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왕' 절대간지 안재현, 연기에 눈뜨다

[인터뷰]"이래서 연기하는 구나, 당장 또 하고 싶었다"

(서울=뉴스1스포츠) 이경남 기자 = 얼굴에 잘생김을 묻히고 어깨엔 멋짐을 짊어진 진짜 '만찢남'(만화를 찢고 나온 남자)이 나타났다. 영화 '패션왕'에서 기안고등학교 최고의 패셔니스타 원호 역으로 열연을 펼친 안재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안재현은 2009년 제4회 아시아모델상시상식 신인모델상 을 수상하면서 모델로 데뷔했다. 이후 최범석, 정두영 김선호 등 서울 컬렉션 무대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며 톱모델로서 이름을 날린 그가 어느 날 갑자기 불쑥 브라운관에 얼굴을 내밀었다.

안재현은 지난해 방영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천송이(전지현 분)의 남동생으로 천윤재 역으로 연기에 입문했다. 시니컬한 고등학생 캐릭터로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눈도장을 찍은 그는 드라마 '너희들은 포위됐다'에 연이어 출연하며 모델에서 배우로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여줬다.

안재현이 최근 진행된 뉴스1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패션왕'에 출연을 결심한 이유를 공개했다. ⓒ 퍼스트룩 제공

그의 스크린 데뷔작이자 연기자로서의 세 번째 작품인 영화 '패션왕'은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인기를 모은 동명의 웹툰 '패션왕'을 영화화한 것으로 모델 출신다운 남다른 기럭지와 훈훈한 외모로 극장을 찾은 여성 관객들의 눈을 즐겁게 하고 있다. 캐릭터와의 높은 싱크로율은 물론, 한 뼘 더 성장한 연기력으로 극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Q: 모델 출신으로서 모델 캐릭터를 연기했는데 어땠나.

A: "모델 역할이라 편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모델은 모델이고 연기는 연기더라고요. 모델을 했던 경력이 이번 캐릭터를 연기하는 데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어요. 카메라의 움직임부터 달랐으니까요."

Q: 원작이 있는 작품 속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패션왕'을 선택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A: "영화 얘기가 나오기 전부터 원작 웹툰은 즐겨봤어요. 제가 모델 활동할 당시에 나온 작품이에요. 패션에서 유명한 분들이 이름이 살짝 다르게 해서 캐릭터화돼서 나왔거든요. 제 이름도 나올까 은근히 기대하면 봤던 기억이 나요. 또 '패션왕'은 캐릭터도 캐릭터지만 배울게 많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Q: 극중 원호는 자신의 것을 지키기 위해 치졸하고 위협적인 방법으로 우기명(주원 분)을 바닥으로 끌어 내린다. 악역 캐릭터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

"일단 악역에 대한 거부감은 전혀 없었어요. 연기라는 것 자체가 다양한 옷을 입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또 원호도 나름의 상처가 있는 친구잖아요. 이 친구가 완벽해 보이지만 친구가 없고, 외로움도 많아요. 우기명이 등장하면서 자신의 완벽함에 금이 가니까 위기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너무 극단적인 부분이 있지만 연민을 가지고 캐릭터에 몰입했죠. 또 극중에서는 대립관계지만 촬영장 분위기가 좋아서 즐겁게 촬영했어요."

안재현이 최근 진행된 뉴스1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화기애애했던 '패션왕'에 촬영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 퍼스트룩 제공

Q: 현장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고 들었다. 텃세도 기싸움도 없는 유일한 영화 촬영장이었다며 출연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입을 모아 칭찬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

"출연배우들과 지금도 친구처럼 지내요. 촬영장에 오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모여서 아이디어 회의를 했죠. 덕분에 재밌는 에드리브도 많이 나왔고요. 극중에서 저는 늘 심각하고 힘을 주고 있지만, 현장에서 하도 많이 웃어서 지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주원에게 정말 많은 걸 배웠어요. 카페라테처럼 맛은 부드러우면서도 향은 오래 남는 친구인 것 같아요. 부드러움 속에 카리스마가 있다고 할까요? 동갑내기가 연기를 잘하니 저에게는 자극이 됐어요. 부드러움으로 모든 촬영 스태프들을 챙기고, 그 와중에 연기를 제대로 해내더라고요. 자극이 되고 동경하는 마음도 생겼죠."

Q: 벌써 세 작품째다. 데뷔작인 '별에서 온 그대'는 PD와 작가의 끈질긴 권유로 시작하게 됐다고 했는데, 한 작품으로 끝내지 않고 연기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연기의 맛이 알게 된 건가.

A: "정말 연기할 생각은 없었어요. 제 분야가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저는 연기를 해본 적도 없고 들은 적도 없는데 무턱대고 하고 싶지 않았어요. 공부가 필요하고,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별그대'의 박지은 작가와 장태유 감독님이 저한테 친절하게 다가와 주셨고, 언제 내가 이런 분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생각했고 연기에 도전을 하게 됐어요. 그리고 '별그대', '패션왕', '너포위'까지 계속 맞물려서 촬영했는데 그러다 보니 세 편이 한 편처럼 느껴졌어요. '너포위'가 딱 끝나고 감정들이 확 몰려오더라고요. '이래서 연기를 하는구나. 당장 또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즐거웠어요."

안재현이 최근 진행된 뉴스1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포부로서의 포부를 밝혔다. ⓒ 퍼스트룩 제공

인터뷰를 통해 만난 안재현은 보기 드문 개념 청년이었다. 일찍이 철이 든 탓에 친구들과 어울려 유흥을 즐기기보다 일에 집중했고, 남들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은 성격과 완벽주의자의 성향 때문에 끊임없이 배우고 노력했다. 욕심도 많았다. 배우 1년 차임에도 벌써 세 작품을 선보였고, 중국에서도 영화 '웨딩바이블'을 촬영했다. 더빙이 가능하지만, 그는 상대방을 위해서 중국어를 배워 극중 반 정도의 대사를 중국어로 소화했다. 패션 쪽에 오래 남고 싶어 주얼리 디자이너 일도 시작했고, 다양한 캐릭터를 위해 최근에는 무용, 액션 등을 배우기 시작했다.

"이 젊음을 느끼면서 열심히 살고 싶어요. 앞으로도 긍정적으로 즐겁게 연기하고 싶어요. '안재현 나왔어. 재밌겠다'하는 배우가 되는 게 꿈이에요."

lee122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