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연기 욕심 많아" 최민식이 밝힌 #천문 #장영실 #한석규(종합)

[N인터뷰]

롯데엔터테인먼트 ⓒ 뉴스1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여전히 욕심이 많이 생겨요."

배우 최민식이 이번엔 장영실로 관객들을 찾아왔다. 영화 '명량'에서 이순신 장군으로 국내 역대 흥행 1위라는 대기록을 세웠던 그가 선보일 장영실은 어떤 모습일까. 최민식은 안여사건 이후 역사에서 사라진 장영실을 연기하며 느낀 고민들을 비롯해 '넘버3' '쉬리' 이후 20년 만에 영화에서 한석규와 재회한 소감, 그리고 선배 연기자로서의 책임감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는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감독 허진호) 주연배우 최민식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천문'은 조선의 하늘과 시간을 만들고자 했던 세종(한석규 분)과 장영실(최민식 분)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최민식이 천재 과학자 장영실을, 한석규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성군으로 불리는 세종을 각각 연기했다.

이날 최민식은 '천문' 언론시사회와 일반시사회에서 호평을 받았지만 배우로서는 아쉽다는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저는 항상 아쉽다. 항상 욕심쟁이고 욕심이 많으니까 아쉬운 점이 많다. 그래도 그 시간대에 이것저것 잘 주워 담은 것 같다"며 "영화엔 러닝타임이 있지 않나. 욕심은 많은데 담아낼 바구니는 한정돼 있다. 항상 목마르다"고 고백했다.

'천문'은 장영실과 세종의 애틋하면서도 가슴 뜨거운 우정에 대해 그렸다. 그 과정에서 장영실과 세종의 깊은 눈빛과 애정이 표현되기도 했다. 최민식은 "하나의 목표를 향해서 두 사람이 함께 가지 않나. 세종은 목표를 세우는 사람이고 장영실이 조력자다. 그 목표를 관철하기 위해 파생되는 여러가지 감정들이 좀 더 디테일하게 표현되길 바랐다. 외형적으로 우리가 아는 역사적 프레임이 반복된다는 건 썩 구미가 당기지 않는다. 다 이미 알고 있으니까"라고 말했다.

최민식은 '명량'에서도 이순신을 연기했었다. 그는 "칭송받는 위인들에 대한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다"며 "그렇다고 해서 그분들의 업적을 폄훼하거나 하지 않는 이상 자유롭게, '그분들도 저러지 않았을까' 생각해볼 수 있다. 서로에 대해 어마어마한 질투를 하면서 능력을 인정하고 존경하게 되고 또 인간의 개인적인 감정을 극복하고 대의를 위해, 큰 뜻을 위해 뭔가를 이뤄냈다는 게 더 인간적으로 보일 것 같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위인을 성역화시키는 건 제 취향은 아니다. '명량' 할 때 '난중일기' 봤을 때 감동받았을 때 슈퍼파워에 대한 감동이 아니었다. 이순신 장군의 다른 면모가 인간적으로 다가왔고,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 저렇게 극복했구나' 하는 데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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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식의 장영실은 천진난만하면서도 순수하게 그려졌다. 그는 "(장영실을 연기하는 데 있어) 외형적 이미지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더라"며 "(한)석규가 워낙 말랐다. 같이 마르면 그렇지 않나. 살 빼는 건 힘들다. 에라 모르겠다 했다. 과학자가 말라야 하나 싶기도 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 "항상 새로운 시도는 재미있다. 카리스마보다는 콘셉트를 순수하게 보여야겠다 했다. 별을 바라보고 공상하고 뭔가를 만들고 그런 사람들은 일반 사람들과 다르다"며 "언젠가 데니스 홍 그분이 강의하는 걸 TV에서 우연히 보게 됐다. 그분이 로봇의 권위자이시더라. 그분이 로보트에 대해 강의하는데 그 모습이 너무 천진난만하더라. 너무 열정적으로 하더라. '정말 로보트에 미친 사람이구나' 했다"고 회상했다.

