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터 아닌 새살 돋길"…'허수아비' 막내 형사 류해준의 바람 [N인터뷰]①

배우 류해준 ⓒ 뉴스1 김진환 기자
배우 류해준 ⓒ 뉴스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ENA 월화드라마 '허수아비'가 남긴 수확 중 하나는 새로운 얼굴들의 재발견이었다. 배우 류해준은 연기파 배우들의 활약 속 막내 형사 역할로 자신의 얼굴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지난 26일 12부작으로 종영한 '허수아비'는 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을 쫓던 형사가 자신이 혐오하던 인물과 뜻밖의 공조 관계를 맺으며 진실을 파헤치는 범죄 수사 스릴러다. 화성연쇄살인사건 실화를 모티브로 한 묵직한 서사와 배우들의 밀도 높은 열연, 예측할 수 없는 전개가 입소문을 타며 매회 화제를 모았다.

류해준은 극 중 강성경찰서 막내 형사 박대호 역을 맡아 극의 한 축을 단단히 책임졌다. 선배 형사 강태주(박해수 분)를 진심으로 존경하며 따르는 순수한 막내였지만, 사건이 깊어질수록 현실에 흔들리고 죄책감과 무력감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의 복합적인 내면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며 호평을 받았다. 특히 후반부로 갈수록 선배 배우들과 섬세한 앙상블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류해준은 2019년 tvN '드라마 스테이지-파고'로 데뷔한 후 노희경 작가의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이병헌의 어린 시절을 연기하며 얼굴을 알렸다. 이후 '이번 생도 잘 부탁해' '커넥션' '페이스 미' '하이퍼나이프' '신사장 프로젝트' 등을 거치며 차근히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이번 '허수아비'에서는 박해수, 이희준, 정문성, 곽선영 등 베테랑 배우들 사이에서도 안정적인 연기와 신선한 존재감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류해준에게 '허수아비'는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단순한 전환점 그 이상의 의미를 남겼다. 그는 작품에 대해 "흉터로 남기보다 새살이 돋오나는 방향으로 조금이라도 위안과 희망을 드릴 수 있었으면 한다"고 바랐다. 또한 박해수와의 호흡을 통해서는 배우로서의 방향성에 대한 확신도 얻었다고 했다. '우리들의 블루스' 이후 또 하나의 굵직한 작품을 남긴 류해준에게 '허수아비'는 배우로서 한 걸음 더 단단해지는 시간이었다.

배우 류해준 ⓒ 뉴스1 김진환 기자

-'허수아비'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작품의 성공을 예상했었나.

▶결과가 이렇게까지 따라올 줄은 몰랐다. 물론 어느 정도 잘되겠다는 생각은 다들 했던 것 같다. 워낙 글이 좋았다. 글부터 촉이 와서 작품이 잘될 것 같다는 느낌은 있었다. 모든 스태프분들과 배우분들이 열심히 한 만큼, 최소한 장르 팬분들은 좋아하시지 않을까 하는 자신감은 있었던 것 같다.

-'허수아비'는 왜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생각했나.

▶모든 사람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집중했던 태도와 준비 과정 덕분인 것 같다. 또 이 소재를 가장 잘 다룰 수 있는 감독님이셨다는 점도 크다고 생각한다. 물론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는 작품이다. 실제 피해자분들도 계시기 때문이다. 그런데 감독님의 의도를 들었을 때도 그렇고, 제가 임했던 태도 역시 같았다. 피해자분들이 보셨을 때 이 아픔을 다시 꺼내 직면해야 하는 작품이지만, 흉터로 남기보다 새살이 돋아나는 방향으로 조금이라도 위안과 희망을 드릴 수 있다면 정말 다행일 것 같다고 생각했다. 꼭 그렇게 될 수 있게 마음먹고 시작했다.

-어느 순간 인기가 가장 실감났나. 류해준 배우를 알아본 사람도 있는지.

