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홍수', 갈수록 격해지는 호 vs 불호 [N초점]

'대홍수' 스틸 컷
'대홍수' 스틸 컷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넷플릭스 영화 '대홍수'(감독 김병우)을 향한 엇갈린 반응이 격화되고 있다. 넷플릭스 비영어권 영화 1위를 달리며 가시적으로 성공적인 행보를 보여주고 있음에도, 이 영화는 현재 동시기 공개되거나 개봉한 작품 중 가장 강도 높은 비판을 받으며 아이러니한 상황의 중심에 섰다.

지난 19일 처음 공개된 '대홍수'는 대홍수가 덮친 지구의 마지막 날, 인류가 살아남을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을 건 이들이 물에 잠겨가는 아파트 속에서 벌이는 사투를 그린 SF 재난 블록버스터 영화다.

'전지적 독자 시점'(2025) 'PMC: 더 벙커'(2018) '더 테러 라이브'(2013) 등을 연출한 김병우 감독의 신작인 이 영화는 27일 넷플릭스 투둠에 따르면 공개 첫 주인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3일간 시청수(시청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타임으로 나눈 값)는 2790만을 기록, 넷플릭스 비영어권 영화 글로벌 1위를 차지했다. 더불어 '대홍수'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태국과 대만, 홍콩 등을 포함한 54개국에서 1위에 올랐다.

하지만 이처럼 좋은 성적에도 불구하고, '대홍수'는 국내외에서 강한 비판에 직면했다. 영화를 본 일부 관객들은 커뮤니티 등 온라인에서 '대홍수'의 갑작스러운 장르 변주나, SF적인 설정에 대한 친절하지 않은 묘사, 모성애를 강조하는 듯한 내용 등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국내 취향 기록 서비스인 왓챠피디아에서 '대홍수'는 5점 만점에 평균 별점 1.8을 기록 중이다. 영화에 대해 낮은 점수를 준 관객들은 "노선을 확실히 해야 했다" "재난 영화를 가장한 불친절한 모성애 실험 보고서" "이것저것 많이 차려놓긴 했는데 제대로 된 요리는 하나도 없다" "대홍수가 아니라 대참사다" 등의 혹평이 달렸다.

'대홍수' 포스터

해외에서도 평가는 마찬가지라 북미의 대표적인 영화 비평 사이트인 로튼 토마토에서 '대홍수'는 토마토 지수(영화 평론가들이 표시한 호불호를 백분율로 나타낸 것)가 50%, 팝콘 지수(일반 관객들이 매긴 평점 평균을 백분율로 나타낸 것)가 35%로, 모두 낮은 점수를 냈다. 로튼 토마토에서 낮은 점수를 준 해외 관객들은 "너무 많은 아이디어를 한꺼번에 억지로 결합하려고 했는데 일반적인 장편 영화의 러닝 타임 안에 담다 보니 결국 아이디어가 충분히 발전되지 못하고 급하게 처리된 것 같다" "갑자기 재난 영화이기를 멈추고, 터무니없이 야심 차지만 동시에 몹시 어리석게 느껴지는 사변적인 SF로 급선회한다" 등의 의견을 남겼다.

불호의 반응도 있지만, 호평도 심심치 않게 있다. 왓챠피디아에서도 "나만 재밌게 봤나? 평범한 재난물인 줄 알았는데 나름의 반전이 있어 재밌게 봤다"던가 "왜 이렇게 욕을 먹는지 신기하다, 전개나 복선 등을 치밀하게 잘 짰다고 생각한다" 등 좋은 평가를 하는 관객들이 있다. 로튼 토마토에서도 "연휴용 킬링타임 영화로 좋았다" "앞의 20분은 정말 놀라웠다" "영화는 두 가지 덕분에 구제된다, 비에 젖은 상태로 등장하는 김다미의 감정 중심의 강렬한 연기와 마지막 몇 장면에서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기념비적인 설정이다"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스릴러를 좋아하고 높은 긴장감과 물이 차오르는 상황, 심장을 쥐어짜는 서스펜스를 즐긴다면 '대홍수'는 한 번 빠져 볼 만한 작품"이라는 평이 있었다.

격하게 갈리는 영화에 대한 강한 호불호는 작가 겸 방송인 허지웅이 올린 글 덕분에 다시 한번 공론화 됐다. 허지웅은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홍수'가 그렇게까지 매도되어야 할 작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영화에 대해 지나치게 부정적인 쪽으로 쏠리는 여론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글에서 그는 누군가 시간과 비용을 들여 만든 콘텐츠가 낮은 체감 비용으로 관객에게 소비되고, 그로 인해 즉각적으로 관객의 도파민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외면당하는 세태를 꼬집었다.

그러면서 "많은 사람이 자기 도파민을 시기에 적절한 시점에 치솟게 만들지 못하는 콘텐츠를 저주한다, 더불어 권리라고 생각한다, 저주를 선택했다면 그에 걸맞은 최소한의 논리를 갖추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온라인상에서 일반 관객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낼 수 있고, 또 그것이 '입소문'의 형태로 영화의 흥행에도 영향을 주는 시대다. 그뿐만 아니라 오늘날의 관객들은 영화와 OTT 플랫폼 등 다양한 창구를 통해 수백 가지, 수천가지의 콘텐츠를 원하는 때에 언제나 접할 수 있다. '대홍수'에 대해 관객들이 보여주는 강한 호불호의 반응은 이전보다 더 직접적이고 적나라한 피드백을 주고받게 된 관객과 창작자의 관계를 방증한다.

eujene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