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고니아'부터 이광수·정일우 베트남 개봉작…확장되는 K무비 [N이슈]
- 정유진 기자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한국 영화의 스펙트럼 확장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 시장을 염두에 두고 리메이크와 합작 등의 형태로 제작된 이 영화들은 새로운 판로를 모색 중인 한국 영화 시장에 새로운 영감을 주고 있다.
오는 11월 5일 개봉하는 '부고니아'는 외계인의 지구 침공설을 믿는 두 청년이, 대기업 CEO '미셸'이 지구를 파괴하려는 외계인이라고 생각하고 그를 납치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는 영화. '더 랍스터'(2015)와 '킬링 디어'(2018)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2019) '가여운 것들'(2024) 등을 연출한 거장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신작으로 엠마 스톤과 제시 플레먼스과 주연을 맡았다.
유명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이 아니더라도 '부고니아'는 개봉 전부터 우리나라에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 영화의 원작이 2003년 개봉한 장준환 감독의 작품 '지구를 지켜라!'이기 때문이다. '지구를 지켜라!'의 배급사였던 CJ ENM은 2018년부터 약 7년간 이 영화의 할리우드 리메이크를 추진했고, 시나리오부터 감독, 배우, 제작사 패키징 등 기획개발을 주도한 끝에 영화를 완성했다.
CJ ENM은 2010년대 '원 소스 멀티 테리토리' 전략으로 국내에서 흥행에 성공한 영화 '써니'와 '수상한 그녀'의 리메이크화를 추진해 성과를 낸 바 있다. '수상한 그녀'는 한국과 중국, 베트남, 일본, 태국, 인도네시아 등에서 리메이크됐으며 '써니' 역시 베트남과 일본, 인도네시아 등에서 리메이크돼 주목 받았다. 하지만 전 세계 가장 큰 시장인 할리우드에서 한국 배급사가 기획을 주도하고 제작에도 참여한 리메이크 영화가 제작되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부고니아'가 한국 영화 원작을 현지화해 리메이크한 작품이라면, 이광수 주연의 '나혼자 프린스'와 정일우가 출연한 베트남·한국 합작 영화 '엄마를 버리러 갑니다'는 베트남 시장을 염두에 두고 기획·제작한 창작 영화들이다.
(주)제리굿컴퍼니 (주)영화사이창을 비롯한 우리나라 제작사들이 공동 제작한 영화 '나혼자 프린스'는 매니저, 여권, 돈 한 푼 없이 낯선 이국땅에 혼자 남겨진 아시아 프린스 강준우(이광수)가 펼치는 생존 코믹 로맨스다. 영화 '공조'(2017)와 '창궐'(2018)을 연출한 김성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 작품은 제작부터 배급, 연출, 출연까지 한국 회사와 한국 영화인이 주도했으나, 한류 스타인 이광수와 함께 현지 유명 배우 황하가 주연을 맡았고 한국보다 베트남에서 먼저 개봉했다. 한국뿐 아니라 베트남 시장까지 염두에 두고 기획한 한국 영화인 셈이다.
배우 정일우가 출연해 화제를 모으는 '엄마를 버리러 갑니다'는 '나혼자 프린스'와 조금 다른 경우다. '엄마를 버리러 갑니다'는 거리의 이발사로 일하며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엄마를 혼자 돌보는 아들 환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한국에 있는 형에게 엄마를 데려다주기 위해 떠나는 이야기를 그린 휴먼 감동 드라마.
이 영화는 우리나라 모티브 픽쳐스와 함께 베트남의 제작사 Anh Teu Studio, SATE 등이 공동으로 제작에 참여했다. 그뿐 아니라 연출은 한국인인 모홍진 감독이 맡았지만, 베트남을 배경으로 주인공 모자 역할을 베트남의 유명 배우들인 뚜언 쩐과 홍 다오가 연기했다. '엄마를 버리러 갑니다'는 한국에 앞서 지난 8월 베트남에서 먼저 개봉해 200만을 돌파하며 성공한 바 있다.
모홍진 감독은 최근 열린 언론배급시사회에서 "한국의 필요에 의해 흡수된 베트남 배우가 출연한 영화가 아니고, 투자부터 인력 그리고 두 나라가 쏟은 열정도 거의 반반인 작품"이라며 "키 스태프, 후반 업체까지 한국과 베트남이 상의하여 진행했고, 영화의 제작진부터 모든 과정이 한국과 베트남이 반반 참여로 진행됐다"고 이번 영화의 의의를 강조한 바 있다.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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