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채, 데뷔 10년차에 알게 된 연기의 소중함(인터뷰)
- 장아름 기자
(서울=뉴스1스포츠) 장아름 기자 = 배우 송은채는 올해로 데뷔 10년차를 맞이했다. 많은 이들의 기억 속의 송은채는 여전히 얼짱 출신 배우이거나, '몽정기2'의 성에 호기심이 많던 여고생이거나 혹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의욕이 상당히 넘쳤던 모습의 강은비로 남아 있다. 수식어가 분명하다는 건 때로는 깊은 인상을 남기기도 하지만, 변화를 감행하는 과정에선 제약이 되기도 한다. 후자를 택하는 건 그 자체로 큰 도전이면서 자연스레 많은 시행착오가 뒤따르는 선택이기도 하다.
그간 송은채는 오랜 시간 공백기를 가졌다. 그 사이 예명을 강은비에서 송은채로 바꿨고, 연기력을 다지기 위해 끊임 없이 공부를 하기도 했다. 이 과정엔 그만의 각오가 담겨 있었다. 그는 "강은비라는 이름을 사랑해주셔서 감사했다. 새로운 도전의 의미로 이름을 바꾸고 활동을 시작하려 한다"고 했다. 실제로도 이름을 바꾼 후 작품 출연 제의가 많이 들어오기도 했다며 이름을 바꾼 건 잘한 일인 것 같다고 웃어 보였다.
송은채는 오는 15일 개봉되는 영화 '어우동 : 주인 없는 꽃'(감독 이수성 / 이하 어우동)을 통해 연기 변신에 나섰다. 양반가에서 태어나 곱고 아름다운 자태와 지성까지 겸비한 한 여인 혜원(송은채 분) 역을 맡았다. 혜인은 남편에게 배신당한 후 복수를 위해 왕조차 탐하고자 했던 최고의 꽃 어우동으로 다시 태어나게 되는 인물이다. 부녀자의 삼종지도를 운운했던 당시 가부장적인 유교적 관념에 의해 운명이 좌우될 수밖에 없었던 여성이기도 했다.
"3년 반 정도를 쉬었어요. 어릴 때부터 일을 하다 보니까 자유가 많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그냥 우선은 쉬면서 연기 공부도 열심히 하고 여행도 다녔어요. 아르바이트로 웹디자인도 했고요. 타석증 때문에 수술을 받기도 했는데 제가 엄살이 별로 없다 보니까 2년 동안 병을 결국 키우고 병원에 간 셈이 됐어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병원에 갔는데 병원에선 왜 이제 왔냐고 묻기까지 했네요. (웃음)"
송은채는 쉬는 동안 오디션을 보러 다니기도 했다. 새로운 장르, 다양한 배역에 대한 연기 갈증도 느꼈기 때문이었다. 10년이라는 시간동안 여러 작품에 출연했지만 대표작이 줄곧 데뷔작 '몽정기2'로 기억되기도 했고, 이미지 변화에 대해 나름 노력하기도 했지만 스펙트럼을 넓히기가 좀처럼 쉽지 않았다고. 자신을 둘러싼 편견을 깨고 대중과 소통할 기회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것이 그의 이야기였다.
"사실 오디션을 보러 가면 연기 굳이 안 봐도 될 것 같다는 말도 들은 적도 있어요. 제 연기가 많이 늘었다고 하기는 그렇지만 열심히 준비한 연기를 못 보여드리는 건 많이 아쉽더라고요. 연기를 보여드리지도 못했는데 캐스팅이 안 돼서 개인적으로 고충이 많았어요. 그러다 회사에서 '어우동'이라는 영화의 시나리오를 접하게 됐고, 의욕적으로 오디션을 보게 됐어요."
송은채는 '어우동'이 흥미로웠던 점을 어우동이라는 인물을 재해석한 점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스캔들이 많았던 여성이라고 생각했지만 지적인 면도 상당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어우동이 직접 지은 시도 많이 알려져 있다면서 성적인 면만 부각된 것이 아쉽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지적이면서 미모도 상당했던 어우동을 연기하기가 부담스럽진 않았을까.
"사실 당대 최고 미인이라고 인지하지 못했어요. 영화 홍보가 시작되면서 그때서야 '미인이었구나'라고 생각했던 정도였지, 그냥 하고 싶었던 마음이 더 앞섰던 것 같아요. 감독님이 보시기엔 어우동의 얼굴만이 아닌, 심성과 지적인 부분이 더 아름답다고 생각하시지 않았을까요. 외적인 부분을 부각시키시려고 했다면 제가 아닌 다른 분이 더 어울리셨을 것 같아요."
송은채는 '어우동'에서 직접 한국 무용을 선보인다. 안양예고 시절 한국 무용을 전공했던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오랜 시간 무용을 쉬었던 탓에 하루에 6, 7시간 동안 무용을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무용 이외에도 승마와 서예도 배우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연기에 임하는 자세에서 더 절제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연기에 진지하게 접근하려 했던 모습이 '어우동'에 캐스팅될 수 있었던 이유일 것으로 짐작됐다.
