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독전' 금새록 "수정 役 오디션만 6번, 정말 피 말렸죠"

배우 금새록 ⓒ News1 이재명 기자
배우 금새록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영화 '독전'(감독 이해영)에는 수많은 신 스틸러들이 등장하지만 그중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이는 수정(금새록 분)이다. 수정은 형사 원호(조진웅 분)가 마약 수사를 진행하며 알게 된 청소년. 그는 초반 원호에 의해 이선생 조직에 진입하는 역할로 등장, 파격적인 비주얼과 언행으로 영화를 압도했다. 짧지만 임팩트 있는 수정의 존재감은 극 내내 잔상을 남기기 충분했다. 최근 뉴스1과 만난 금새록은 '수정' 역할에 큰 매력을 느껴 꼭 연기해보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독전'에서 수정이가 너무 매력적인 캐릭터라고 생각했어요. 수정이는 세상에 무서울 게 없는 친구예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고, 신경 쓰지도 않는 비행청소년이죠. 제게 많이 보이지 않았던 이미지라서 더 욕심이 났어요. 또 초반에 수정이와 원호의 관계를 보여줘야 영화가 힘 있게 끌고 갈 수 있잖아요. 그 점도 매력적이었죠."

금새록의 말처럼 수정은 극 도입부에 관객들을 집중시키는 역할을 해야 하는 만큼, 연기를 하기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그건 수정을 연기한 그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오디션을 볼 때부터 만만치 않았다. 이해영 감독과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을 함께한 인연으로 오디션을 보게 된 금새록은 여섯 번 이 감독을 만난 끝에 수정을 연기할 수 있게 됐다. 금새록은 그 과정을 '피가 말렸다'고 회상했다.

"어느 날 이해영 감독님이 '오디션 한 번 볼래?'라고 연락을 주셨어요. 감독님과 꼭 한 번 더 작업을 해보고 싶어서 당연히 봤죠. 감독님이 '독전' 속 캐릭터를 다 중요하게 생각하셔서 오랫동안 오디션을 보셨대요. 수정 역도 마찬가지고요. 저도 여섯 번 정도 오디션을 봤어요. 가능성이 있는지를 보셨겠죠. 아마 그 오디션이 제 인생에서 가장 피 말리지 않았나 해요. 감독님이 주신 수정이 신들의 연기가 잘 안돼 속상하기도 했고, 너무 못해서 감독님께 혼도 많이 났고… 울기도 많이 울었죠. 마지막 오디션을 봤는데 그날 저녁에 밥을 먹으러 오라고 하시는 거예요. 저는 '미안하다'는 말을 하려고 하시는 줄 알았어요. 발길이 정말 무겁고, 가고 싶지 않고…(웃음) 그랬는데 삼겹살을 구워 먹다가 '같이 하자'고 말씀해주시더라고요. 눈물이 날 것 같았는데 꾹 참고 감사하다고 말했어요. 돌아가는 길에 엄청 행복해하면서 엄마에게 자랑했었던 기억이 나요."

배우 금새록 ⓒ News1 이재명 기자

여섯 번의 오디션을 통해 내실을 잘 다진 덕일까. 금새록은 '독전'에서 수정에 완벽 빙의해 극에서 존재감을 발산했다. 어색함 없는 연기에 관객들은 영화에 집중할 수 있었다. 특히 금새록은 욕을 차지게 해 비행청소년 캐릭터를 잘 그려냈다. 금새록은 디테일한 연기를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며 웃었다.

"걱정을 많이 했어요. 평소에 욕을 잘 하지 않거든요. 감독님이 그걸 아셔서 오디션을 볼 때 '너 욕은 할 수 있니?', '소리는 지를 수 있어?'라고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래서 '날 얼마나 착한 애로 보시는 거지?'라고 생각했죠.(웃음) 감독님은 제가 영화에서 수정 이답게 보여야 하는데 둥글둥글하게 생겨서 세 보이지 않으니까 그걸 걱정하신 것 같아요. 제게 손가락 욕이나 비속어 쓰는 걸 시키고 검사를 많이 하셨죠. 그래서 그런 걸 친구들이랑 영상으로 찍어서 감독님께 보내 검사받고 그랬어요.(웃음) 감독님은 끝까지 그 부분이 부족하다고 하시더라고요."

'독전' 속 수정과 원호는 나이 차를 뛰어넘어 교류를 한다. 비행청소년과 형사의 조합은 이질적으로 보이지만 영화 속에서는 꽤나 자연스럽게 표현된다. 여기에는 각각 수정과 원호를 연기한 금새록과 조진웅의 남다른 노력이 있었을 터. 금새록은 조진웅과 함께 연기하는 것이 신나고 즐거웠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독전'을 촬영하면서 진웅 선배님과 호흡을 가장 신경 썼어요. 제가 촬영이 띄엄띄엄 있어서 선배님과 친해질 기회가 없더라고요. 그러면 수정과 원호의 관계가 약해 보일까 봐 일이 없을 때도 일부러 선배님이 촬영할 때 과일을 사 갖고 가 같이 깎아먹으면서 대화를 많이 나눴어요. 같이 촬영을 할 때는 선배님과 '이렇게 해보자'고 의견을 나누면서 장면을 만들었어요. 그 과정이 재미있고 신기했던 것 같아요. 행복했죠. 촬영이 끝나면 선배님이 밥도 사주시면서 연기에 대해 조언을 많이 해주셨고요. 이끌어주셔서 많이 의지했죠. 호흡도 좋았고요. 덕분에 원호와 수정의 관계가 영화에서 잘 보인 것 같아요."

배우 금새록 ⓒ News1 이재명 기자

애정을 쏟은 덕일까. 금새록은 '독전' 시사 후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도 작품이 끝났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고. '독전'을 너무나 사랑하게 돼 시원섭섭한 감정을 느꼈다는 그다. 영화가 500만 관객을 돌파한 것도 기쁘지만, 그보다 좋은 사람들을 만난 게 마음에 남는다고.

"감독님께서 고사 지내는 날 '모든 배우와 스태프들이 가장 사랑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하셨어요. 정말 그렇게 된 것 같아요. 작품, 감독님, 배우, 영화사 모두 제게는 큰 인연이 됐어요. 그래서 더 '독전'을 사랑하게 됐고요. 또래 배우들도 너무 친해져서 돈독해요. 그런 사람들 덕분에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어서 감사하죠."

단역부터 주연까지, 그동안 수많은 영화에 출연해왔던 금새록에게도 '독전'은 잊을 수 없는 작품이 됐다. 연기하는 재미, 소중한 사람들을 알게 해 준 덕. 그에게 '독전'을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독전'은 애착을 갖고 오랫동안 사랑할 작품으로 남을 듯해요. 사실 그동안 단역을 많이 해서 리딩 때 배역 이름이 있는 게 처음이었거든요. 감독님, 조진웅 선배님과 대화를 하며 장면을 만드는 기회를 가진 작품이기도 하고… 정말 소중해요."

인터뷰②로 이어집니다.

breeze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