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완·나홍진·이창동이 품은 조인성…"이젠 멜로보단 사람" [N인터뷰](종합)

최근 개봉 '휴민트' 주연

'휴민트' 조인성 / NEW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영어를 지금 다시 배워서 언제 완벽해지겠어요, 그 꿈은 접었죠."

올해 영화계는 배우 조인성을 주목하고 있다. 데뷔 이래 한 해에 가장 많은 작품을 선보이는 그는 지난 11일 개봉한 류승완 감독의 '휴민트'를 시작으로 나홍진 감독의 '호프'와 이창동 감독의 '가능한 사랑'을 차례로 선보인다. "뭐든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이라며 할리우드 진출의 꿈은 접었다던 그는 올해 기대작에 연달아 이름을 올리게 된 이유로 류승완 감독을 꼽았다.

조인성 주연의 '휴민트'는 비밀도, 진실도 차가운 얼음 바다에 수장되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이들이 격돌하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부당거래'(2010) '베를린'(2013) '베테랑'(2015) '모가디슈'(2021) '밀수'(2023) '베테랑2'(2024) 등 작품을 통해 흥행과 완성도를 모두 입증해 온 류승완 감독의 신작이다. 조인성은 '모가디슈' '밀수'에 이어 세 번째로 류승완 감독과 호흡을 맞췄다.

조인성은 거장들과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는 현시점에 대해 "류승완 감독과의 인연이 굉장히 주효했다"며 "류 감독님 작품 속 제 모습을 보고 가능성을 봐주신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작품을 통해 나홍진 감독님과도, 이창동 감독님과도 인연이 될 수 있었다"며 "그 덕에 올해 나올 작품들에 포함된 한 배우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더불어 "이걸 계획했다고 하면 사실 말도 안 되는 것"이라며 "흘러흘러 운이 좋은 상태에 이르렀고 맡은 바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전했다.

'휴민트' 조인성 / NEW

'흥행'을 책임져야 하는 주연배우인 만큼, 어깨도 무겁다. 조인성은 국내 영화 시장 상황에 대해 "모두의 위기이자 기회"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관객분들이 다시 극장으로 오실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했다"며 "산업이 변화하고 있다는 걸 인지하고 있지만 관객분들께도 아직 볼만한 영화들이 극장에 있다는 것도 알려줄 의무가 있다고 본다, 이를 위해 물론 최선을 다하겠지만 행복하기도 하고 부담이 되기도 하는 마음"이라고 고백했다.

'휴민트'는 개봉 첫날 관객들의 뜨거운 호평 속에 박스오피스 1위로 출발했다. 개봉일 기준 올해 최고치인 사전 예매량 약 19만 장을 기록하며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입증했다. 호평 요인 중 하나로는 단연 국정원 조 과장을 연기한 조인성의 활약도 꼽힌다. '액션 대가'인 류승완 감독의 의도를 그대로 구현하는 액션신에서는 '멋'이 그 자체로 묻어나왔다. 조용한 카리스마와 '휴민트'를 대하는 사려 깊은 매너까지, 조인성이 구현한 조 과장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액션과 관련해 조인성은 "매일 버거웠다"면서도 "액션 배우를 꿈꿔온 적은 없지만, 이야기가 재미있어서 그 작품을 하는 것"이라며 자신이 매료됐던 부분을 짚었다. 또한 "영화가 조 과장 시점으로 출발해서 매듭을 짓는데, 조 과장은 안내자인 셈"이라며 "안내자 역할이라는 건 관객들에게 감정을 강요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 사람들이 봤을 때는 '서울말이 굉장히 달콤하게 느껴졌더라' 하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며 "최대한 정서적으로 공유할 수 있게끔 다정하게 다가가려 노력했다, 그래야 캐릭터의 입체성이 생긴다고 봤다"고 덧붙였다.

조 과장은 국정원인 자신을 믿은 탈북 여성을 살리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휩싸이지만, 국정원 내부에서는 이보다 조직의 실리를 추구하는 냉혹한 논리를 보여준다. '휴민트'가 돼준 한 사람과 조직 사이 조 과장의 딜레마는 영화를 끌고 가는 힘이다. 조인성은 "그렇게까지 ('휴민트'를 위해) 몸을 던졌어야 하냐는 건 개인의 판단일 수 있다"며 "저 같은 경우엔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생명을 잃었는데 약속을 또 못 지키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첫 번째 화살은 맞을 수 있으나 두 번째 화살은 피해야 한다는 주의다, 이게 어른의 태도이자 대한민국의 격이라고도 생각했다"고 전했다.

영화 '휴민트' 스틸
영화 '휴민트' 스틸

이번 작품은 그가 오랜만에 '1번 배우'로 전면에 선 영화이기도 하다. '안시성'(2018) 이후 그는 김윤석과 '모가디슈'를, 김혜수 염정아와 '밀수'를 각각 선보였고, '휴민트'에서는 주연 라인업 중 가장 맨 앞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박정민은 현장을 리드해준 선배 조인성에게 연신 '리스펙'을 드러냈다. 조인성은 "1번 배우가 해야 할 몫은 가교 역할"이라면서도 "저뿐만 아니라 모든 선배님들이 다 그 역할을 해주고 계시다"고 강조하며 책임을 개인의 공으로 돌리지 않으려는 모습도 보였다.

조인성은 '전성기'라는 표현에도 선을 그었다. 그는 "저를 써주시고 관객분들도 그렇게 바라봐 주셔야 의미 있는 것"이라며 "제가 생각하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에 스스로를 평가하긴 어렵다"고 털어놨다. 더불어 멜로 장르에 대해서도 한 걸음 물러선 속내를 드러내며 나이가 들수록 '사람을 그리는 연기'에 더 마음이 간다고 했다. 조인성은 "요즘은 멜로가 그다지 선호되진 않는다, 사랑 하나에 집중하기보다 그 사람 자체가 더 궁금하다"며 "요즘은 (스스로) 멜로가 한도 초과라고 생각한다, 멜로는 자기 매력을 많이 넣어야 하기 때문에 자칫 자기도취에 빠질 수 있어서 그걸 배제하고 싶다, 사회의 시의성을 가져가면서 다양한 인간의 모습을 그려내는 게 작업 목표가 됐다"고 밝혔다.

aluemcha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