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아비' 정문성 "두려웠던 살인마 연기…속상하신 분들께 죄송" [N인터뷰]②

ENA '허수아비' / KT스튜디오지니
ENA '허수아비' / KT스튜디오지니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허수아비' 속 살인마를 연기한 배우 정문성이 실제 인물이기에 더욱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드라마 '허수아비'(극본 이지현/연출 박준우)에서 이기환(이용우)을 연기한 정문성은 2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뉴스1과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지난달 26일 막을 내린 '허수아비'는 연쇄살인 사건의 진범을 수사하던 형사가 자신이 혐오하던 놈과 뜻밖의 공조 관계를 맺으면서 펼쳐지는 범죄 수사 스릴러 드라마.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만든 이야기다.

정문성은 친절한 서점 주인 이기환과 끔찍한 연쇄 살인을 저지르는 범인 이용우까지 한 인물의 극과 극 면모를 그리며 소름 돋는 반전을 선사했다. 정문성은 여러 악역 경험이 있지만 '허수아비'에서 스스로 이해할 수도 없고 이해받아서도 안 되는 인물을 연기한 것이 쉽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작품과 열연에 대한 호평에 감사하면서도 무거운 마음으로 반응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N인터뷰】①에 이어>

-실제 모티브가 있는 인물을 연기해야 했다.

▶내가 '허수아비'의 허수아비더라. 실제 인물이 있어서 내 멋대로 연기할 수는 없었다. 제일 매력을 느낀 부분은 프롤로그, 에필로그 부분이 재미있었다. 책으로 볼 때는 너무 재미있었다. 제 대본을 보고 외우고 분석하는데 내가 (범인) 연기를 하면 과거에서 너무 잘 드러날 것 같더라. 감독님과 계속 이야기를 하다가 감추는 방법을 찾았다. 7부까지 얼굴을 다 가렸다. 목소리고 (이)희준이형 목소리를 섞어서 혼돈을 주면서 연기했다.

배우 정문성 / 자이언엔터테인먼트

-어떻게 준비했나.

▶여러 자료가 많이 존재하고 (이춘재의) 음성과 모습이 담긴 자료도 존재하지만 그걸 많이 보려고 하지 않았다. 내가 연기해야 하는 건 이기환과 이용우라고 생각했다. 잘못해서 이기환 이용우의 실제 인물이 깊이 스며들었을 때는 작품도 작품이지만 (사건과) 연관된 분들에 대한, 좋지 못한 선택을 했을 때 오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다. 나는 내가 다 이해를 해야 연기할 수 있는데 이번에는 내 상식에서 연기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이거 나쁜 행동인데'라고 생각하면서 연기하면 그게 드러난다. 그런 연기는 뺐다. 합리화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내 안에 남기지 않고 흘러가듯이 연기하려고 했다. 내 마음에 없는 사람이라 힘들었다.

-범죄자로서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점이 부담이 컸을 것 같다.

▶타인을 마음 아프게 하는 악역도 해봤지만 그건 내 상상, 상식 안에서 해왔다. 나를 납득시키면서 연기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이 사람(이용우)은 그런 걸 최대한으로 배제하면서 연기했다. 범죄자의 사고, 범죄자의 반응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제일 중요하고 제일 기억에 남는 장면은 기범이가 죽는 장면이다. 엄청 덥고 시간적인 여유가 없이 찍었던 기억이다. '살인자면 죽여도 되고 죽는 걸 지켜봐도 되고 죽은 다음에 가도 되는데 이 사람은 도대체 왜 울고 도망을 칠까' 너무 헷갈리더라. 작가님도 상상해서 이 장면을 쓴 것 아닌가. 그 순간은 (배우로서) 이유가 필요했다. 기범이 태주 지원이 세 사람은 나에게 방패 같은 존재, 내가 마음껏 살인을 저지를 수 있기 때문에 이 사람들 앞에서는 하늘이 무너져도 좋은 사람이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기범이가 '왜 그랬냐'고 할 때 내 앞에 방패가 부서진 모습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했다.

배우 정문성 / 자이언엔터테인먼트

-배우로서 거둔 성과가 있다면.

▶형체도 모르고 손에 잡히지 않을 것 같은 인물을 연기해야 했다. 배우로서 나를 걸고 연기를 해야 했는데 그걸 도전했다는 것만으로도 분명히 (배우로서)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연기가) 조금 넓어진 것 같다. 보이는 내 모습이 애정이 가지 않아서 너무 힘들었던 것 같다. '작품 잘 되고 나도 고생했다' 이런 마음이 안된다. 잘 된 건 감사한데 참. 이 인물이 사랑받지 않아야 하니까, 쉽지 않았다.

-또 이런 실제 인물을 연기할 수 있을까.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쉽지 않다. 오히려 존재하지 않는 악인을 하라고 하면 자신 있다. 실제 인물이면 고민이 많이 될 것 같다.

-인터뷰를 통해서 하고 싶은 말이 있나.

▶내 연기로 속상하신 분들이 있다면 죄송한 마음이다. 감독님에게 실제 피해자분들과 이야기를 나누셨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우리가 (사건에) 관심을 가지고 많이 생각했으면 좋겠다.

ich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