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령포 찾기·광릉 악플·장항준 놀리기…'왕사남', 어떻게 즐겼나 [천만 특집]③

개봉 31일째 만에 천만 관객 돌파

최근 서울의 한 영화관에 영화 '왕과 사는 남자' 매진이 표시돼 있다. ⓒ 뉴스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고승아 기자 =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감독 장항준)가 마침내 천만을 돌파했다. '파묘'와 '범죄도시4' 이후 2년 만의 천만작인 '왕과 사는 남자'는 '단종 앓이'를 불러일으키며 수많은 '과몰입' 놀이를 만들어냈다. 실제 단종 유배지인 청령포를 찾는 수많은 발길은 물론, 광릉에 '악플'을 달거나, 연출자인 장항준 감독을 유쾌하게 디스하는 반응들이 이어지며 화제성을 이어갔고 천만이라는 금자탑을 쌓게 됐다.

6일 오후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왕과 사는 남자'는 누적 관객 수 1000만을 돌파했다. 지난 2월 4일 개봉 뒤 31일째 만의 기록이다.

'왕과 사는 남자'는 1457년 청령포를 배경으로, 왕위에서 쫓겨나 유배된 어린 선왕 단종과 그를 맞이한 광천골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배우 유해진, 박지훈, 유지태, 전미도 등이 출연했다. '기억의 밤' '리바운드' 등을 연출한 장항준 감독의 신작이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어린 선왕인 단종의 서사를 안타까워하며 과몰입했고, 실제 단종에 대해 찾아보거나 '밈'을 만들면서 즐기기 시작했다. 특히 이러한 후기가 온라인상에서 화제를 모으며 입소문의 중심으로 떠올랐고, 천만 흥행을 견인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했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 포스터

그중 단종의 능인 장릉과 유배지 청령포에 대한 관심이 가장 뜨겁다. 영화는 강원 영월군 청령포에서 유배 생활을 하는 단종을 주인공으로 그렸다. 작품의 뜨거운 인기에 힘입어 영월에는 관람객이 줄을 설 정도로 몰리고 있다.

영월군에 따르면 청령포 방문객 수는 영화 개봉일부터 지난 2월 17일까지 9200여 명을 기록했다. 여기에 군은 설 연휴인 2월 18일까지의 인원을 고려하면 1만 명 이상이 청령포를 찾은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설 연휴 청령포를 찾은 관광객 수의 경우 2600여 명으로, 이와 비교하면 올해 연휴 청령포 방문객이 약 5배 많은 규모다.

또한 지난 3·1절 연휴에는 전국에서 몰려든 관광객들로 인해 서영월IC 일대가 정체현상이 빚어졌고, 영월군은 당시 오후 4시 이후 도착 예정 관광객들은 입장이 제한될 수 있다고 안내할 정도였다.

영월의 역사문화 축제인 제59회 단종문화제에 대한 관심도 일찌감치 뜨겁다. 오는 4월 24~26일 세계유산인 영월 장릉과 동강 둔치, 청령포 일원에서 열리는 이 축제는 올해 '왕의 귀환, 희망의 서막' 주제로 단종을 기리는 행사로 마련된다. 장항준 감독이 축제에 참석한다고 알려져 더욱 기대를 모은다. 단종 역의 박지훈도 4일 해당 축제 공식 인스타그램에 게재된 홍보 영상에 등장, 단종문화제를 알리기에 동참했다.

더불어 장릉에는 단종을 기리는 '선플'이 이어지고 있고, 단종을 죽음과 관련 있는 세조의 무덤 광릉과 그 책사 한명회의 묘역에는 항의성 댓글이 달리는 진풍경이 펼쳐져 화제가 됐다. 한명회 역을 맡은 유지태가 무대인사 행사에서 한 팬이 건넨 '광릉 악플' 사진을 들고 있는 모습도 주목받았다.

장항준 감독 2026.1.21 ⓒ 뉴스1 김진환 기자

영화의 메가폰을 잡은 장항준 감독을 향한 유쾌한 반응도 한몫했다. 그간 높은 자존감을 보여주며 '신이 내린 꿀 팔자' '눈물 자국 없는 몰티즈' 등 애칭으로 불린 장항준 감독은 늘 유쾌한 캐릭터를 보여주며 흥행 성적과 관계없이 대중적 호감을 샀다. 이 가운데 '왕과 사는 남자'가 흥행 돌풍을 일으키자 '천만 감독' 장항준에 대한 애정 어린 우려가 이어지면서 웃음을 자아냈다.

동갑내기 절친인 가수 윤종신은 "이 정도까지 바란 건 아닌데"라며 "거들먹거리는 건 어찌 보나"라고 글을 올려 화제가 됐다. 이후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도 "분수에 넘치는 행운이 오면 결국은 망할 것"이라며 "내가 보기엔 지금 장항준 능력에 넘치는 그게 왔다, 과하다, 후세까지 갈 게 얘가 너무 많이 가져가서 걱정된다"고 말해 또 한 번 웃음을 줬다.

장항준 감독 스스로가 밝혔던 '경거망동'한 천만 공약 제안 역시 재조명되면서 관객들도 다 같이 '감독 놀리기'에 들어갔다. 장항준 감독은 영화 개봉을 앞둔 지난 1월 SBS 라디오 파워FM '배성재의 텐'(이하 '배텐')에 출연해 "천만 되면, 될 리도 없는데 만약에라도 되면 일단 전화번호 바꾸고, 개명하고, 성형할 거다, 아무도 날 못 알아보게"라고 말했다. 이어 "그리고 어디 다른 데로 귀화할지 생각 중이다, 나를 안 찾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또 "요트를 살지 생각 중인데 선상 파티를 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이후 장항준 감독은 '왕과 사는 남자' 900만 돌파 이후인 이달 4일 '배텐'에 재출연해 "예매율도 낮았고 손익분기점을 넘느냐 못 넘느냐 이러고 있는데 1000만 공약을 하라고 했는데 말도 안 되니까 약간 웃음의 시도를 한 거다"라고 해명했다. 또한 "귀화하고 성형할 거라고 했는데 그걸 뉴스에서 공약이라고 해주시니까 부담스럽다"면서도 "저희 투자배급사와 제작사에서도 대책 회의 같은 걸 하시더라"라고 전해 폭소를 자아냈다.

장항준 감독은 "우리끼리 얘기지만 어떻게 다 지키고 사나? 그런 사람이 전 세계에 한명 있을까"라며 ""제가 (1000만 공약) 대안으로 어디 시내에서 시민들, 관객분들께 커피차 이벤트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장항준 감독은 오는 12일 낮 12시 서울신문사 광장에서 커피차 이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왕과 사는 남자'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난 이후에도 작품 및 배우, 감독 등에 과몰입하며 소비한 결과 천만이라는 명예로운 타이틀을 얻게 됐다. 신드롬을 일으킨 '왕과 사는 남자'가 천만을 넘어 또다른 흥행 성적을 써 내려갈지도 귀추가 주목된다.

seung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