"감독님께서 저를 선택하신 이유요? 직접 말씀하신 적은 없어요. (웃음) 그냥 제 생각은 무용할 때 눈빛이 달라진다고 하시더라고요. 무용 장면을 찍을 때도 '은채가 눈빛이 달라진다'고 하셨는데 그때 어우동의 모습이 보여졌던 것 같아요. 오디션 때도 직접 췄던 한국 무용이 담긴 동영상을 보여드렸었는데 그러면서 이 작품이 제 인생의 전환점이 될 것 같다고 말씀드리기도 했었어요. 아마 절실한 제 모습이 감독님의 마음을 움직이지 않았을까요."
'어우동'에는 농도 짙은 베드신이 여러 번 등장한다. 상대 역에 따라 베드신이 각기 다른 색(色)으로 나타난다. 송은채는 백도빈의 조언에 따라 세 가지 느낌의 베드신을 선보이려 노력했다고 했다. 그는 "혜인일 때, 결혼했을 때, 어우동이 됐을 때 등 각기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면서 "첫 테이크 이후 최소한의 인원이 투입됐고, 어우동이라면 노출 상태를 편하게 즐겼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부담감이 줄어들었다"고 했다.
"시나리오를 읽어 봤지만 베드신에 대해 전혀 감지를 못하고 출연했어요. 노출이 먼저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거든요. (웃음) 베드신을 찍을 때가 다가와서야 알게 됐어요. 흐름상 나와야 하는 장면이었지만 제가 만약 부담감을 느끼고 노출을 하는 것에 대해 창피하다면 어우동이라는 인물에게 죄송스러운 일인 것 같더라고요. 20대 마지막에 의미 있는 작품을 하게 됐다는 생각 뿐이어서 정말 아무렇지 않았어요."
'어우동'은 만듦새가 썩 괜찮은 영화이지만, 어우동의 심경 변화가 설득력 있게 다가오지 못하는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혜인에서 어우동이 될 수밖에 없었던 명분은 충분했지만 과정이 조금 더 심도 깊게 그려지지 못한 탓이 컸다. 이수성 감독은 어우동을 제도권을 벗어나고 싶었던 신(新) 여성인 것처럼 재해석하려 했지만, 캐릭터의 저항 의지가 다소 부족한 부분도 분명 존재했다. 그 변화를 연기하는 데 있어서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 궁금했다.
"한복이나 마스크, 그런 것들이 주는 무게감이 남다르더라고요. 가체라든지 액세서리와 기루방에서 오는 무게감이 배역에 집중이 잘 되도록 도와줬어요. 스태프들도 제가 어우동으로 변해 있으면 그 분위기를 같이 만들어주시기도 했고요. 저와 같이 연기를 해주신 셈이예요. 돌이켜 보면 '당시 정말 캐릭터를 잡기 좋았던 상황이었구나'라고 새삼 깨닫게 돼요. 백도빈 선배님도 현장에서 엄마처럼 챙겨주셨고, 여욱환 오빠도 제가 새초롬하게 있으면 '누가 우리 여배우를 삐치게 했냐'고 장난도 쳐줬고요. (웃음)"
영화의 개봉을 앞둔 송은채의 마음가짐은 그 어느 때보다 진중하다. 연기에 대한 소중함을 알게 된 시기에 대중에게 선보이는 작품이면서 언제나 열아홉, 스무 살 일 것 같았던 그를 대중에게 성숙한 여인으로 각인시켜 줄 작품이기도 하다.
"제가 연기를 하고 싶었던 이유는 어릴 적부터 많은 친구를 두지 못했기 때문이었어요. 친구에 대한 그리움도 컸고, 외로움을 달래고사랑 받고 싶은 마음이 커서 연기자가 된 것 같아요. 연기를 하게 된다면 많은 사람들이 사랑해 줄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나봐요. 연기자가 되고 많은 사랑도 받았지만 동시에 질타도 받았는데 그때는 '왜 나를 미워할까'라는 생각도 들고 힘들었어요. 그런데 수술을 하고 나니까 '그때 그건 아무 것도 아니었구나', '연기 마저도 못하는 순간이 올 수 있구나', '미움을 받는 순간도 필요하구나'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송은채는 '어우동'을 둘러싼 또 다른 편견을 우려했다. 그는 "관객들이 영화에 편견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영화를 통해 어우동이라는 인물에게 색다른 면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으면 좋겠다. 사랑에 대한, 영화만의 메시지에 대한 작품의 관점도 특수하다"고 했다. 그간 자신에 대한 편견으로 인해 영화가 피해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고도 털어놨다. 그러면서 언론시사회 이후 영화에 대한 반응이 고무적이라며 다행이라고 활짝 웃었다.
"사실 저는 스타도 아니고 연기자로서 연기력으로 많은 분들에게 평가를 받은 적이 없어요. 좋은 영화에 출연한다고 했을 때 저에 대한 시선 때문에 영화와 감독님, 배우들에게 괜히 피해를 드리는 게 아닐까라는 걱정도 있었어요. 그래서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 같아요. 그래도 시사회 때 보신 분들은 생각보다 좋았다고 말씀해주시고, 어우동이라는 인물을 다시 보게 됐다고 해주셔서 정말 감사할 따름이예요."
aluem_cha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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