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 감성 없는 클래식, 드라마틱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N리뷰]
- 장아름 기자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한국 영화 관객들이 사랑하는 '킹스맨' 시리즈의 신작이 국내 극장가를 찾아온다. '킹스맨' 시리즈는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와 '킹스맨: 골든 서클' 두 편으로 국내 누적관객수 1100만을 기록한 바,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가 시리즈 인기를 이어갈 수 있을지 개봉 전부터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최근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신작은 드라마틱한 스토리가 강점이나, 이전 시리즈에서 각광받았던 특유의 B급 정서, 독창적인 비주얼이나 재치 넘치는 유머는 약화돼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오는 22일 개봉을 확정한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는 수백만 명의 생명을 위협할 전쟁을 모의하는 역사상 최악의 폭군들과 범죄자들에 맞서, 이들을 막으려는 한 사람과 최초의 독립 정보기관 '킹스맨'의 기원을 그린 영화다.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와 '킹스맨 : 골든 서클'에 이어 매튜 본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007' 시리즈, '해리포터' 시리즈의 랄프 파인즈가 주인공 옥스포드 공작 역으로 활약했다.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는 이번 작품을 통해 100년 전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화는 옥스포드 공작이 전쟁으로 인해 아내를 잃은 후 평화주의자로서의 확고한 신념을 지키며 살아가는 모습으로 시작된다. 옥스포드 공작은 아내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아들 콘래드(해리슨 딕킨슨 분)를 전쟁으로부터 보호하고 싶어하지만, 콘래드는 정의감과 패기가 충만한 청년으로 전쟁에 나서려 해 옥스포드 공작을 고민에 빠지게 만든다.
이후 영국과 독일, 러시아 세 국가간의 갈등과 전쟁을 부추기는, 은밀한 계획을 꾸미는 배후 세력이 등장하게 되고 옥스포드 공작은 전세계를 위협하는 참혹한 전쟁을 막기 위해 나서게 된다. 이 과정에서 옥스포드 공작은 집사 숄라(디몬 하운수 분)와 유모 폴리(젬마 아터튼 분)와 함께 결성한 비밀 조직이자 독립 정보기관의 존재를 밝히고, 아들 콘래드와 함께 러시아 실세인 광기의 사제 라스푸틴(라스푸틴 분)의 행적을 쫓기 시작한다.
앞서 '킹스맨' 시리즈는 머리를 폭죽처럼 터뜨리는 명장면 등으로 회자되며 기발하고 거침없는 상상력을 바탕으로 독창적인 비주얼과 유머, 관습을 비튼 흥미진진하고 통쾌한 '젠틀맨 스파이 액션'을 선보여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번 신작은 100년 전 '킹스맨' 조직이 어떻게, 왜 등장하게 됐는지 그 기원에 대해 다루는 만큼, 신박하고 독특했던 요소보다 고전적인 요소들이 영화를 채웠다. 또한 전쟁을 배경으로 하는 만큼 무겁고 진지한 분위기로, 이전보다 드라마틱한 서사가 펼쳐진다. 그중 옥스포드 공작과 콘래드가 그리는 부자 사이의 서사가 매우 극적으로 그려진다.
'킹스맨' 시리즈만의 독보적인 액션신은 신작에서도 이어진다. 이번에는 사제 라스푸틴과 선보이는 옥스포드 공작, 콘래드, 숄라의 3:1 액션신은 본 적 없는 액션 디자인과 비주얼로 신선함을 안긴다. 라스푸틴은 클래식 음악과 함께 발레 스핀 액션을 선보이며 춤사위 같은 독특한 액션을 선보였고, 옥스포드 공작은 고전적인 무드의 검술 액션으로 클래식한 매력을 더하기도 했다. 극 말미 빙벽을 오르는 장면부터 빌런과의 최후의 대결까지 절정의 액션은 후반부에 집중돼 있어 끝까지 긴장감을 놓을 수 없다.
스타일리시한 패션은 여전하다. '킹스맨'은 이전 시리즈에서도 맞춤 슈트와 안경, 장우산, 만년필, 구두 등 패션으로도 영화만의 세계관을 공고히 했었다.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는 명대사와 함께 단정하고 섹시한 슈트 차림으로 첩보 액션을 선보이는 해리 하트(콜린 퍼스 분)와 에그시(태런 에저튼 분)의 활약은 '킹스맨' 시리즈의 시그니처가 됐다. 이번에는 20세기 스타일이 반영된 정통 클래식 룩으로, '킹스맨' 시리즈 특유의 개성 넘치는 패션을 어떻게 담아냈을지도 최대 관전포인트다. 이전 시리즈에도 등장했던 킹스맨 양복점은 과거와 미래를 이어주는 공간으로, 눈여겨봐야 할 공간이기도 하다.
'킹스맨' 시리즈는 각 작품마다 새로운 유형의 빌런을 선보이며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도 했었다. 이번에는 검은 아우라와 기묘한 분위기를 뿜어내는 사제 라스푸틴이 영화에서 존재감을 뽐낸다. 그는 미스터리한 능력으로 사람의 마음을 홀리며 러시아 황실을 손아귀에 넣은 인물로, 예측불가한 악행들로 관객들을 더욱 긴장하게 만든다. 라스푸틴의 배후로 등장하는 집단 플록을 구성하는 빌런들도 눈여겨봐야 한다. 마타하리(발레리 파흐너 분), 에릭(다니엘 브륄 분) 등은 실제 인물을 모티브로 한 캐릭터들이다. 쿠키영상에서도 깜짝 놀랄 만한 존재감을 보여주는 실존 인물이 등장하는 만큼, 향후 더욱 확장될 '킹스맨' 세계관에 기대감을 심어준다.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는 연기파 배우들의 활약으로 근사한 연기 앙상블을 보여준다. 랄프 파인즈의 깊은 연기 내공과 콘래드 역으로 콤비 활약을 보여준 신예 해리스 딕킨스의 등장이 영화에 대한 팬심을 더욱 키울 것으로 기대된다. 해리스 딕킨스는 순수한 청년의 모습부터 전쟁의 공포를 느끼는 모습까지 큰 폭의 감정 연기를 보여주는가 하면, 실감나는 검술과 총격술까지 보여주며 영화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줬다. 매튜 본 감독이 "만난지 10분 만에 캐스팅을 결정했다"고 밝힌 만큼, 그는 영화에 꼭 맞는 캐스팅으로 앞으로의 성장을 더욱 기대하게 했다. 러닝타임 130분.
aluemcha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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