또 최민식은 "'뭔가에 빠진 사람은 저런 모습이구나' 했다. 어떤 단순한 호기심이 학문적, 과학적으로 발전시키는 사람들인데 그런 분들 보면 꿈 속에 사는 사람들 같다. 현실과는 거리가 먼 순수함이 자리잡아 있으니 그런 시도도 하고 꿈도 꾸지 않을까 했다"며 "그래서 장영실도 굉장히 그랬을 것 같더라. 그런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순수함, 장치적으로 계산하지 않는 사람의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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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실과 세종만큼이나 최민식과 한석규의 우정도 깊었다. 최민식은 한석규와 재회한 소감에 대해 "한석규는 여전히 똑같다. 대학 때와 지금이 똑같다. 말투도 그렇다. 테이프 늘어지는 것 같은 말투 있지 않나. '너는 빨리 얘기해' 한다. 어떨 때는 너무 느긋해서 속 터진다. 대학 때도 오죽하면 '어르신 나왔냐'고 농담할 정도였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캐스팅 비화도 들려줬다. 최민식은 "허진호 감독이 누가 세종을 할지, 누가 장영실을 할지 두 사람이 알아서 정하라 했다"며 "둘이 대본 보고 '제가 장영실 할게요'라고 했다. 석규는 '뿌리깊은 나무' 때와 다르게 세종을 연기 해보고 싶다 해서 '그럼 내가 장영실할게' 했다"고 털어놨다.

최민식은 "난 '천문'이 아니어도 (한)석규랑 했을 것"이라며 "그만큼 한석규와 같은 영화를 함께 한다는 데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내가 세종해야 하는데, 내가 장영실해야 하는데' 그런 건 (이 작업에서) 어울리지 않는다. 같이 호흡 맞추는 데 더 의미가 있다"고 무한한 애정을 보여줬다.

한석규와 '넘버3' '쉬리' 이후 영화에서 재회할 기회가 있었냐는 질문에는 "'올드보이'에서 제가 박찬욱 감독에게 추천했었다. (유)지태 역할을 추천했다. 지태가 연기한 우진 역할에 석규를 추천했었다. 그 이후는 말씀드리기가 뭐하다"며 "너무 아쉬웠다. 저는 진짜 보고 싶었다. 그 당시에 만났었으면 좋았을 거다. 물론 (유)지태도 좋았지만 저는 간절했었다. 한석규가 하는 우진이도 괜찮았을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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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규와 한국영화를 이끌어가는 선배로서의 책임감에 대해서도 말했다. 그는 "한석규와 과거의 추억에 젖어 살진 않는다. '넘버3'나 '쉬리' 1990년대 후반이 한국영화 르네상스의 시작이라고 한다. 그때 정말 다양한 색깔의 감독과 작품들이 나왔다"며 "그래서 '우리가 다시 그렇게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했다. 뭔가 우리는 그래도 조금이나마 선택권이 열려 있고, 주도적으로 뭔가를 움직여야 하는 위치에 있는데 주도적으로 움직여야 하지 않나 했다"고 말했다.

최민식은 "뉴 코리안 시네마를 해야 하지 않나 했다. 다양한 장르에 뛰어들어가서 다양한 색깔 끌어내야 하지 않나 그런 이야기들을 나눴다. 위기 의식까진 아니지만 필요성을 느꼈다. 허진호 감독과 술마시면서 얘기했다"며 "지금 영화계는 몇 개의 대형 투자배급사가 주도하는 입장이 되다 보니까, 그분들 입장도 이해되지만 다양성 측면에서 신뢰를 줘야 한다. 서로 공생해야 하니까"라고 고백했다.

