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IN]'열정 같은 소리', 기자들만 웃긴 걸까요?

(서울=뉴스1스타) 유수경 기자 = 영화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가 지난 12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속살을 드러냈다. 시종일관 터지는 웃음의 8할은 정재영의 힘이었다. 다소 과장됐지만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 표현에 상영관에는 키득거리는 웃음소리가 번졌다. 엔터테인먼트계에 종사하는 이들이라면 한번쯤 봤을 법한 등장인물들이 공감을 더했고, 연예부 기자의 민낯과 고충이 고스란히 그려졌다.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가 12일 공개됐다.ⓒ News1star/ '열정 같은 소리' 스틸

▲"다시 해"를 외치는 시한폭탄 부장 하재관

하재관은 회사를 내집 같이 여기며 365일 상주하고, 1분에 한번씩 소리를 지르는 다혈질 부장이다. 그는 백마디 칭찬보다 한마디 욕이 낫다고 믿으며 '열정'을 강요하는 상사다. 풋내기 수습기자에게 "열정을 세 번 외쳐라"고 하는 모습은 '과연 저런 상사가 있을까' 하는 의문을 자아내지만 '싫으면 관두던가' 식의 태도가 '열정페이'를 강요하는 이 시대의 모습을 투영한다. 소속사와의 갈등으로 배우 우지한(윤균상 분)을 "24시간 조지라"고 명령하는 모습, "예고편으로 연기력을 까라"고 지시하는 장면이 큰 웃음을 선사한다. 정재영의 애드리브가 더해져 '환상적인 상사(?)'가 탄생했다.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가 12일 공개됐다.ⓒ News1star/ '열정 같은 소리' 스틸

▲"김우빈 인터뷰는 제가 할게요"..열혈 수습기자 도라희

자기 주관 뚜렷하고 할 말은 해야하는 성격의 도라희. 언론사 출근 첫날부터 "쉬는 날은 정말 없나요?"라고 묻는 골 때리는 수습이다. 의욕적으로 업무에 뛰어들지만 정기자가 되기 위한 여정은 고난의 연속. 취재현장에서 김밥을 먹다 생방송 뉴스에 등장하거나 부장과 전화가 끊긴 줄 알고 휴대폰에 대고 악을 쓰는 모습이 폭소를 자아낸다. 과거 "인턴은 사람이 아니야", "인턴이랑은 겸상 안해" 등의 발언을 들어본 기자로서는 도라희의 모습에서 묘한 연민을 느꼈다. 가슴 속에 사직서를 품고 살다가도 톱스타 김우빈 인터뷰 일정을 듣고 눈이 번쩍 뜨이는 귀여운 수습, 박보영이 연기해서 더 사랑스러웠다.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가 12일 공개됐다.ⓒ News1star/ '열정 같은 소리' 스틸

▲앞뒤가 철저히 다른 엔터계 큰손 장대표

극중 우지한을 톱스타로 키워낸 장대표는 엔터테인먼트계의 대모 같은 존재다. 독기와 열정, 비상하게 굴러가는 두뇌로 화려한 처세술을 자랑한다. 소속배우를 띄우겠다는 일념 하에 PD나 영화 관계자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으며 가식 웃음을 남발한다. 위기의 상황을 타개하는 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인물이지만 제 꾀에 넘어가는 모습도 보인다. 전자담배를 피우며 우지한에게 욕설을 남발하는 장면에서 철저한 이중성을 느낄 수 있다. 진경의 존재감 덕에 캐릭터가 더욱 살아났다.

알려진 대로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는 실제 연예부 기자가 쓴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재미를 위해 극화된 부분이 있으나 치열한 일터의 모습은 꽤 생생하게 표현됐다. '애자', '반창꼬' 등의 전작을 통해 연출력을 인정받은 정기훈 감독이 잘 짜여진 영화를 한 편 더 내놨다. 심오한 메시지를 전하지는 않으나 심심한 위로가 된다. 오는 25일 개봉.

uu8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