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고도 험한 새 '캡틴 아메리카'의 자격 증명 [시네마 프리뷰]
12일 개봉 영화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 리뷰
- 정유진 기자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영화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감독 줄리어스 오나)는 '어벤져스: 엔드 게임'(2019)에서 스티브 로저스로부터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를 물려받은 팔콘 샘 윌슨(안소니 마키 분)을 주인공으로 한 첫 번째 솔로 영화다.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어벤져스: 엔드 게임' 이후 페이즈4, 페이즈5의 시대를 차례로 열고 영역을 확장해 왔으나 아직 옛날만큼의 열광을 얻지는 못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2025년 개봉하는 첫 번째 MCU 영화인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는 새로운 캡틴 아메리카 샘 윌슨의 매력과 능력치를 확인할 수 있는 작품으로, 뒤에 이어질 페이즈6의 성공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는 작품이다.
지난 11일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는 자기 능력에 대해 늘 의심하고 의심받는 새로운 캡틴 아메리카 샘 윌슨이 진정한 히어로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린 성장 드라마다. 샘 윌슨과 비슷한 지점에 서 있는 인물로 해리슨 포드가 연기한 새디우스 로스가 등장해 '정치 스릴러'로 서브 서사를 이루며 이야기의 한 축을 담당한다.
영화는 정부와 손잡고 일하기 시작한 새로운 캡틴 아메리카 샘 윌슨(안소니 마키 분)의 일상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혈청을 맞지 않아 '슈퍼 솔저'가 아닌 샘 윌슨은 훈련을 통한 공격력과 기지로 사건들을 해결한다. 그의 부하이자 조력자인 호아킨 토레스(대니 라미레즈 분)는 호시탐탐 차기 팔콘의 자리를 노리며 '슈퍼 히어로'가 되는 일에 열정을 보인다. 대통령이 된 새디우스 로스(해리슨 포드 분)는 한 때 슈퍼 히어로들을 탄압하고 어벤져스를 해체하는 데 일조한 인물이지만, 딸 베티(리브 타일러 분)와 관계가 멀어진 뒤 회한에 잠겨 있다. 장군에서 대통령으로, 이제 모든 미국인을 대표하는 사람이 된 만큼 그는 포용력 있는 리더가 되고자 노력하고, 샘 윌슨의 손을 잡는다.
샘 윌슨의 옆에는 슈퍼 솔저 실험에 의해 희생된 아프리카계 미국인 병사 중 유일한 생존자인 이사야 브래들리(칼 럼블리 분)가 있다. 이사야는 한국 전쟁에서 활약한 영웅이지만 고국으로 돌아온 뒤 30년간 수감돼 생체실험을 당한 상처가 있다. 샘은 백악관에서 열리는 행사에 그런 이사야를 데리고 가 마음을 풀어주고자 하고, 그곳에서 새디우스 로스로부터 "어벤져스 재건을 도와달라"는 희망적인 부탁까지 받게 된다. 새디우스 로스는 그날 행사에서 우방인 일본, 프랑스, 인도 등과 협력해 셀레스티얼 섬에서 아다만티움을 공동으로 개발하겠다고 소개한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사건이 터지면서 모든 계획에 차질이 빚어진다. 이사야 브래들리뿐 아니라 백악관 행사에 참여한 다수의 인물이 음악 신호에 맞춰 일제히 대통령을 공격하고 나선 것. 이 사건으로 마음이 돌아선 새디우스 로스는 샘 로스에게 "자네는 스티브 로저스가 아니야"라며 그의 개입을 막아서고, 자신을 공격한 모든 이들을 체포한다. 이사야가 자신의 의지로 그러한 행동을 한 것이 아님을 직감한 샘 윌슨은 이 사건의 배후를 찾기 위해 조사에 나선다.
영화는 '슈퍼 솔저'가 아닌 인간으로서의 한계 앞에 좌절감을 느끼는 샘 윌슨 내면의 변화에 초점을 맞춘다. 그는 결국 자신에게 주어진 자리를 지켜내고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진정한 '캡틴 아메리카'로 성장한다. 한편 영화의 또 다른 축에서는 리더와 악당의 사이에서 우왕좌왕하는 새디우스 로스의 내적 갈등이 펼쳐진다. 새디우스 로스는 미국의 대통령으로서 평화적인 정책을 고수하려고 하지만, 모종의 힘이 이를 방해하며 전쟁 직전의 위기에까지 다다르게 된다. 관록의 배우 해리슨 포드는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인물로서의 새디우스 로스를 훌륭하게 연기했는데 새디우스 로스 서사의 강렬함이 때때로 주인공인 샘 윌슨을 압도하는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사실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는 새로운 캡틴 아메리카 샘 윌슨의 매력을 제대로 담아내고 있지 않다. 영화를 보고 나서도 관객들이 샘 윌슨에 대해 알 수 있는 것이 얼마 없는 느낌이다. 그는 이사야 브래들리, 호아킨 토레스, 루스 뱃-세라프(쉬라 하스 분) 등 다양한 인물들과 관계를 맺지만, 이 관계들 속에서는 이 '슈퍼 히어로'의 '인간적인 매력'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그는 매사에 물러섬이 없고 최선을 다하며 성숙한 내면을 가진 인간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개성도, 재미도 없다. 과거 '어벤져스' 시리즈의 인기가 매력적인 '아이언맨'에 대한 열광적인 반응이 확장돼 형성된 것이었음을 기억할 때 이는 MCU의 미래에 그리 좋지 않은 사인이다. 러닝 타임 118분. 12일 개봉.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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