최민석은 "엄청난 물량의 블록버스터를 지향하지만 작지만 탄탄한 이야기, 보는 재미가 쏠쏠한 영화를 개발도 해야 한다. 우리가 그런 걸 내놓고 보여주고 신뢰를 얻어야 그분들과 함께 공생할 수 있는 길이 있을 것"이라며 "우리가 먼저 그런 작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야 하지 않나 한다. 다양한 시도가 가능한 현장이 사실 생명이다. 고참이 됐으니까 그런 걸 주도적으로 한 번 현장에서 해봐야 하지 않나 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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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흥행 영화 1위라는 스코어를 남긴 '명량'은 대부분의 큰 규모의 작품들의 흥행의 기준점이 돼왔다. 최민식은 이에 대한 부감감에 대해 묻는 질문에 "사실 ('명량' 기록은) 다 잊었다. 그리고 '명량' 하고 나서 세 작품 연달아 말아먹었다. 쓴맛을 보지 않았나. 심지어 저보고 '국밥 배우'라고 하더라"고 너스레를 떨며 "저는 흥망성쇠에 대해 개념이 별로 없다. 무책임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그거 신경 쓰다가는 못 산다"고 털어놨다.

또 최민식은 "개봉할 때쯤 실시간 예매율 열리면 영진위 사이트 들어가서 몇 %인지 보는 거 피곤하다. 홍보팀에서 얘기해주시면 듣는 것"이라며 "스코어 좋게 나오면 기분 안 좋을 사람 없지만 그것에 연연하면 안 된다. 그게 어떻게 보면 마음 공부인데, 저도 인간이지만 마음 덜어내기가 쉽지가 않다. 오로지 작품에 집중하려고 노력을 많이 한다"고 고백했다.

최민식은 "세 작품이 잘 안 됐으니까 이번 작품이 잘 됐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 왜 없겠나. 그걸 추스르는 게 중요한 것 같다. 후배들에게도 '자꾸 주판알 튕기지 마라'고 한다. 내가 뭘 표현하는 데 부족했고 연기를 업그레이드시키려 노력해야지 관객수에 연연하지 말라고 한다"며 "'연기에서 돈 냄새가 나면 안 된다'는 말이 있다. 굳이 스스로를 예술가라고 거창하게 표현하려 하진 않지만, 관객들과의 신뢰감이 형성되려면 연기를 잘 하면 되고 작품에 잘 녹아들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 관객수도 늘고 돈도 벌 수 있는 거다. 그거 생각 안 하고 예매율만 보고 하면 안 된다"며 "나이가 들면 들수록 원칙, 기준, 그게 얼마나 소중한지 생각 많이 든다. 결국에는 나를 지탱해주는 어떤 그런 것이구나 한다"고 덧붙였다.

최민식은 30년 전 신구와 한 무대에 섰던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천문'으로 선생님을 30년 만에 뵀다. 30년 전 당시 선생님께 혼났던 것도 말씀드렸다"고 웃으며 "선생님께서 연극 '앙리 할아버지와 나'를 하셔서 '천문' 팀이 다 가서 봤다. 정말 감동 받았다. 2시간 넘는 연극을 저 연세에 대사 한 번 안 까먹으신다. 우린 배우가 대사를 잊었는지 안 잊었는지 다 안다. 정말 열정적으로 하시더라"고 감탄했다.

또 그는 "어떻게 보면 후배들하고 작업할 때도 그렇고 현장에 어르신이 계시다는 게 이렇게 든든한 거구나 했다. 너무나 큰 자극제가 됐다. 저 연세에도 저렇게 하시니 정신이 번쩍 드는 거다. 모처럼 어르신이 계시는 현장을 저도 하면서 뭔가 딱 잡히는 것 같았다. 절대 권위적이지 않으시면서 중심 잡아주셨다. 그런데 약주 드시면 아직도 소년 같으시더라"고 웃으며 "선생님 모습을 뵈면서 '나는 까불지 말아야겠다. 머리 박고 열심히 하자' 그 생각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최민식은 여전히 다양한 작품에 대한 갈증이 있다. 그는 "여전히 욕심이 많이 생긴다. 멜로 하고 싶고 코미디도 하고 싶다"며 "석규에게 '우리 세 작품 더 해야 한다'고 했는데 '천문' 같은 사극도 했으니까 다음엔 덤앤더머 하자고 했다. '내일을 향해 쏴라' 같은 것 말이다"라고 덧붙이며 설레는 마음을 드러냈다.

한편 '천문'은 오는 26일 개봉한다.

aluemcha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