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뉴스', 요도호 실화 블랙코미디…진실과 거짓의 술래잡기 [시네마 프리뷰]

10월 17일 넷플릭스 공개 영화 '굿뉴스' 리뷰

'굿뉴스' 스틸 컷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앞면이든 뒷면이든 달은 달이라고."

'진실은 간혹 달의 뒷면에 존재한다. 그렇다고 앞면이 거짓은 아니다.'라는 트루먼 셰이디(?)의 명언으로 시작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굿뉴스'는 '킹메이커'(2022)에 이어 변성현 감독이 선택한 또 한 편의 실화 소재 영화다. '요도호 사건'이라 불리는, 1970년 발생한 일본 항공 351편 공중 납치 사건을 배경으로 했다.

변 감독은 자칫 '꼬꼬무'의 되풀이로 끝날 수 있었던 이야기를 엎치락뒤치락 반전의 묘미가 있는 웰메이드 블랙 코미디로 완벽하게 재탄생시켰다. 영화는 실화를 소재로 한 점에서는 '킹메이커'와 비슷하지만, 상황 이면에 있어 보이지 않았던 여러 의도를 파헤쳐나가는 방식으로 엎치락뒤치락하는 플롯을 취한 점에서는 그의 또 다른 전작 '불한당: 나쁜놈들의 세상'(2017)과 조금 더 닮아있다.

영화는 1970년 해결사 아무개(설경구 분)와 엘리트 공군 중위 서고명(홍경 분)이 실랑이를 벌이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들이 투덕대는 이유는 일본에서 발생한 하이재킹 사건 때문이다. 일본에서 스스로를 '공산주의 동맹 적군파'라고 칭한 일본의 신좌파 활동가 9명은 승객 백여명을 태우고 하네다 공항에서 출발한 일본항공 351편을 공중 납치한다. 기장 쿠보(시이나 깃페이 분)과 부기장 마에다(김성오 분)에게 이들이 요구한 목적지는 평양.

쿠보와 마에다의 기지로 비행기는 이타즈케 공항에 착륙하고, 어린이와 노약자 등을 풀어주는 데는 성공하지만, 납치극 자체를 종결시키지는 못했다. 결국 다시 비행기는 이륙하고, 그 사이 대한민국 중앙정보부장 상현(류승범 분)은 미국 CIA를 통해 351편이 평양을 향해 가고 있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이를 해결해 대통령에게 잘 보이고 싶었던 상현은 신분이 불분명한 해결사 아무개를 부르고, 그에게 이를 해결해 보라고 지시한다.

'굿뉴스' 스틸 컷

아무개는 관제사인 서고명에게 도움을 청한다. 서고명은 미군이 작전권까지 넘긴 이 사건으로 출세할 생각에 가슴이 부푼다. 서고명이 낸 아이디어는 비행기 통신을 하이재킹 하는 것이었다. 정해진 항로를 벗어난 비행기는 비상 주파수를 사용해 비상 착륙할 공항의 관제탑과 소통해야 하는데, 김포에서 평양인 척해 납치범들이 탄 비행기를 김포공항으로 유인하는 작전이다. 아무개는 공항을 평양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영화감독(윤경호 분)을 섭외하고, 북한 군인과 여성들로 분장한 배우들이 '평양' 간판이 세워진 김포 공항에 서서 납치범들을 감쪽같이 속일 준비를 마친다.

'굿뉴스'는 역사 속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코미디의 문법을 완벽하게 구사한다. 엉뚱한 상황들과 엇박자를 이루는 대화들, 슬랩스틱과 독특한 캐릭터들, 시대적 상황에서 비롯된 아이러니한 유머 혹은 풍자까지. 어느 것 하나 모자람이 없다.

'굿뉴스' 스틸 컷
'굿뉴스' 스틸 컷

'불한당: 나쁜놈들의 세상'에서 설경구를 빳빳하게 펼쳐 보였던 변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는 설경구를 사람 좋은 듯한 웃음 속에 속내를 감추고 있는 정체 불명 아무개로 잔뜩 구겨놓았다. 그는 아마도 '설경구 사용법'을 가장 잘 아는 연출자 중 한 명일 것이다. 공명심 많은 엘리트 군인을 연기한 홍경과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류승범, 비중은 크지 않지만 큰 임팩트를 남기는 전도연과 윤경호, 박영규 등의 존재감이 돋보인다. 야마다 타카유키, 시이나 깃페이, 카사마츠 쇼, 야마모토 나이루 등 일본 배우들의 활약도 눈길을 끈다. 이들은 외국 영화임에도 돋오이는 연기로 프로 배우의 가치를 증명했다.

배우들은 때때로 제4의 벽을 허물고 카메라를 바라보며 이야기한다. 진실과 거짓의 모호한 경계선에 서 있는 듯한 영화의 톤과 잘 어울린다. 상황에 따라 말도 의도도 바꾸는 인물들, 그리고 그들의 뒤편에서 모든 것을 계산하고 조율하는 아무개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사람을 믿지 말고 상황을 믿어라.""고 했던 '불한당: 나쁜놈들의 세상' 속 유명 대사가 떠오른다. 완벽해 보이는 명분 덕에 진실로 믿어왔던 일들. 그것들은 실은 이런저런 이해관계와 누군가의 의도, 거짓말 등이 얽히고설킨 채 얼렁뚱땅 진행된 한 편의 코미디일 수 있다. 말미에 공개되는 '가짜 명언'의 실체는 이 같은 주제를 반영하며 강렬한 잔상을 남긴다. 상영 시간 136분. 오는 10월 17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eujene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