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리뷰] '버즈 오브 프레이' 매력적인 할리 퀸 vs 산만한 비주얼

영화 '버즈 오브 프레이(할리 퀸의 황홀한 해방)' 스틸 컷 ⓒ 뉴스1
영화 '버즈 오브 프레이(할리 퀸의 황홀한 해방)' 스틸 컷 ⓒ 뉴스1

(서울=뉴스1) 안태현 기자 = 영화 '버즈 오브 프레이(할리 퀸의 황홀한 해방)'(감독 캐시 얀)은 여성 히로인들이 펼치는 화려한 액션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전작 '수어사이드 스쿼드'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할리 퀸(마고 로비)이 이번에는 영화의 가장 중심에 자리한다. DC 확장 유니버스에서 가장 매력적인 히로인 할리 퀸이 맨 앞에 선 만큼 여성 히로인 서사를 갈구하던 관객들의 기대감을 자극한다.

지난 28일 오후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처음 공개된 영화 '버즈 오브 프레이(할리 퀸의 황홀한 해방)'은 조커와 헤어지고 자유로워진 할리 퀸이 빌런에 맞서 고담시의 히로인 팀을 조직해 나서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할리 퀸의 첫 솔로 무비이기도 하다.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 조커의 곁을 계속해서 맴돌며 사랑을 보냈던 할리 퀸은 결국 그와의 결별을 선택한다. 하지만 이도 잠시, 할리 퀸은 계속해서 조커를 향하는 마음을 주체할 수는 없다. 게다가 '조커의 여자친구'라는 타이틀은 고담시의 어떤 악당들도 할리 퀸의 앞을 막지 못하게 만드는 방패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러나 헤어진 연인이 어떻게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그렇게 할리 퀸은 '조커의 여자친구'가 아닌 '할리 퀸' 본인으로서의 자립을 결심한다.

하지만 '조커의 여자친구' 타이틀을 떼자마자 할리 퀸에게는 기다렸다는 듯이 온갖 수모들이 쏟아진다. 살기 위해서는 소매치기인 카산드라 케인(엘라 제이 바스코 분)이 훔쳐간 다이아몬드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 다이아몬드를 찾기까지 너무나 많은 상황들과 인물들이 꼬여있다. 헌트리스(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티드 분), 로만 시오니스(이완 맥그리거 분), 블랙 카나리(저니 스몰렛 분)와 르네 몬토야(로지 페레즈 분) 형사가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홀로 서기 바쁜 할리 퀸은 결국 이 모든 사건의 원흉인 로만 시오니스에 맞서기 위해 헌트리스, 블랙 카나리, 르네 몬토야와 새로운 팀을 결성한다. 자립을 위해 연대해야 한다는 영화의 뚜렷한 메시지가 드러난다.

영화 '버즈 오브 프레이(할리 퀸의 황홀한 해방)' 포스터 ⓒ 뉴스1

이미 '수어사이드 스쿼드' 때부터 적격 캐스팅이라는 말을 들어온 마고 로비는 이번 '버즈 오브 프레이'에서도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새롭게 등장한 캐릭터들의 사이를 이어주면서도 확실하게 극의 중심을 잡고 있는 듯한 모습은 이미 확고한 자신의 캐릭터를 설정한 마고 로비의 역량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여기에 마고 로비는 할리 퀸의 어디로 튈 지 모르는 감정선까지 제대로 캐치해내며 극의 깊이를 더한다.

이외에도 주목해야 할 것은 이 영화의 모든 서사와 액션의 중심에는 여성 캐릭터들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남성 히어로들의 활약만이 주류였던 슈퍼 히어로 무비에서 '히로인'들이 극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책임진다는 건 꽤 괄목할 만한 성취다. 특히 이 히로인들은 블랙 카나리를 제외하고는 어떤 특출난 신체적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또한 빌런과 히어로의 경계를 왔다갔다 하는 캐릭터들의 면모도 존재한다는 것이 매력적이다.

다만 빌런과 히어로의 경계도 모호하고, 캐릭터들이 너무 많이 등장하다 보니 극의 전개가 다소 산만해질 수 있다는 점이 '버즈 오브 프레이'의 약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전작 '수어사이드 스쿼드' 역시 배우들의 열연에도 불구하고 완성도에 대한 혹평을 받은 것처럼 '버즈 오브 프레이'도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제대로 활용해내지 못하는 단촐한 서사와 요란하기만 하고 산만한 연출이 흠이 된다.

특히 영화의 기존 뼈대를 설정하는 초반 서사는 할리 퀸의 캐릭터처럼 어디로 튈 지 모르는 모습을 보이며 혼란을 가중시킨다. 이미지는 화려하나 통일되지 않은 느낌이 다분하다. 이후 중반 부분 영화는 다시 이야기의 뼈대를 잡으려 하지만 이미 초반의 피로감이 누적돼있다 보니 영화의 몰입도가 떨어진다. 또한 영화의 메인 빌런이 되는 로만 시오니스의 존재감이 크게 보이지 않는다는 것도 아쉬움을 더한다.

이러한 '버즈 오브 프레이'가 관객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간다면 다수의 히로인이 펼치는 액션과 이들의 캐릭터가 주체적으로 자립하는 모습이 주는 쾌감 때문일 것이다. 슈퍼히어로 무비가 남성 히어로들의 전유물이었다면 '버즈 오브 프레이'는 이러한 고정관념을 확실하게 깨부순다. 더불어 자립과 연대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길 수 있다는 것만으로 '버즈 오브 프레이'는 자신의 소임을 다한다. 러닝타임은 108분. 5일 개봉.

taehy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