▶초중반까지 시청자분들께서 "범인이 이 사람이다, 저 사람이다" 하면서 의견이 너무 갈리더라. 스릴러 장르물에서 그런 반응이 하나의 지표 같은 느낌이지 않나. 그때 실감이 났다. 개인적으로는 후반부 넘어가면서 커뮤니티 반응이나 댓글들을 지인분들이 보내주실 때 "진짜 그런가" 싶으면서 조금씩 체감되기 시작했다. 저를 알아보시는 시청자분들은 이태원이나 합정 같은 사람 많은 곳에 갔을 때 종종 계셨다.(웃음)

-박해수 이희준 등 선배 배우들과 방송을 어떻게 봤나. 드라마의 흥행에 대해 이야기를 자주 나누기도 하는지.

▶방영 날마다 톡방에 모여서 기도하듯 이야기하기도 하고, '허수아비' 단체 티셔츠를 입고 방송을 챙겨보기도 했다. 시청률도 선배님들이 궁금해하셔서 막내로서 "보고드립니다" 하며 다음 날 알려드리기도 했다.(웃음) 하지만 방송 중후반부로 갈수록 (극 중 사건 때문에) 마음이 무거워지더라. 사건 배경을 알고 공부하고 작품에 들어간 입장이다 보니 오히려 보는 게 더 힘들었다. 후반부 볼 때는 진짜 바들바들 떨면서 봤다. 시청자 입장으로만 보기 어려웠다.

류해준 ⓒ 뉴스1 김진환 기자

-이번 작품으로 더욱 얼굴을 알리게 됐는데. 합류 과정은 어땠나.

▶감독님께서 오디션을 몇 개월 동안 진행하셨던 걸로 알고 있다. 저는 오디션을 보진 못했다. 감독님께서 배우를 계속 찾으시다가 제작사를 통해 저라는 배우를 알게 되셨다. 이전에 출연했던 '신사장 프로젝트'와 제작사가 같다. 이후 미팅을 했고 제가 연기했던 자료들을 보신 뒤 "(다른 배우들을) 더 안 봐도 될 것 같다"며 믿음을 주셔서 감사하게 합류하게 됐다.

-작품이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이야기다 보니, 처음 접했을 때 부담감도 컸을 것 같다.

▶이 사건 자체가 누구나 알고 있는 사건이지 않나. 저는 그 당시 세상에는 없었지만 영화나 드라마로 다뤄진 작품들을 통해 알고 있었다. 특히 2019년에 실제 범인이 잡혔다는 뉴스가 한 장면처럼 기억에 남아 있었다. 그게 떠오르면서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었다. 감독님을 만나고 글을 보면서 의도와 설명을 들으니까 책임감을 갖고 꼭 잘 마무리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배우로서도 개인적으로 욕심이 났다. 단순히 연기를 잘하는 문제가 아니라 이 시대상을 살아내고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시청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 배우로서 어떻게 투영될 수 있을지를 많이 고민했다.

-시대 배경이 들어간 데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사건이고 형사 역할이다 보니 준비 과정도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시대적인 배경을 많이 알아보고 공부했다. 관련 서적과 자료들을 찾아가면서 준비했다. 아버지, 어머니께도 물어보면서 준비했다. 인물의 욕망과 결핍, 전사, 서사 등을 떠오르는대로 적어서 만들어가기도 했다. 정답이 없는 작업이기 때문에 최대한 많이 접하고 담아내려 했다.

-캐릭터 외적으로도 노력한 지점이 있다면.

▶초반에는 조금 통통하고 수더분한 느낌이었으면 했고,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체중 변화를 주려고 했다. 아무래도 극 초반 대호는 날렵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경찰서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막내 형사였으니까. 또 태주 선배를 만나기 전이었다. '내가 가야 할 길은 강태주 선배님이다. 난 저런 경찰이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점점 대호의 외형도 변화시켜갔다. 대호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움직이고 어떻게 생각하고 이 시대 속에서 내면에 무엇이 파생됐을지 집중해서 생각했다.

<【N인터뷰】 ②에 계속>

aluemcha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