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활용 장편 영화까지 등장…시험대 오른 '중간계' [N초점]

'중간계' 포스터
'중간계' 포스터

(서울=뉴스1) 고승아 기자 = AI를 활용한 영화가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다. 부천국제영화제(BIFAN)가 지난해 'AI 국제경쟁부문'을 신설한 뒤 적극적으로 AI 인재 양성에 나서고 있고, 그해 AI 영화 '엠호텔'과 '나야, 문희'가 개봉하기도 했다. 이어 올해 AI를 활용한 61분 분량의 장편 영화 '중간계'가 개봉해 화두에 올랐다.

지난 15일 개봉한 '중간계'는 이승과 저승 사이 중간계에 갇힌 사람들과 그 영혼을 소멸시키려는 저승사자들 간의 추격 액션 블록버스터로,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 '카지노', '파인: 촌뜨기들' 강윤성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그간 AI를 활용한 영화들이 주로 20분 정도의 단편에 그쳤던 것과 달리 '중간계'가 처음으로 장편 분량을 선보인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영화에 등장하는 저승사자와 크리처 등 16종의 캐릭터가 AI로 제작됐고, 크리처들의 액션과 차량 폭발, 광화문 광장 붕괴 장면 등에서 AI가 활용됐다. AI로 구현하지 못하는 부분은 VFX를 활용해 영화를 완성했다.

강윤성 감독은 최근 인터뷰에서 "원래 크리처물을 만들 때 그린 스크린에서 촬영한 뒤 배우를 분리하고, 크리처를 만들어서 배우와 연동할 수 있게끔 연출해야 하는데, AI는 실제 외벽 소스가 있어야 크리처를 만들 수 있어서 그린 스크린 촬영을 할 수가 없었다"며 "그래서 현장에서 바로 촬영을 진행하며 정리했다"고 설명했다.

'중간계' 저승사자 스틸

AI를 활용한 만큼 제작 기간과 비용 역시 절감됐다. 강 감독은 "차량 폭파 장면이 못해도 4~5일 걸릴 일인데, AI로 하니 1~2시간이면 끝났다"고 밝혔다. 권한슬 AI 연출은 "AI가 신을 알아서 만들어주는 것은 아니고, 한 장면, 한 장면을 AI로 그려내는 거라고 생각하면 된다"며 "이번 영화에 20명 정도 인원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다만 아직 AI 크리처들과 실사 배우가 자연스럽게 융화되지는 못한 모습이었다. 특히 생성형 AI가 만든 이미지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질감을 큰 스크린에서 보다 보니 이질적으로 다가와 아쉬움을 안겼다. 그럼에도 차량을 폭파하거나 광화문 광장이 무너지는 등 기존에 선보이지 못한 큰 스케일의 장면을 구현해 냈다는 점은 눈길을 끌었다.

연기는 실제 배우들이 참여해 현실감을 살리려고 했다. 변요한, 김강우, 방효린, 임형준 등이 출연해 불의의 사고로 중간계에 갇혀 12지신 저승사자들에게 쫓기는 모습을 현실감 있게 연기, 작품이 현실감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중간계'는 기술적 한계로 인해 전반적으로 미숙한 부분이 보였으나, AI를 활용한 장편 영화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다는 점에서는 분명 의의가 있는 작품이다. 그러나 AI의 활용 범위는 물론, 인력을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는 계속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강 감독도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창작의 영역을 AI가 건드니까, 배우나 연출자에게 그런 두려움이 남아 있다"면서도 "어찌 됐든 AI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고, 하나의 도구로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이해해야 하는 시대다, 그래서 저작권 문제는 앞으로도 첨예하게 다뤄질 부분"이라고 했다. 권한슬 연출도 "그렇기에 창작자 의도가 중요하다"며 "AI는 나를 대신해 그림을 그려줄 수 있는 도구이고, 의도 자체는 창작자가 선택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강 감독은 제작비 상승에 따라 효율과 부담을 줄이는 게 중요하다며 큰 규모의 영화도 제작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며 "산업은 좋은 효율을 따르기 때문에 당연히 영화에서도 점차 사용할 거라고 본다, 그렇게 해서 인력들이 일자리를 잃는 게 아니라, 더 많은 작품이 생기고, 더 많은 일자리가 형성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중간계' 스틸

최근 미국 할리우드에서는 틸리 노우드라는 AI 배우가 등장해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변요한은 "촬영하면서 과연 AI가 영화 산업에 있어서 어떻게 활용되고, 어떤 선까지 넘어올 수 있으며, 어디까지 인식할 수 있을지 생각하면서 참여했는데 결과적으로 감독님, 배우, 스태프들까지 인간의 상상력이 존재하지 않으면 AI는 존재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현재 한국 영화계는 극장 관객수의 급감과 제작비 상승 문제 등 복합적인 문제로 위기를 겪고 있다. 이 가운데 '중간계'가 AI를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제시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VFX 영역에서 AI가 서포트하는 건 제작비 절감에서 이점이 많다고 생각하지만, AI가 창작의 어느 영역까지 넘어오는 게 문제"라며 "AI에 작업을 맡기더라도 기준이 되는 입력어나 오리지널 자산 등은 인간의 영역이라, 이 부분에서 인간의 중요도가 떨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AI 산업을 키우기만 할 것이 아니라, AI 콘텐츠에 대한 가이드가 있어야 한다"며 "예를 들어, 타이틀 시퀀스에 'AI가 창조했다'는 부분은 명시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eung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