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범' 사이코패스는 구제불능인가…열연 빛난 심리 스릴러 [시네마 프리뷰]

12일 개봉 영화 '침범' 리뷰

'침범' 스틸 컷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영화 '침범'은 죽어버린 반려견 초롱이의 사체를 처리하는 엄마 영은(곽선영 분)과 딸 소현(기소유 분)의 대화로 시작한다. 초롱이의 죽음이 왜 슬픈 것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어린 딸의 말에 가슴이 무너져 버리고 마는 엄마. '싱글맘'인 영은은 소현을 잘 키워보려고 하지만, 매번 딸이 예상하기 어려운 행동을 저지르는 탓에 안심할 수가 없다. 누군가를 때리거나 괴롭히고, 심지어 생명의 위협이 되는 행동을 해도 죄책감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소현은 반사회성 인격장애를 앓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침범' 스틸 컷
'침범' 스틸 컷

수위를 높여가는 유치원생 딸의 반사회적 행동에 영은이 받는 스트레스는 커져만 간다. 수영 강사인 영은은 딸을 봐줄 사람이 없어 소현을 자신의 반에 넣고 직접 관리한다. 소현은 그곳에서 엄마 영은이 애정을 받는 동갑내기 지혜를 교묘하게 괴롭힌다. 그러던 중, 지혜에 대한 질투심이 폭발한 소현은 수영장 속에 지혜를 밀어 버리고, 그 일이 시발점이 되어 할머니와 엄마에게도 칼을 휘둘러 부상을 입힌다. 충격을 받은 영은은 딸을 교육하기 위해 한밤중 수심이 깊은 수영장으로 그를 데리고 간다.

그리고 20년 뒤. 어린 시절의 기억을 잃은 민(권유리 분)은 정신 병원에 있는 엄마와의 관계를 숨긴 채 특수청소업체에서 근무하며 하루하루 살아간다. 무뚝뚝한 민이지만, 마음속으로는 함께 특수청소업체 일을 하는 현경(신동미 분)을 엄마처럼 따르고 의지한다. 사실상 모녀처럼 지내는 두 사람 앞에 신입 직원 해영(이설 분)이 나타나면서 불안한 기운이 엄습한다. 애교 많고 살가운 해영이 불편했던 민은 어떤 계기로 해영의 비밀을 알게 된다.

'침범'은 두 개의 막으로 구성돼 있으며, 각 막이 가진 고유한 관전포인트가 있다. 사이코패스 기질을 가진 딸과 그런 딸이 버거운 엄마의 사투를 그린 첫 번째 막에서는 딸의 행동에 따라 조금씩 변해가는 엄마의 심리를 지켜보는 데서 나오는 스릴감이 있다. 두 번째 막에서는 아직 어느 쪽이 사이코패스인지 판단하지 못한 관객들 앞에서 벌이는 두 여자의 심리 게임이 몰입을 이끈다. 두 편의 영화로 따로 떼어놓아도 상관없지만, 결국 말미에 드러나는 두 이야기의 연결 지점이 영화의 결정적 장면이자 백미일 것이다.

감독들이 계획한 서스펜스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배우들의 연기력이 필수적이었는데, 결과적으로 캐스팅은 성공적이었다. 곽선영부터 기소유까지 주요 배역을 맡은 배우들의 연기가 볼만하다. 특히 곽선영은 불안한 영은의 심리를 섬세하게 보여주고, 권유리는 미스터리한 과거를 숨기고 있는 민을 묵직하면서도 안정적으로 그려냈으며 이설은 변화의 폭이 큰 캐릭터를 능수능란하게 연기해 내 앙상블을 이룬다.

'침범' 스틸 컷

다만 주제적인 측면에서는 공허한 감이 없지 않다. 영화는 결국 주인공인 반사회성 인격 장애를 가진 인물을 가망 없는 존재처럼 그리며 끝을 내고 마는데, 영화를 본 이들이 거기서 얻을 수 있는 메시지는 희박하다. 사이코패스가 사이코패스한 영화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러닝 타임은 112분이다. 오는 12일 개봉.

eujene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