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이성애자 평등해야"…윤여정 '결혼 피로연'에 담아낸 경험 [BIFF]

(종합)

앤드루 안 감독(왼쪽부터)과 배우 윤여정, 한기찬이 19일 오후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결혼 피로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9.19/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부산=뉴스1) 고승아 기자 = 배우 윤여정이 자신의 경험담이 녹아든 '결혼 피로연'을 통해 메시지를 전한다.

19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비프힐에서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초청작 '결혼 피로연' 기자간담회가 열려 윤여정, 한기찬, 앤드루 안 감독이 참석했다.

'결혼 피로연'은 두 동성 커플의 가짜 결혼 계획에 눈치 100단 K-할머니가 등장하며 벌어지는 예측불가 코미디 영화다. 이안 감독이 1993년 연출한 동명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한국계 미국인 감독 앤드루 안이 연출을 맡았다.

안 감독은 이날 "93년도에 그 영화를 봤었던 게 아직도 기억난다"라며 "처음으로 그때 동성애를 다룬 영화, 아시아인이 동성애를 다룬 영화였기 때문에 의미 있었는데, 그 당시에는 얼마나 의미 있는지 몰랐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한 사람으로서, 한 영화인으로서 이 영화에 영향을 받았고 사실 이 영화가 너무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꼭 리메이크해야겠다 생각한 건 아니지만, 93년 이후에 꽤 많은 것이 변했다"라며 "현재 미국은 동성 결혼을 할 수 있고, 제가 지금 결혼하고, 아빠가 되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불안한 감정을 표현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배우 윤여정이 19일 오후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결혼 피로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있다. 2025.9.19/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민의 할머니 자영 역을 맡은 윤여정은 '결혼 피로연'에 출연하는 것에 "처음에 제가 앤드루한테 오퍼를 받았을 때는 엄마 역할이었다"라며 "처음에는 '엄마로서 괜찮겠다' 생각했는데 얘가 20대더라, 그래서 앤드루 감독한테 너무한 것 같다고, 할머니를 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특히 영화 대본 작업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윤여정은 "어떤 파트를 꼭 집어서는 아니지만, 얘가 경험한 부모님, 내가 부모로서 경험한 것을 해서 담아냈다"고 짧게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한국에서 이에 대한 인식을 묻는 말에 "사실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한국이 앞으로 좀 더 나아갔으면 좋겠다"라며 "동성애자, 이성애자 상관없이 평등하고 앞으로 한국 사람들은 더 나아가야 한다"라고 답했다. 이어 "미국처럼 되어야 하는데 지금까지 아닌 것 같다, 한국은 보수적인 나라이고, 제가 79년을 살아서 안다"라며 "저는 동성애자, 이성애자, 아시안, 흑인 뭐든 레이블을 붙이는 걸 권하지 않는다, 아 하나 빠뜨렸다, 우린 모두 인간이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윤여정은 올해 4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내 첫째 아들이 2000년에 동성애자임을 커밍아웃했다"라며 "뉴욕에서 동성 결혼이 합법화됐을 때, 저는 그곳에서 아들의 결혼식을 열어줬다"라고 고백해 주목받은 바 있다.

배우 한기찬이 19일 오후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결혼 피로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2025.9.19/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2020년 BL 드라마 '너의 시선이 머무는 곳'으로 데뷔한 한기찬은 극중 크리스(보언 양 분)과 결혼을 앞둔 민으로 분했다. 그는 "데뷔작 주제(BL)가 평범하지 않았기 때문에 도전이었다"라며 "그때 생각한 게 영혼을 사랑하자는 것이었고, 여자든, 남자든, 그 사람의 영혼을 사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저는 한국에서 태어나서 자랐고 이번에 영어권을 처음 가보는 거라 이번 영화를 하면서 힘들었다"며 "그래도 이 커뮤니티를 통해 계속해서 배웠다"고 되돌아봤다.

끝으로 안 감독은 "전 퀴어인 사람으로서 바람을 실현한 것이고, 또 한국인이라 결혼, 자녀를 생각하는데 이걸 영화에 담아냈다"라며 "이 영화를 통해서 꼭 보여드리고 싶었던 건, 영감을 받고 희망을 얻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화는 오는 24일 개봉한다.

seung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