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여고생이 이렇게 컸어? '거룩한 밤', 정지소의 재발견 [N이슈]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 스틸 컷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영화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는 의외로 여자 배우들의 활약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마동석의 영화라 하면 으레 남성 빌런으로 가득한 액션 영화를 떠올리게 되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마동석과 이다윗을 제외하고 여성 캐릭터들이 주요 역할을 소화하며 MCU(마동석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스펙트럼을 넓혔다. 그중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인물은 정지소가 연기한 악령에 빙의되는 캐릭터, 은서다.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는 악을 숭배하는 집단에 의해 혼란에 빠진 도시, 특별한 능력을 갖춘 어둠의 해결사 거룩한 밤 팀 바우(마동석), 샤론(서현), 김군(이다윗)이 악의 무리를 처단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 영화에서 정지소는 엄마를 잃은 후 유일한 가족인 언니에게 의지해 일상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는 동생 은서를 연기했다.

무용수를 꿈꾸는 은서는 어느 날부터 자기 몸을 통제할 수 없게 된다. 신경정신과 의사인 언니 정원(경수진 분)은 동생의 이상 증세를 해석해 보기 위해 집안 곳곳에 관찰 카메라를 달고, 연구하지만 과학적으로는 도저히 원인을 알 수 없다. 결국 정원은 마르코 신부의 추천을 받아 거룩한 밤 팀을 찾아가고, 바우(마동석 분)와 샤론(서현 분), 김군(이다윗 분)은 악령에 사로잡힌 것이 분명한 은서에게 퇴마 의식을 행하기로 한다.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 스틸 컷

영화 속에서 빙의된 동생을 연기하는 정지소는 의식의 단계에 따라 다양한 연기를 보여준다. 그가 연기한 은서는 동생으로 돌아와 언니 정원에게 애원하다가도 다시 악령이 들린 모습으로 무시무시한 힘을 보여주기도 한다. 기괴한 표정과 몸짓은 여느 오컬트 영화 속 주인공 못지않다.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는 오컬트와 액션, 판타지라는 세 장르를 아우르는 작품인 만큼, 관객들의 몰입을 끌고 갈 안타고니스트의 역할이 중요했다. 정지소는 눈에 보이지 않는 영적 존재인 이 '빌런'을 '빙의'라는 형식 안에서 훌륭하게 연기해 내면서 극에 긴장감을 부여했다.

특별히 그가 싸워야 했던 상대 중 한 명은 주먹 한 방이면 그 무엇이든 무릎을 꿇게 만드는 주인공 바우(마동석 분)였다. 웬만한 적 앞에서는 눈 하나 깜짝 안 하는 무적의 마동석 맞은 편에서 밀리지 않고 비등한 에너지를 보여줬다는 점만으로 정지소를 칭찬할 만한 이유가 충분하다.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 스틸 컷
'기생충' 스틸 컷

정지소는 2019년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서 기우(최우식 분)가 과외를 해주는 부잣집 딸 다혜 역으로 관객들의 눈도장을 찍었다. 아역 배우 출신으로 영화를 촬영할 당시 18세였던 그는 기우와 아슬아슬한 분위기를 오가는 여고생을 능청스럽게 연기해 낸 덕에 촉망받는 젊은 배우로 떠올랐다. 이후 그는 또 한 번 대중에게 각인되는 작품을 선보이게 됐는데 2023년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더 글로리'다. '더 글로리'에서 왕따 피해자 문동은(송혜교 분)의 어린 시절을 연기하며 역시나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줬다. 그리고 정지소는 또 한 번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를 통해 자신이 가진 배우로서의 가치를 증명해 내는 데 성공했다.

마동석은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 관련 뉴스1과 인터뷰에서 "영화를 보고 나면 관객들이 서현과 정지소 얘기를 많이 할 것"이라며 "정지소는 연기를 잘한다, 만화같이 귀엽게 생긴 친구가 돌변했다 제자리로 돌아왔을 때를 표현하고 싶었다, 사람들이 '저 친구를 구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영화의 기획자이자 제작자로서 정지소를 캐스팅한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eujene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