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오 "김세정과 영혼체인지→멜로까지…모든신에서 교감" [N인터뷰]②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배우 강태오는 지난 21일 종영한 MBC 금토드라마 '이 강에는 달이 흐른다'(극본 조승희/연출 이동현)를 통해 도전의 결실을 맺었다. '이 강에는 달이 흐른다'는 웃음을 잃은 세자와 기억을 잃은 부보상의 영혼 체인지 역지사지(易地四肢) 로맨스 판타지 사극으로, 강태오가 세자 이강 역을 맡아 박달이 역 김세정과 로맨스 호흡을 맞췄다.

이번 작품은 '조선로코-녹두전'(2019/이하 '녹두꽃') 이후 오랜만에 선택한 사극이자, 1인 2역과 영혼 체인지라는 고난도 설정을 동시에 짊어진 작품이었다. 기대와 부담, 그리고 임팩트가 컸던 '녹두꽃' 속 차율무 캐릭터와 비교의 시선을 모두 인지한 채 "율무를 지우기보다 이강의 인상을 남기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이번 작품은 김세정과 함께 완성한 깊은 로맨스 연기뿐만 아니라 '영혼 체인지' 연기가 핵심이었다. 말투, 습관, 몸짓까지 세밀하게 조율하며 두 인물의 경계를 넘나들어야 했던 만큼,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서로의 사소한 것까지 캐치하고 닮아가기 위한 시간과 반복 연습이 이어졌다. "촬영이 끝난 후에도 방송이 나가기 전까지 확신이 없었다"는 고백은 이번 작품에 쏟아부었던 고민과 책임감을 짐작게 했다.

'이 강에는 달이 흐른다'는 지난해 3월 전역 후 올해 선보인 tvN '감자연구소'에 이어 공개한 두 번째 작품이었다. 또한 입대 전 인기를 끌었던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2022) 이후 배우로서 방향성을 정립하는 시점에서 선택한 사극이기도 했다. 강태오는 이 작품을 통해 연기뿐 아니라 현장에서의 태도와 동료에 대한 책임까지 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부담 속에서도 도전의 결실을 맺은 강태오와 드라마 종영을 맞이한 소감을 나눴다.

<【N인터뷰】 ①에 이어>

-영혼 체인지 설정을 위해 김세정과 어떤 피드백을 나눴나.

▶혼자 설정값을 만든 것도 있고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은 부분도 있었다. 영혼이 들어오고 나가는 걸 외적으로만 보여주면 일차원적으로 보일 수 있어서, 둘이 일부러 습관 같은 걸 만들었다. 예를 들어 이강은 세자이기도 하니까 어깨를 펴고 뒷짐을 자주 지는 습관을 만들었고, 세정 씨가 뒷짐을 지고 서 있으면 '아, 이강이 들어왔구나' 하고 알 수 있는 포인트가 되도록 했다. 또 김세정 씨 연기를 유심히 보니 달이가 생각할 때 눈을 굴리는 습관이 있더라. 그런 걸 개인적으로 캐치해서 연기에 적용했다. 조선시대 여성들이 치마를 입고 뛰면 거추장스러웠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달이가 이강의 몸에 들어왔을 때는 치마를 입지 않더라도 습관적으로 치마를 들고 뛰는 듯한 동작도 넣었다. 이것도 혼자 설정한 부분이다. 또 갓을 쓸 때도 일부러 이미지를 부드럽게 보이고 싶어서 푹 눌러쓰기보다는 살짝 들어서 썼다.

-박달이의 말투나 행동을 연기하면서 따라가기 벅차거나 어려웠던 부분이 있었나.

▶초반에는 모든 문장들이 다 힘들었다. 그래서 세정 씨에게 대사 긴 걸 한 번 녹음해서 보내줄 수 있냐고 부탁했고, 노래 듣듯이 계속 따라 읽었다. 또 사투리를 그냥 쓰는 게 아니라 세정 씨가 쓰는 화법의 사투리를 써야 했다. 충청도 사투리도 사람마다 다르게 쓸 수 있지만 무조건 세정 씨의 화법에 맞춰야 했다. 그래서 세정 씨가 쓰는 충청도 사투리만 참고했고, 계속 듣고 따라 하고, 영어 연습하듯이 액센트 같은 것들을 반복했다. 다만 뒤로 갈수록 그런 연습할 시간이 없어져서 촬영에 급급해졌다.

-상대 배우와 관계가 어려웠다면 소통이나 협업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그랬을 수도 있다. 너무 다행히도 세정 씨는 워낙 열려 있는 마인드였고, 에너지도 넘치고 열정도 넘치는 친구였고, 굉장히 호의적이었다. 그래서 그런 부분에서 서로 부담감 없이 의사소통이 원활했고, 합도 너무 잘 맞았다. 서로 배려도 정말 잘해줬다. 달이와 이강을 둘 다 사랑해 주고 이 작품 자체를 너무 좋아해 주는 에너지가 느껴졌고, 저 역시 보면서 많이 배웠다.

-이번 작업을 통해 동료 간의 정이 많이 쌓였나.

