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에서 '파반느'까지…더 만개한 '청춘의 얼굴' 변요한 [N이슈]
- 장아름 기자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배우 변요한이 '파반느'를 통해 또 한 번 더 새로운 청춘의 얼굴을 꺼냈다. 지난 20일 처음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파반느'(감독 이종필)는 2009년 출간된 박민규 작가의 장편소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가 원작으로, 마음의 문을 닫고 살아가던 세 인물이 서로에게 빛이 되어주며 삶과 사랑을 마주하는 이야기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2020) '탈주'(2024) 등을 연출한 이종필 감독의 신작이다.
변요한이 연기한 박요한은 유토피아 백화점 주차장에서 주차 안내 요원으로 일하는 자유로운 영혼이다. 수첩에 "세상은 거대한 X이다"라고 적는 장면과 탈색한 머리는 박요한의 강렬한 첫인상을 드러낸다. 그는 록 음악과 고전 멜로 영화를 사랑하고 특유의 넉살과 친화력으로 '파워 E' 같은 에너지를 풍기지만, 실없는 농담과 익살 뒤엔 깊은 상처가 쌓인 인물이다. 놀기 좋아하는 모습 탓에 백화점 오너 아들이라는 소문이 무성하지만, 극 후반부 실은 첩의 자식이었다는 배경과 상처가 드러난다.
'파반느'는 친숙하면서도 여백이 많은 작품이다. 주류에서 밀려난 이들의 고독과 결핍, 불안, 상처, 방황을 다룬 90년대 청춘 영화의 결과 정서를 닮은 듯하면서도, 왕가위 감독 영화 특유의 탐미적이면서 고독한 도시적 미장센도 떠올리게 한다. 결핍이 있는 세 청춘을 필연적인 관계로 묶이는 방식은 자연스럽다기 보다 설정에 가깝고, 절제된 편집 탓에 감정선은 친절하지 않다. 그 속에 메시지는 관념적이다. 사랑과 성장, 위로 등의 주제 의식이 다층적으로, 또 복합적으로 혼재돼 있다.
'파반느'는 감상적인 요소들과 청춘의 잔상으로 영화의 힘을 끌어가는 작품이다. 취업난과 '영끌'로 수렴되는 오늘날 청춘의 현실적 화두와 달리, 결핍과 상실, 소외, 낭만, 우정을 오가는 과잉된 감정을 끌어온다. 그 감정선은 충분한 설명, 촘촘하고 밀도 높은 개연성과 함께 전개되기보다 영화의 구축한 정서를 따라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데 가깝다. 90년대 청춘 영화 특유의 감성을 그리워했던 관객들에겐 반가운 작품이다.
그렇기에 배우가 연기와 캐릭터 그 자체로 개연성을 만들고 서사를 메우는 역량이 더욱 주목받는 작품이기도 하다. 변요한은 박요한의 자유로움과 미스터리함, 그리고 이면에 드러난 고독과 위태로움을 구체적인 감정으로 끌어온다. 또 다른 주인공인 김미정(고아성 분)과 이경록(문상민 분)의 관계를 지켜보는 이로, 둘 사이 정적인 서사의 무게중심을 잡으면서 캐릭터간의 간극도 좁혀간다.
특히 '신데렐라 아들' 이야기로 자신의 가정사를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장면이 가장 많이 회자되고 있다. 자칫 비극을 과시하는 신으로 비쳐질 수 있음에도 진실인지 허구인지 경계를 분명히 알 수 없는 고백과 냉소는 웃음과 유머로 상처를 숨겨온 캐릭터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감정이 진지해지려는 순간, 켄터키 호프집 사장 신정근과의 티키타카로 분위기를 순식간에 환기하는 위트와 연기 감각 또한 배우의 섬세한 표현력을 새삼 돋보이게 한다.
그간 변요한은 특유의 능청스러운 웃음과 위트로 관객의 경계를 허물고, 그 틈새로 비애를 흘려보내며 인물을 입체적으로 완성하는 연기로 호평을 받아왔다. 대중적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미생'(2014)에서는 능글맞은 친화력을 보여준 한석율로 주목받았고, '미스터 션샤인'(20218) 속 바람둥이 김희성도 호평을 끌어냈다.
청춘의 여러 얼굴을 거쳐왔다는 점 역시 필모그래피에서 빼놓을 수 없는 지점이다. 독립영화계 아이돌 시절에는 '들개'(2014) '소셜포비아'(2015) 등 작품을 남겼다. 엘리트 청년으로 등장했던 '삼식이 삼촌'(2024)과 억울하게 살인자로 누명을 쓰고 비극을 버틴 '백설공주에게 죽음을'(2024) 또한 그의 대표작이다. 그 연장선 위에서 '파반느'는 또 다른 결의 청춘을 더한 작품으로 남을 전망이다.
진정성 넘치는 연기의 원동력이 된 '파반느' 출연 배경 또한 화제다. 그는 최근 유튜브 채널 '백은하의 주고받고'를 통해 일찍이 세상을 떠난 동료 배우 고(故) 나철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나철의 아들 때문에 이 작품을 선택했다며 "솔직히 말씀드리면 배우로서 욕심내면 이 작품을 할 수 없다"면서도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삼촌인 제가 이 역할을 했을 때 '너랑 다르지 않아' '이게 그냥 삶이야'를 보여주고 싶었다"는 진심을 전했다.
더불어 극 중 박요한과 이경록 김미정의 관계를 언급하며 "서로 바라봐주는 사람들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생각도 밝혔다. 또한 "세 인물은 서로를 바라봐주지만 잠깐이라도 안 봐주면 다시 원점으로, 마치 탄성이 있는 것처럼 돌아가서 또 힘들어하고 외로워한다"며 "'파반느'의 요한과 경록 미정 이들은 서로를 (그래서) 빛처럼 빛나게 봐주지 않았을까"라고 짚어 영화의 메시지를 더욱 공감하게 했다.
aluemchang@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