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 맞선 초록마녀…'위키드2' 스펙터클보다 더 큰 울림 준 건 [시네마 프리뷰]

19일 개봉 영화 '위키드: 포 굿' 리뷰

영화 '위키드: 포 굿' 스틸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위키드'가 1년의 기다림 끝에 파트2로 감동의 피날레를 장식한다. 지난해 개봉한 '위키드'는 국내에서 누적관객수 약 224만 명으로 전체 흥행 11위를 기록했던 작품으로, 글로벌 누적 흥행 수익은 7억 5642만 달러(약 1조 462억 원)에 달했다. 뮤지컬보다 더욱 확장된 스케일과 생동감 넘치는 세계관, 황홀한 OST부터 신비로운 마법까지 다채로운 볼거리로 이룬 호평이 주효했다. 파트2는 더욱 깊어진 주인공 엘파바의 감정선과 함께 관객들을 또다시 황홀한 마법 세계로 끌어들인다.

19일 국내에서 개봉한 '위키드: 포 굿'(감독 존 추)은 마법사의 정체를 폭로하고자 하는 엘파바(신시아 에리보 분)의 이야기와 함께 본격 전개된다. 파트1에서 엘파바는 절친한 사이가 된 글린다(아리아나 그란데 분)와 함께 오즈의 에메랄드 시티로 떠나 마법사를 만났지만, 이내 마법사(제프 골드브럼 분)가 실은 강력한 존재도 아닌 데다 동물들의 말하는 능력을 빼앗고 오즈의 평화를 위협해 왔다는 충격적인 진실을 알게 됐다.

엘파바는 진실을 바로 잡기 위해 결국 마법사와 정면으로 맞서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곧 마법사와 마담 모리블(량쯔충(양자경) 분)이 악한 마녀로 프레임을 씌워 더욱 그를 궁지로 내몰았다. 결국 엘파바는 글린다와 다른 길을 걷게 되고, 글린다는 진실과 정의를 택한 엘파바와는 달리 마법사의 편에 남으면서 두 사람의 운명은 완전히 갈라졌다. 이후 엘파바는 사악한 서쪽 마녀로 낙인찍히고, 글린다는 모두의 사랑을 받는 착한 마녀로 추앙받으며 서로 다른 삶을 살게 됐다.

영화 '위키드: 포 굿' 스틸

파트2에서 엘파바의 투쟁은 계속된다. 글린다는 모두로부터 "정말 착하다"는 찬사를 들으며 기쁨을 주는 존재이자 선망의 대상으로 살아가지만, 많은 이들의 기대에 맞추려는 부담 속에서 흔들린다. 반면 엘파바는 언어를 잃고 탄압받는 동물들을 구하고 진실을 밝히려 고군분투한다. 그사이 글린다는 피예로와 결혼을 약속하고 성대한 예식을 치르려 하고, 마법사와 마담 모리블은 사람들의 공포와 두려움을 더욱 조장해 '마녀사냥'으로 엘파바를 더욱 곤경에 빠뜨린다.

이 같은 대비는 영화의 극적 몰입도를 끌어올리는 가장 큰 장치다. 파트2의 엘파바는 내적 신념이 더욱 단단해진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는 뾰족한 모자, 빗자루와 함께 '사악한 마녀'라는 이름을 기꺼이 짊어진다. 사람들의 편견과 오해를 두려워하지 않고 진실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이 파트2에서 더욱 선명해진다. 반면 글린다는 '착함'과 '인기'를 유지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더욱 불안해진다. 영화는 두 인물의 감정선을 교차시키며 서사의 밀도를 차곡차곡 쌓아간다.

다만 파트2는 파트1이 선보였던 영화적 재미와 신선한 인상을 넘어서는 데는 아쉬움이 있다. 뮤지컬의 스토리라인을 따라가지만, 호의와 선행에도 비운과 재앙이 계속되는 엘파바가 안타깝기 그지없다. 무엇보다 주요 갈등의 축을 담당해 온 마법사와 마담 모리블의 서사가 비교적 손쉽고 빠르게 매듭지어지는 전개로 인해 개연성과 설득력이 약화된 지점도 존재한다.

영화 '위키드: 포 굿' 스틸

그러나 영화의 본질은 결국 편견에 맞서는 용기, 그리고 그 용기를 지탱하는 진실된 관계에 있다. 엘파바는 세상이 씌운 '사악한 마녀'라는 틀에서 도망치기보다, 그 틀 안에서도 자신이 옳다고 믿는 길을 선택한다. 글린다는 긍정적 편견의 중심에 서 있으나, 기대와 두려움 사이를 오가다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두 인물의 대비는 각자가 자신을 옭아매던 시선을 넘어서는 데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한지를 다시금 일깨운다.

클라이맥스에 흐르는 OST '포 굿'(For Good)은 영화의 메시지를 집약하는 듀엣곡이다. 서로가 서로를 더 나은 존재로 변화시킨 순간, 엘파바와 글린다는 비로소 영화가 그리고자 한 우정의 의미를 완성한다. 신시아 에리보와 아리아나 그란데의 폭발적 가창력은 이 감정의 정점을 강렬하게 채우며 작품의 여운을 길게 남긴다.

비록 파트2가 파트1의 신선했던 충격을 능가하기엔 아쉬움이 남지만, 작품이 건네는 메시지는 여전히 유효하다. 화려한 마법보다 오래 남는 것은 결국 편견을 넘어서는 용기와 진심의 힘이다. '위키드: 포 굿'은 스펙터클보다 진심이 먼저 도달하는 결말로, 뮤지컬부터 '위키드'의 세계를 사랑해 온 관객에겐 충분히 만족할 만한 피날레다. 상영 시간 137분.

aluemcha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