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집' 박시우, 성장통 겪은 10년…"위로 주는 배우 되고파" [N인터뷰]

배우 박시우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다섯살에 TV를 보며 '왜 나는 저기 안 나와?'라고 했대요.(웃음) 아역이 아니었어도 언제든 배우가 되려고 하지 않았을까요. 연기가 제일 좋아요."

박시우(25)는 열다섯살이던 2012년 드라마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에서 박시연의 아역으로 본격적인 연기 활동을 시작했다. 성장통은 성인이 되고 찾아왔다. 배우로서, 직업인으로서 연기를 바라본 것. 박시우는 연기를 하면서 겪는 힘듦보다, 연기를 하지 않는 날들이 더 힘들었다고 했다. 그리고 지금은 그 어떤 것보다 꾸준히 연기를 하는 배우로 살고 싶다고 했다.

드라마 '삼총사' '풍문으로 들었소 ' '미스티' 영화 '마담 뺑덕' 등을 거치며 경력을 쌓은 그는 올해 MBC 일일드라마 '비밀의 집'에서 김혜림 역할로 시청자와 만났다. 박시우는 매일 촬영장으로 출퇴근하면서 진짜 직장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고, 지난 1년을 돌아봤다.

박시우는 "지금까지 활동하면서 6개월이나 찍은 작품은 없었는데 '비밀의 집'은 끝나고 너무 아쉽더라, 끝나고 나니 나 자신이 너무 대견하고 뿌듯하다"라고 말했다.

배우 박시우

여러 작품을 만났지만 특히 '비밀의 집'에서 느낀 색다른 점은 있었다. 바로 가족들의 반응. 박시우는 "작품들이 다 늦게 하고 OTT 플랫폼에서 나온 경우가 많아서 외할머니가 제가 나온 작품을 다 봤다"라며 "'비밀의 집'은 드디어 보셨더라, '나오는구나' 정도로 별로 신기해 하지는 않으셨지만"이라며 웃었다.

직장인 역할은 처음이었다는 박시우는 "(촬영장이 있는) 일산을 6개월 동안 다니면서 진짜로 출퇴근을 하는 느낌이었다"라며 "대중교통에서 직장인들과 같이 출근을 하면서 뭔가 나도 직장인이 된 것 같고 요즘 직장인들의 패션은 어떤지 어떤 모습으로 다니는지 보게 되더라"고 했다.

사회생활을 하는 친구들을 통해 직장에서의 자연스러운 말투를 고민하기도 했다고. 그는 "20대 후반 캐릭터도, 회사원 역할도 처음이었는데 어쨌든 그 설정이 나와 따로 놀까봐 걱정이 됐다"라며 "학생처럼 보이면 어떡하나 싶었는데 슬랙스 바지와 셔츠를 입는 순간 직장인으로 보이더라"고 덧붙였다.

2012년 드라마 '착한 남자'로 연기 생활을 시작했다. 벌써 10년차, 박시우는 이 시간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그는 "그냥 일을 한 것 같다, 달라진 건 과거에는 학생이면서 연기라는 일도 했다면 지금은 오롯이 일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니까 조금은 편하면서도 두려웠다"라고 돌아봤다.

청소년 시절부터 연기를 했던 그가 다른 꿈을 꾼 적은 없을까. 박시우는 오히려 여러 일을 해보다가 연기에 정착했다고 했다.

배우 박시우
영화 마담뺑덕 스틸컷

"중고등학교 때는 일을 안 쉬고 했는데 대학교 때 갑자기 일도 끊기고 쉬는 시간이 길어지니까 그때 힘들었다. 다른 일도 해보려고 했다. 카페, 물류센터, 백화점에서 아르바이트도 해봤는데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었다. 연기할 때도 밤을 새우고 겨울에 산에서 촬영을 하고 밥도 못 먹고 수시간을 대기하는 일도 많다. 그렇지만 힘들어도 힘들지 않은 느낌이었다. 그때 내가 연기를 정말 좋아한다는 걸 깨달았다. 잡생각 하지 말고 연기만 해보자, 대학생 때 마음을 먹었다."

오랜 고민 끝에 정착한 연기이기에 박시우는 지금 먼 꿈이 아닌, 연기를 하는 삶 자체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허황된 꿈을 꾸는 건 아니고 꾸준히 일하고 싶다, 소속사 없이 연기를 할 때는 더 (현장의) 현실을 본다, 혼자 힘으로 직접 진행부터 촬영까지 하면서 한 작품에서 얼마나 많은 이들의 고생이 있는지 알게 됐다"면서 연기라는 일의 소중함을 깨달았다고 했다.

다섯살에 TV를 보며 '나는 왜 TV에 안 나와?'라고 했다는 박시우. 어릴 때부터 남다른 끼를 자랑한 그는 예쁜 어린이 선발대회에서 입상했고 이후 청소년 시절 연기를 시작했다. 다른 길을 꿈꿔본 적은 없을까.

배우 박시우

그는 "생각해본 적이 있는데 (대회에 안 나갔더라도) 고등학교 때에 연기를 꿈꿨을 것 같고 그때가 아니면 대학교 때 하려고 했을 거다"라며 "연기 외에는 하고 싶은 것이 없다, 배우가 너무 좋다"라고 했다.

오랜 기간 작업하는 일일드라마를 경험하며 배운 것도 많다. 박시우는 "주연배우들은 스케줄이 많지 않나, 대사량도 엄청 많은데 지치지 않더라"며 "현장에서의 애티튜드(태도)를 배웠고 나도 그런 모습을 닮아야겠다 싶었다"라고 말했다.

박시우는 앞으로 해보고 싶은 장르를 묻자 '장희빈'이라고 답했다 .그는 "악역을 좋아하고 사극도 좋아하고 한복을 입는 것도 너무 좋아한다"라며 "장희빈은 역사적으로도 유명한 인물이고 여러 작품에서 나왔지만 마음이 간다"라고 했다.

악역 부담감을 묻자 "사실 못된 느낌으로 생겼다는 말도 들었는데 괜찮다, 연기할 때도 악역이 매력적이지 않나"라며 웃었다.

박시우는 마지막으로 "꿈꾸는 건 딱 하나, 단 한 명이어도 좋으니 누군가 내가 연기한 작품을 보고 위로 받았으면 좋겠다"라며 "'심야카페'라는 드라마를 본 시청자분이 '너무 우울했는데 힐링을 했다'라고 댓글을 달아주셨는데 그게 너무 좋더라. 위로를 드리는 배우가 되고 싶다"라고 했다.

ich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