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스캐너] 김기덕 '뫼비우스', 욕망과의 소통

김기덕 감독의 영화 '뫼비우스' 포스터(NEW 제공). © News1

'오랜만에 그를 만났다 그와 영화를 봤다 // 그건 일상의 슬픔과 고독에 대한 영화였고, / 가는 비가 내리는 장면이 너무 많았다 // 지나치게 절제된 배우의 연기가 계속되었다 그건 / 내 인생을 베낀 각본에 의한 것이었다 / 파르르 떨리는 배우의 눈썹이 화면을 가득 채웠고' (황인찬 '혼자서 본 영화' 중)

김기덕 감독의 신작 '뫼비우스'가 5일 개봉했다. 김 감독은 제목에 대해 "가족, 욕망, 성기는 애초에 하나일 것"이라며 "개인적 고민일 수 있다. 이 시대를 살면서 내 안의 에너지를 이해할 수 없을 때 스스로가 만들어낸 이미지와 스토리인 것 같다"고 뜻을 설명했다. 황인찬 시인의 글을 빌리자면 "그건 '김 감독의' 일상의 슬픔과 고독에 대한 영화"였다.

그러나 '뫼비우스'에는 "인간은 욕망으로 태어나고 욕망으로 나를 복제한다"라는 김 감독의 뜻이 담겨 있기에 단지 그만의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 "내 인생을 베낀 각본"으로 한 우리의 이야기로 소통하려 한 김 감독은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제한상영가 판정에 3분을 편집하면서까지 개봉을 추진했을 것이다.

'뫼비우스'의 이야기는 남편(조재현 분)의 외도를 목격한 아내(이은우 분)가 복수로 아들(서영주 분)의 성기를 절단하면서 전개된다. 남편은 아들을 위해 자신의 성기를 잘라 이식해주고 아들은 아버지의 내연녀(이은우 분)를 향해 간다. 집 나간 아내가 돌아오면서 남편과 아들의 경계가 무너지게 되고 가족은 파멸을 향해 간다. 얽히고 설킨 욕망 속에서 전과 같이 회복될 수 없는 가족의 모습이 담겨 있다.

영화 '뫼비우스'의 한 장면(NEW 제공). © News1

영화는 실소를 자아낼 정도로 성기와 그것에서 비롯한 쾌감에 집착한다. 아들의 성기가 잘린 후 아버지가 상황을 개선하고자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입력하는 것은 '성기 이식', '성기 없는 쾌감', '온몸은 성기다' 등의 검색어다. 결국 아버지가 얻은 해결책은 피부를 돌로 갈거나 몸에 칼을 꽂아 흔들며 극단적 고통 속에서 황홀감을 느끼는 '피부 자위'다.

이들이 이렇게까지 집착하는 쾌감을 황홀감이란 뜻의 엑스터시(ecstasy)로 읽어본다면 '뫼비우스'가 소통을 향한 시도라는 점은 좀 더 드러난다.

엑스터시의 라틴어 어원은 엑스타시스(ekstasis)다. 철학자 강신주는 '철학적 시 읽기의 괴로움'에서 "바깥을 의미하는 엑스(eks=ex)와 상태를 의미하는 스타시스(stasis)로 구성된 엑스타시스는 바깥으로 나가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엑스터시는 글자 그대로 '자신이 없다고 느껴지는 경지나 상태'"라고 말했다. 강신주는 "바깥이란 타자가 있는 자리다. 엑스터시를 목적으로 하는 섹스는 근본적으로 타자와 소통하겠다는 인간의 절절한 의지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했다.

영화는 따로 떨어져 있는 듯 보이는 개인, 가족들이 아버지와 아들, 아들과 어머니, 아버지와 내연녀 사이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뫼비우스처럼 욕망 속에서 하나로 엉켜 있는 모습을 파멸의 서사로 시각화한다. 이는 극단적으로 표현된 타자와의 소통 의지에 다름 아니다.

김기덕 감독이 직접 그린 '뫼비우스' 포스터(NEW 제공). © News1

동시에 이 영화는 욕망을 있는 그대로 끄집어내며 자신의 욕망은 정말 어떤 모습인지를 묻는다. '뫼비우스'에서는 성욕은 물론 수면욕과 식욕 등 기본적 욕망을 날 것으로 묘사한다.

집 나갔다 돌아온 아내는 자신의 침실로 들어가 곧장 잔다. 아내는 옷 매무새를 챙기지 않는 것은 물론 적나라하게 코를 골며 잔다. 먹는 장면 역시 포장돼 있지 않다. 남편이 내연녀와 데이트하는 비일상적이고 자연스럽지 않은 순간에서만 스테이크를 썰며 의식적인 식사를 할 뿐이다. 아버지와 아들이 일상 속에서 먹는 것은 복잡한 조리나 거창한 예식을 거칠 필요 없는 컵라면이다.

이러한 날 것의 욕망과 뫼비우스처럼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자신의 욕망인지 구분되지 않는 상황 속에서 영화는 스스로의 욕망과 소통할 것을 자극한다. 자신의 욕망이 어떤 모습인지, 자기 것이라 할 수 있는지를 말이다.

영화가 무언극인 점도 소통의 연장선상이다. 이와 관련해 김 감독은 "대본에서 의도적으로 대사를 배제했다. 대사에 집중하지 않고 이미지로 이야기를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언급했다. 강신주는 "입놀림을 멈추지 않는다면 입맞춤은 불가능한 법"이라고 했다. 대사의 부재는 결국 본질에 도달하지 못할 무수한 언어들을 떠나 날 것의 욕망을 주제로 좀 더 효과적으로 관객과 대화하기 위한 한 방법인 셈이다.

다만 김 감독이 여성 인물과 소통하는 방식은 불편함을 남긴다.

이은우는 1인 2역으로 어머니와 내연녀를 연기했다. 어머니는 남편에 대한 복수심으로 아들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준다. 내연녀는 남편과 아들, 그리고 불량배들이 욕망하는 대상이다. 성기 절단으로 복수를 대신한 어머니는 남편에게서 돌아서서 그의 성기가 이식된 아들을 바라보고 내연녀는 애인에 이어 그의 아들의 손길을 갈구한다.

다시 말해 여성 인물은 남성의 욕망 대상이자 남성을 향한 질투의 화신으로만 나타난다는 것이다. 정신분석학자 라캉은 대부분의 남성이 자신의 욕망을 투사한 대상을 찾는다며 "남자에게 여성은 어머니 아니면 매춘부일 수밖에 없다"고 바라본 것과 겹친다. 결국 '뫼비우스'가 욕망과 관련해 소통을 시도하고자 하는 영화라면 현실과 겹치는 여성 인물에 대한 이러한 시선 역시 이야기거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5일 개봉. 상영 시간 90분. 청소년 관람불가.

gir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