에 영화는 '비공식 천만 영화'라 불릴 정도로 높은 인지도를 얻었다.
'바람'이 개봉한 지는 벌써 17년이 됐다. 그 사이 주연 배우 정우의 입지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를 통해 일약 스타덤에 오른 그는 연기력을 인정받아 영화 '쎄시봉'(2015) '히말라야'(2015) '재심'(2017) '흥부: 글로 세상을 바꾼 자'(2018) '이웃사촌'(2020) '뜨거운 피'(2022)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2024) 등의 상업 영화에서 주연을 맡았다.
'짱구'는 '바람'의 개봉 이후 17년 만에 나온 스핀오프 후속 작품이다. 영화는 '바람'의 주인공 짱구(김정국·정우 분)가 배우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서울로 올라와 살아간다는 설정 속에서 이야기를 펼쳐낸다. 고향 부산을 떠나 상경한 짱구는 친한 동생 깡냉이(조범규 분)와 함께 지낸다. 오디션을 보고 또 봐도 단역을 벗어날 수 없는 그는 마음이 어려울 때마다 고향으로 내려가 친구 장재(신승호 분)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
혈기 어린 짱구와 장재는 나이트에서 부킹을 하는 데 푹 빠져있다. 짱구는 그곳에서 만난 신비롭고 도도한 민희(정수정 분)에게 한눈에 반하고 만다. 민희는 "남자 친구가 있다"면서도 짱구에게 함께 청사포에 놀러 가자고 말하고, "데이트는 아니다"라고 하면서도 호텔 방으로 짱구를 부른다. 알쏭달쏭 '밀당의 신'인 민희의 매력에 푹 빠진 짱구는 오디션 준비를 하면서도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데이트를 즐긴다.
어느덧 두 사람의 관계는 깊어지지만, 짱구의 일은 잘 풀리지 않는다. 오디션은 보는 족족 낙방하고, 성대모사처럼 흉내 내는 연기를 할 뿐 자기 목소리로 연기하지 못해 곤혹스러운 상황을 겪을 때도 있다. 게다가 민희의 사생활은 베일에 싸여있어 짱구를 불안하게 만든다.
'짱구'는 '바람'과는 전혀 다른 배경 속에서 이야기를 끌어나가지만, 기본적으로 한 남자의 성장을 다루고 있는 점에서는 궤를 같이한다. '짱구' 속 '짱구'는 '바람'에서처럼 여전히 순수하고 평범한 남자다. 그는 민희와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찌질함'을 발견하고 한 단계 성장한다. 배우 정우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어느 정도 담겨 있는 만큼, 연기의 진정성에서라면 모자람이 없다. '바람'의 코믹하고 시원시원한 사투리 연기를 좋아했던 관객들이라면 한 번쯤 '짱구'를 볼만하다.
하지만 영화 속 드라마의 가장 큰 축인 로맨스는 부실해 아쉬움을 준다. 두 사람이 서로를 좋아하고 사귀게 되는 과정이 지나치게 단순하게 그려지는 바람에 후반부 등장하는 격렬한 감정 신에 몰입이 되지 않는다. 정수정은 사연 있고 마음을 알기 어려운 도도하고 예쁜 여자라는 캐릭터에게 꼭 맞는 캐스팅이지만, 그 이상을 보여주지는 못한다. 연기 보다는 이야기의 완성도 문제다.
영화가 짱구의 관점에서 진행되기는 하지만, '짱구'가 그리는 여주인공 캐릭터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해할 수 없는 캐릭터로만 끝나고 만다. 남자 캐릭터들에 대한 묘사가 상당히 현실감이 있어 웃음을 주는 반면, 민희에 대해서만큼은 판타지 같은 설정을 고수하는 영화는 확실히 여성 관객들보다는 남성 관객들의 공감을 얻기가 쉬울 것이다. 상영 시간 95분. 오는 22일 개봉.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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