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Talk]'검은 사제들' 400만 관객의 이유 있는 응답
- 장아름 기자
(서울=뉴스1스타) 장아름 기자 = 영화 '검은 사제들'(감독 장재현) 이 20일 오후 1시20분 개봉 16일 만에 4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는 11월 역대 한국 영화 최단 기간 400만 돌파의 기록이자 1000만 영화인 '광해, 왕이 된 남자'와 같은 흥행 속도다. 또 김윤석과 강동원이 첫 호흡을 맞추고, 6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전우치' 개봉 19일째 400만 돌파 보다 빠른 기록이기도 하다.
이 같은 흥행은 11월 극장가 비수기를 뚫고 영화 시장 확대를 이끈 것은 물론, 할리우드 영화들이 강세였던 가을 극장가의 판을 뒤집고 한국 영화의 흥행 열풍을 주도했다는 데서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무엇보다 감독의 영리한 연출과 영화에 대한 진심, 그리고 배우들의 열연이 조화를 이뤘던 만큼 400만 관객이 응답할 수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 신선한 소재로 도전한 영리한 상업 영화
'검은 사제들'은 충무로에서 매우 생경한 엑소시즘이라는 소재에 도전한 작품이다. '엑소시스트', '콘스탄틴' 등 할리우드 영화에서 익숙하게 차용돼 온 소재이지만, 국내에서는 좀처럼 시도가 없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공산품처럼 익숙한 흥행 코드를 반복해왔던 충무로에 신물이 난 관객들은 영화 '암살', '베테랑' 등 1000만 영화가 지나간 후 국내 영화에 좀처럼 애정을 갖지 않았다. 흥행을 담보할 수 있는 익숙한 소재에만 투자가 이뤄지다 보니 이 같은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영화 시장의 파이를 키울 수 있는 방법은 신선한 장르와 새로운 연출이었지만 좀처럼 실현되기가 어려웠다. 그런 점에서 '검은 사제들'은 양쪽의 갈증을 충족시키면서 영리하게 상업영화의 미덕도 함께 지켜냈다. '검은 사제들'의 순제작비는 47억으로, 총제작비는 67억이 들었고, 손익분기점은 약 200만 관객이다. 100억 대의 거액 제작비가 우습게 투자되지 않아도,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여건만 된다면 경제적으로 영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낸 셈이다.
# 배우들의 불꽃 열연
'검은 사제들'의 후반부 하이라이트는 다소 리스크를 동반할 여지가 있었다. 한정된 공간에서 약 40분 동안 구마 예식을 치르는 김신부(김윤석 분)와 최부제(강동원 분)의 모습을 담아낸다는 것은 자칫 감상의 흥미와 몰입도를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후반부 장면으로 관객들의 호평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은 선택과 집중을 잘 한 장재현 감독의 연출 덕분이기도 하지만 배우들의 공이 컸다. 김윤석과 강동원, 박소담 이 세 배우의 에너지가 연출과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면서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악령과 대치하며 기도문으로 기싸움을 하는 김신부와 그의 곁에서 보조 사제로 라틴어 기도를 하는 최부제, 이들 사이에서 악령에 씌인 소름끼치는 얼굴로 스크린을 압도한 영신까지. 구마 예식 시퀀스는 관객들의 시선을 끝까지 사로잡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매 작품마다 신념이 필요한 역할에 진정성을 갖고 접근하고 싶다는 김윤석의 진심과 상업배우로서의 최소한의 책임감을 다하고 싶다는 강동원의 진가를 새삼 되새길 수 있었던 계기이기도 했다.
# 그리고 감독의 진심김윤석은 최근 인터뷰에서 '검은 사제들'에 출연한 이유에 대해 "겉멋을 부리지 않고 우리의 이야기를 담아낸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강동원 역시 이터뷰에서 "익숙한 구조를 신선한 소재로 새롭게 풀어나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며 영화의 상업성이 강한 점도 매력적이었다고 했다. 이처럼 '검은 사제들'은 영화가 지향하는 메시지에 대한 진심과 기존 흥행 코드에 매몰되지 않은 독창적인 진행 방식으로 배우들에게도 흥미를 줬던 셈이다. 장재현 감독이 연출했던 '검은 사제들'의 원작 단편 '12번째 보조 사제'에 대한 신뢰가 크기도 했다.
'검은 사제들'은 '비주류의 희생'이라는 메시지를 아주 간결하게 전달한다. 이는 첫 상업 영화 데뷔에서 욕심을 부리지 않고 진정성을 전달하는 데 주안점을 둔 연출 덕이다. 이 같은 연출은 영화가 의도한 감상에 도달하게 하는 힘이 있었다. 초반부 미스터리한 분위기에서 서스펜스가 유발되고 후반부 영화가 전달하는 공포와 감동에 온전히 압도당할 수 있었던 이유다. 좋은 영화는 관객들의 머리보다 감정이 먼저 반응하기 마련이다. 아무리 화려한 스케일과 캐스팅으로 치장한 영화라도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면 연출은 실패한 것이기 때문이다.
aluem_cha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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