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는 씨네큐브가 있다"…25년 버틴 독립·예술 영화관의 가치(종합)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광화문에는 씨네큐브가 있다."

국내 대표적인 독립·예술 영화 극장 씨네큐브의 2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모인 영화인 및 극장 관계자가 한목소리로 건배사를 외쳤다.

지난 2일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씨네큐브 광화문에서 씨네큐브 25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백은하 배우연구소 소장이 진행을 맡은 기념식 이후에는 25주년을 기념해 이종필, 윤가은, 장건재 감독이 연출한 앤솔러지 영화 '극장의 시간들'의 특별상영이 이어졌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예술영화관인 씨네큐브는 2000년 12월 2일 개관했다. 태광그룹의 미디어 계열사인 티캐스트가 운영하는 이곳은 엄선된 프로그램이자 최적의 관람환경이라는 원칙을 지키며 지난 25년간 독립·예술영화의 버팀목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예술영화관으로 사랑받았다.

올해 씨네큐브는 다채로운 행사로 25주년을 의미 있게 기념해 왔다. 지난 4월에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특별전: 고레에다와 함께한 25년' 특별전, 11월에는 지난 25년간 씨네큐브에서 사랑받은 영화들을 모은 '씨네큐브 25주년 특별전: 우리가 사랑한 영화들'을 개최했으며, 25주년 기념 영화 '극장의 시간들'을 제작했다.

지난 9월에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아 상영된 '극장의 시간들'은 이종필 감독이 연출한 '침팬지', 윤가은 감독이 연출한 '자연스럽게', 장건재 감독이 연출한 '영화의 시간'까지, 세 편의 단편을 모아 만든 앤솔러지 영화다. 관객, 감독, 배우 등 다양한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삼아 영화적 재미와 함께 극장이라는 장소가 지닌 예술적·사회적 의미를 조명했다.

이날 25주년 기념식에는 최성희 문화체육관광부 콘텐츠 정책국장과 티캐스트 엄재용 대표, '극장의 시간들'을 만든 이종필 감독, 윤가은 감독, 장건재 감독, 배우 고아성, 김대명, 이수경, 홍사빈, 김연교, 문상훈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가장 먼저 기념식 단상에 선 최성희 정책국장은 "우리나라 서울의 중심인 광화문에서 다양한 색채를 가진 예술 영화를 만나는 공간이 25년 동안 변함없이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뜻깊게 느껴진다"며 축하 인사를 전했다.

이어 "그동안 씨네큐브는 다양한 작품이 관객과 만나는 창구로서 우리 일상 속 예술 영화의 접근성을 넓혀 왔다"며 "이곳을 다녀간 관객들의 삶 속에 씨네큐브는 단순히 영화를 관람하는 장소가 아니라 영화와 함께 호흡했던 시간과 감정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소중한 공간일 것이다, 앞으로도 씨네큐브가 우리 영화 생태계의 다양성을 상징하는 귀중한 공간으로 소중한 문화 향유의 장으로 그 역사를 꾸준히 이어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엄재용 대표는 "씨네큐브는 도심 속에서도 시민들이 편안하게 문화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던 태광그룹 이호진 전 회장님의 뜻이 담겨서 개관하게 됐다"며 "씨네큐브가 초심을 잃지 않고 25년 동안 한 자리를 지켜올 수 있었던 것은 오늘 이 자리에 함께해 주신 영화계 관계자분들과 배우 여러분, 그리고 꾸준히 씨네큐브를 사랑해 주시는 관객 여러분, 그리고 무엇보다도 묵묵히 극장을 지켜온 구성원들의 덕분이다, 이 자리를 빌려서 다시 한번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인사했다.

또한 "앞으로도 씨네큐브는 광화문 도심 속 예술 영화관으로서 더 좋은 작품과 풍성한 프로그램으로 여러분을 찾아뵙겠다"고 덧붙였다.

장건재 감독, 윤가은 감독, 이종필 감독은 건배 제의로 기념식의 마지막 순서를 장식했다. 장건재 감독은 "광화문에는 시청 광장도 있고 청계천도 있고 씨네큐브도 있다, 씨네큐브 25주년을 축하드린다"고, 윤가은 감독은 "이 극장이 광화문에서 25년 동안 버텨내면서 여기서 나의 인생을 바꿔준 영화들을 너무 많이 만났다, 앞으로 25년, 50년, 100년 오래오래 많은 사람의 인생을 바꿔 줄 영화를 많이 상영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인사했다.

이종필 감독 역시 "광화문 근처에 예전에는 예술 영화관들이 제법 있었던 것 같은데 시간이 지나서 많이 사라지고 씨네큐브만 남아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시간이 갈수록 더 소중해지는 공간이다"라고 공간에 대한 애틋함을 표했다.

eujene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