▶오히려 부담이 됐다. 연기를 하는데 세정 씨가 옆에서 와서 모니터링을 보고 있으면, 더 잘해야 할 것 같은 압박이 들었다.(웃음) 누군가 대놓고 지켜보고 있으면 괜히 NG가 나면 안 될 것 같고, 연기를 하더라도 더 잘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농담으로 "부담스럽게 보지 말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만큼 더 열심히 하게 됐다. 파트너에게 해가 되지 않으려면 내가 잘해야 하고, 그래야 상대도 그 좋은 모습을 카피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의식을 갖고 더 열심히 했던 것 같다.

-연말 시상식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김세정과 베스트 커플상에 대한 욕심은.

▶그저께 감독님과 배우들이 있는 단체 채팅방에서 그 이야기를 했다. 베스트 커플 후보에 올랐는데 반응이 좋다는 이야기였다. 기분은 좋았지만, 장난으로 김칫국부터 마시지 말자고 웃으면서 넘겼다. 하지만 상을 주신다면 당연히 너무 좋을 것 같다. 상 자체가 좋은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에 받으면 정말 기쁠 것 같다. 또 단체 채팅방에 그런 이야기가 올라왔다는 것 자체가 이강과 박달이 커플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많다는 의미라서 결과를 떠나 기분이 좋았다. 만약 받게 된다면 좋은 마음으로 감사히 받을 수 있을 것 같고, 지금 이 순간만으로도 이미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배우들 역시 만족해하고 있는 것 같다.

-다른 상 욕심도 있는지.

▶ 상에 대한 욕심은 당연히 있다. 친구들과도 "너 상 받고 싶냐" 이런 얘기를 주고받았다. 상을 받으면 당연히 기분은 좋다. 학창 시절 때도 개근상을 받았고, 예전에 하모니카 대회에 나가서 동상도 받았고, 계주 달리기에서도 상을 받은 적이 있다.(웃음) 상을 받으면 다 기분이 좋다. 다만 상이라는 게 그만큼 책임감과 무게가 따른다고 생각한다. 그에 대한 부담도 함께 짊어지는 느낌이 있다. '녹두전'으로 신인상을 받았을 때도 너무 감사했지만, 동시에 새로운 책임감과 과제라고 생각하고 더 성장하겠다고 말한 기억이 있다. 만약 또 상을 받게 된다면 더 큰 숙제가 생긴 거라고 받아들일 것 같고, 그래도 솔직히 상을 주신다면 기분 좋게 감사히 받을 것 같다.

-김세정과의 로맨스가 가장 크게 주목받았다. 스펙트럼이 넓은 로맨스 호흡은 어땠나.

▶우선 영혼 체인지와 관련된 의사소통뿐만 아니라 모든 신에서 케미에 대해 의견을 다 나눴다. 로맨스에서 예를 들면 아름다운 스킨십 장면이나 멜로를 주고받는 눈빛에 대해서는 크게 서로 고민하지 않았던 것 같다. 리허설을 하면서 촬영하면서 연기하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서로 교감을 했다. "이 감정으로 리허설하고 바로 촬영하자" 하고 들어갔는데, 연기하면서 세정 씨가 연월이나 달이의 절절한 눈으로 절 쳐다보는 걸 보고 너무 좋다는 생각을 했고, 저도 거기에 맞춰 리액션을 했다. 그런 부분에서 템포나 케미는 굉장히 잘 맞았던 것 같다.

-극초반 매주 키스신이 나왔다.

▶몸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확인해 보기 위해 뽀뽀를 했던 장면들이 있었다. 우리끼리는 뽀뽀신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저희의 첫 뽀뽀는 입술 박치기였다.(웃음) 마음의 교류가 진짜 오고 가야 진짜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극초반) 그 장면들은 입맞춤 정도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생각한 진짜 첫 뽀뽀의 시점은 아무래도 7~8부쯤이었다. 그 장면이 감정적으로 마음을 확인하는 입맞춤이라고 생각했다.

-최근 회차에서 연월을 마주하고 오열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카메라에 멋있게 잡히기보다 감정을 쏟아붓기로 한 결정이었는지.

▶ 11부 엔딩 대본을 처음 봤을 때 너무 슬퍼서 펑펑 울었다. 온몸에 식은땀이 날 정도였다. 죽은 줄 알았던 연월이가 사실은 맞다는 걸 알게 됐고, 닮은 인물이라고만 생각했던 사람이 진짜 그 사람이라는 걸 깨닫는 순간이 너무 슬펐다. 처음 내뱉는 말이 5년 전에 했던, 떨어지는 꽃잎을 잡으면 어떻게 되는지 아느냐는 이야기였는데 그 한 줄만 보고도 울었다. 달이를 대할 때와 연월이를 대할 때는 감정의 차별화를 두고 싶었다. 박달이를 대할 때는 남자답고 투박한 느낌으로, 눈물을 흘리더라도 어딘가 불편해하는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다. 반면 연월이를 떠올리거나 연월이 앞에 섰을 때는 진정으로 사랑했던 감정, 무장 해제된 아이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그 장면에서는 표정이나 화면에 예쁘게 잡히는 것보다 한없이 무너지는 감정을 보여주고 싶었다. 다만 대본을 계속 보다 보니 감정이 무뎌질까 봐 걱정이 됐다.

aluemcha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