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모 "유행가 365곡 통해 대중가요사 한 눈에…자부심 느끼죠" [N인터뷰]

'오랜 시간 멋진 유행가' 출간

임진모 대중음악 평론가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가 집필한 '오랜 시간 멋진 유행가'(365시대와 유행을 만든 노래들)는 해방 이후부터 2020년까지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유행가에 대해 소개한다. 그 시절 유행가가 대중에게 호응을 얻은 이유를 시대적 배경 혹은 역사적 사건과 결부시켜 설명, 흥미를 더하고 이해를 돕는다. 덕분에 중장년층은 젊은 세대의 음악을, 젊은이들은 고전 대중가요를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한국 대중음악사를 응축시킨 일종의 아카이브인 셈이다.

'오랜 시간 멋진 유행가'는 지난해 방송된 MBC 창사 60주년 라디오 특별기획 '유행가 시대를 노래하다'로부터 시작됐다. 이를 계기로 임 평론가 역시 '언젠가 해야 할 일'에 몰두할 수 있었다. 최근 뉴스1과 만난 임 평론가는 "예전부터 자료를 정리해왔기에 처음 섭외가 왔을 때 자신이 있었다"라며 "나 자신도 한 번은 곡으로 본 가요사에 대해 정리하고픈 욕심이 있었다"라고 유행가 역사 정리를 결심한 계기를 밝혔다.

임진모 대중음악 평론가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해당 프로젝트를 통해 소개된 가수의 면면도 다양하다. 해방 이후 최고의 가수로 꼽혔던 현인부터 '가왕'으로 불리는 조용필, 가수와 작가로 모두 활약한 전영록, 대중 음악사에 중요한 터닝포인트를 제시한 서태지와 아이들,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방탄소년단(BTS)까지…. 그 시대에 인기를 얻은 이들의 유행가를 통해 대한민국 대중음악사를 개괄했다.

실제로 1959년생인 임 평론가는 라디오를 통해 대중가요를 섭렵한 '라디오 세대'다. 어린 시절부터 라디오를 통해 1940~1960년대 가요를 줄기차게 들어왔기에 고전 가요에 대한 접근이 어렵지 않았다. 음악평론가로 활동하면서는 다채로운 장르의 노래는 물론 최신가요까지 섭렵하며 원로 평론가의 폐쇄성에서 벗어나는 동시에 트렌드를 읽으려 노력을 쏟았다. 덕분에 선곡에는 어려움이 없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의미 있는 곡이 많기에 추리기도 쉽지 않았을 터. 임 평론가는 "365일 동안 매일 노래를 소개하는 것이라 계절에 맞게, 특별한 날에 맞춰 시의성 있게 소개를 하려고 했다"라 말했다. 다만 시대별로는 비중을 고루 두려 했다는 설명이다. 임 평론가는 "우리나라 가요의 황금기가 1980~1990년대이기에 그 시기 곡들이 가장 많아야 했고, 이후 1940~1950년대, 1960~1970년대, 2000년대는 일정한 비율로 소개하려 했다"라며 "비교적 완벽하진 않지만 개인적으로는 공평하고 객관적으로 곡을 선정했다"라고 설명했다.

임진모 대중음악 평론가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임 평론가는 방송을 하면서 동시에 책 원고도 함께 작업했다. 책을 보면 곡 당 한 페이지로 끝내는 콤팩트한 구성이 눈에 띈다. 장황한 설명보다는 핵심만 짚으려는 작가의 의도가 담겼다. 임 평론가는 "어떤 예술 분야든 작품에 대해 정리할 때 예술적 관점으로 갈지, 시대적인 관점으로 갈지가 중요하다"라며 "책을 두껍게 만들고 싶지 않아 핵심만 짚으려고 했다"라고 말했다. 읽는 사람이 대중가요에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책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이었다. 가볍게 어휘나 문체를 구현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지만 임 평론가는 '부담 없는 책'에 대한 민감성을 끝까지 유지하고자 했다.

특히 임 평론가가 주목한 건 '시대성'이다. "시대 속의 대중가요를 인식했으면 했다"라며 "대중가요는 예술적으로 승부 보는 분야가 아니라, '그 시대를 어떻게 소구 하느냐', '정서적 밀착감을 받느냐'의 문제"라며 이를 중요하게 바라봤다. 그렇기에 오일 쇼크 이후 발표된 '제7광구'는 산유국을 향한 국민들의 염원을 대리해 큰 호응을 얻었고, '울고 싶어라'는 1988년 11월 국회 청문회를 계기로 국민의 심리를 대변해 가치가 올랐다. 그만큼 대중가요가 시대 속 국민정서에 얼마나 맞닿아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오랜 시간 멋진 유행가'에는 그런 맥을 짚어낸 곡들이 실렸다.

물론 아쉬움도 남는다. 곡의 수를 365개로 제한하다 보니 시대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는데도 책에 실리지 못한 곡들이 있다. 임 평론가는 "해방 이후 가요들을 대상으로 해 이난영의 '목포의 눈물', 이애리수의 '낙화유수' 등 대중가요의 서막을 연 곡들이 실리지 못했다"라고 했으며, 이어 "이미자의 노래들 역시 더 수록돼야 맞는데 시대가 안 맞아 빠진 게 몇 곡 있다"라고 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3~4년 뒤에는 1920년대부터 2026년까지의 노래 중 365곡을 추리는 작업을 하고 싶다"라고 바람을 전했다.

임진모 대중음악 평론가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책에서 못다 한 이야기는 임 평론가가 출연하는 유튜브 채널 '음악아저씨 임진모'에서 더 만나볼 수 있다. '음악아저씨 임진모'에서는 국내 가요계를 넘어 해외 팝 시장까지 음악계에서 일어난 다양한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들려준다. 임 평론가는 "매체 활동을 충분히 하고 있어서 처음에는 내키지 않았는데 회사에서 권하더라"라고 유튜브 시작 계기를 밝히며, "이를 통해 이익을 창출하거나 지명도 확산을 꾀하는 건 아니고, 사람들이 와서 음악 얘기를 즐겁게 들어줬으면 한다"라고 소박한 바람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임 평론가는 "곡으로 본 대중가요사를 정리한 것 자체에 자부심을 느낀다"라며 "이 책을 통해 가요 역사를 완벽하게 공부한다기보다, 대중가요에 대해 연구하거나 관심 있는 사람들이 어떤 계기를 마련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평론가로서 '시대의 관찰자'가 돼야 한다고 본다"라며 "시대를 주시하고, 이를 머릿속에서 고통스럽게 해석하는 게 평론가의 숙명"이라고 해 앞으로도 끊임없이 연구를 이어갈 뜻을 밝혔다.

breeze5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