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 스캐너] '고령화가족', 매력적인 캐릭터가 장점

영화 '고령화가족'. (흥미진진 제공) © News1
천명관 작가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고령화가족'(5월 9일 개봉)은 매력적인 캐릭터가 눈에 띄는 영화다.
범상치 않은 가족의 이야기를 코믹하게 다룬 이 영화는 각 인물들에 뚜렷한 개성을 부여하는 데 초반부를 할애한다.
영화 속 인물들은 사실 지금까지 많은 영화나 소설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던 이들이다. 엄마 집에 빌붙어 사는 철없는 백수 첫째 아들 오한모(윤제문 분), 데뷔작부터 흥행에 참패한 영화감독 둘째 아들 오인모(박해일 분), 세번째 결혼을 앞두고 있는 셋째 딸 오미연(공효진 분), 되바라진 성격을 자랑하는 사춘기 여중생 민경(진지희 분), 무한한 사랑으로 자식들을 보듬는 엄마(윤여정 분).
전형적으로 보이는 이 인물들에 영화가 성공적으로 숨결을 불어넣을 수 있었던 것은 오롯이 배우들의 매력 덕분이다. 특히 눈에 띄는 이가 진지희(14)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쟁쟁한 배우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잃지 않는다.
일단 매력적인 인물들이 성공적으로 표현되면 영화는 각 인물들 사이에 사건을 만들어 화학적 결합을 시도한다. 가족 구성원들 사이의 해묵은 감정이 폭발하고 숨겨왔던 비밀이 드러난다. 이 와중에 한 인물은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려 하고 이 때문에 위험에 빠지기도 한다.
영화는 이처럼 매력적인 인물들과 이들 간의 화학적 결합으로 극을 이끌어 나간다.
영화 '고령화가족'. (흥미진진 제공) © News1
이러한 극 흐름 속에서 영화는 같이 밥을 먹는 '식구(食口)'로서의 가족의 의미를 강조한다. 영화 처음에 오인모를 집으로 불러들이는 것은 엄마가 요리한 닭죽이다. 엄마는 영화 내내 고기를 구워서 자식들을 먹인다. 우는 민경을 달래는 엄마는 "먹을 것 있으면 식구끼리 나눠 먹어야지"라고 말한다. 찌개를 떠먹는 다섯 식구의 숟가락을 담아낸 장면은 더욱 직접적으로 이런 메시지를 전한다.
'고령화가족' 속 인물들의 뚜렷한 개성이 극의 에너지를 만드는 원심력이라면 식구에 대한 강조는 이 에너지를 영화의 메시지로 집중시키는 구심력이다.
영화는 후반부 들어 오인모와 오한모의 관계에 집중한다. 이 과정에서 영화는 전형적인 신파극으로 변한다. 관객의 눈물을 자극하는 것이 목표가 된다. 그러나 그 목표가 성공적이었는지는 의문이다.
일단 극 분위기의 변환이 갑작스러워 보는 이의 몰입을 방해한다. 또 이 과정에서 개연성이 상실된 몇몇 장면도 눈에 띈다.
'고령화가족'은 후반부의 관성적인 신파극 때문에 아쉬움을 남기는 영화다. 그러나 배우들의 개성을 거름 삼아 생생하게 살아난 인물들과 이들이 만들어내는 화학적 결합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더불어 영화가 지속적으로 강조하는 가족의 의미도 한 번쯤 곱씹어 볼 만하다.
hwon595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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