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평범하면서도 '어색한' 사람"…'글리치·인간수업' 쓴 진한새 작가 [N인터뷰]
'모래시계' '여명의 눈동자' 송지나 작가의 아들
"'글리치' 믿음에 대한 이야기"
- 윤효정 기자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사람 대하는 걸 조금 어려워한 친구였고, 조용한 아웃사이더였죠. 말 그대로 '어색한' 사람이었어요."
지난해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인간수업'은 청소년 성범죄 소재를 다룬 파격적인 외피를 넘어, 불안과 혼란에 놓인 소년들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그리며 호평을 받았다. 상황극과 심리극이 촘촘하게 얽힌 구성에 기존 드라마의 작법을 따르지 않는 점은 '인간수업'의 진한새 작가를 주목하게 했다.
그는 '여명의 눈동자' '모래시계' '태왕사신기' 송지나 작가의 아들. 데뷔작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송지나 작가의 아들이다. 남다른 이력과 데뷔작의 강렬한 임팩트로 주목을 받은 가운데 최근 넷플릭스 시리즈 '글리치'로는 또 다시 한 번 예상을 뛰어넘는 시도를 했다.
'글리치'는 외계인이 나오는 SF 장르로 시작해 소녀감성이 더해진 하이틴 드라마 같기도 하고, 사이비 종교의 정체를 파헤치는 모험극의 형식도 띄더니, 두 여성 주인공의 버디물로 맺음을 한, 독특한 형식과 구성의 작품. 예측불가한 변주를 이어가고 있는 진한새 작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이런 자리를 무서워 한다"고 웃었지만, 신인 작가가 겪는 고충이나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진솔하게 털어놨다.
진로를 고민할 당시 교양 PD인 아버지보다 작가인 어머니와 일하는 게 더 나을 것 같아서 선택한 작가의 길. 그는 어머니를 보며 작가가 번뜩이는 창의력보다 아닌 꾸준한 노력과 노동으로 만들어진다는 걸 배웠다고. '인간수업' '글리치'를 선보이며 자신만의 길을 열고 있는 그는 차기작에서 '핀트가 어긋난' 하이틴 로맨스를 그리고 싶다고 했다.
-'글리치'는 어떻게 시작된 이야기인가.
▶사소한 이야기인데 아내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어릴 때 UFO를 봤다고 하더라. 저는 안 믿고 아내는 진짜라고 주장하고, 옥신각신하는데 그것 자체가 재미있었다. 이 과정을 늘리면 드라마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안 될 수도 있겠지만 그때는 한 번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글리치' 반응은 어떤 것 같나.
▶무서워서 댓글은 안 본다. 원래도 반응을 보는 걸 무서워하는 편이었다.(웃음)
-데뷔작 '인간수업' 이 주목을 받았는데 어떤 반응이 기억에 남나.
▶'인간수업'으로 현대 교육을 비판하고 있다는 관점으로 말씀해주시더라. 그 작품을 쓸 때 그런 걸 염두에 두고 있지는 않았다. 그래서 이렇게 보일 수도 있구나, 다양한 해석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인간수업' 이후 진한새 작가가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할지 관심이 높았는데, 예상하지 못한 소재와 장르다.
▶범죄 이야기만 쓰는 사람이라고 생각할까봐.(웃음)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쓰고 싶은 마음이었다.
-지효(전여빈 분), 보라(나나 분) 두 여성 캐릭터의 관계성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데 설명해준다면.
▶우연히 설정한 것이다. 인터넷을 보다가 아마 일본 만화 장면이었던 것 같은데, 옥상에서 두 주인공이 만나는 장면이 있다. 둘 다 아싸(아웃사이더)인데 한 명은 날라리형 아싸, 한 명은 모범생형 아싸인 거다. 어릴 때에도 순정만화를 재미있게 본 편이었다. 그런 게 기반이 되지 않았나 싶다.
-둘의 관계는 어떤 걸까. 퀴어코드로 읽는 시청자도 많다.
▶우정이라는 이름도 있고 사랑이라는 이름도 있지만 둘은 고유한 관계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지효를 두고 배우 전여빈을 생각한 이유는.
▶전여빈 배우가 나오는 '멜로가 체질' 영상을 봤는데 상사에게 야단을 맞는데 도끼눈을 뜨고 잇더라. 그것도 극중 내용과 맞는 점이 있기도 하고, 처음부터 전여빈씨를 생각했다. (캐스팅이)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됐다.
-보라를 연기한 배우 나나는 어떤가.
▶나른한 말투가 있더라. 내가 한창 대본을 쓰면서 보라의 대사 톤을 못 잡던 시기가 있었는데 연기도 아니고 말하는 걸 보니까 (보라의 대사를) 잘 알게 됐다. 같이 하면서 좋았다. '이거다' 싶었다.
-극에 야구, 게임, 외계인, 커뮤니티, 라이브 방송 등 인터넷 문화, 덕질(팬덤) 문화가 많이 나온다.
▶나는 그냥 눈팅족이다. 아이디를 만들어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고닉'(고정 닉네임) 유저는 아니다. 유목민이랄까. 나는 다양한 분야에 얕고 넓게 관심이 있다. 야구도 그런데 특정 경기의 에피소드가 확 꽂힐 때가 있다. 관련된 걸 계속 찾아보다가 질리면 다른 걸 찾아본다. 광범위하다.
-어떤 메시지를 주고 싶었나.
▶둘이 UFO가 있는지 없는지 옥신각신 하는데, 사실을 검증하는 것이 아니라 믿음, 신념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믿음을 좇다가) 위험해질 수도 있는 것이고, 그런 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눈에 안 보이는 걸 믿는 게 신념이지 않나. 눈앞에 있는 것만 믿으면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게 되는 것 경우도 있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열정에 불을 지피는 그런 것(신념)이 있어야 진심을 다해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 스스로 믿었던 것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 무너지는 경우도 있지 않나. 그 감정이 남아있는 경험도 있다.
-작가인 어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았나.
▶엄청 받았다. 건축을 전공했던 것도 제가 그림을 그리는 걸 좋아하니까 어머니가 권한 것이었다. 건축 공부를 했는데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직업은 있어야 하잖아. 글을 쓰는 것도 좋아했으니 어머니 슬하에서 공부를 하다가 (작가가 됐다).
-어머니를 통해 배운 것은 무엇인가.
▶시놉시스 보는 것을 제일 많이 공부했다. 그리고 어머니가 일하는 걸 보면서 이것(집필)도 노동이라고 생각했다. 영감을 받아서 하는 것도 있지만 결국 마감을 맞추는 노동이라는 걸 알았다. 그러니 어머니는 어떻게 26부작을 하셨지, 어떻게 이렇게 쓰셨지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본인의 근무 루틴은 어떤가.
▶'정해진 시간만 일하자' 마음을 먹지만 결국 밤을 새운다. 아무 생각이 안 나고 소위 말해 '글이 막혔다' 싶을 때는 어떻게 해결해야할 지 모르겠다. 멀리 떨어져서 글을 봐야 하는데 객관화를 하는 게 제일 힘들다. 늘 문제를 풀어야 하는 일인 것 같다.
-데뷔작부터 유명해져서 작업 제안이 많이 들어올 것 같다. 앞으로 계획은.
▶그래주셨으면 좋겠다. 일단 눈앞에 있는 계약에 최우선이다.(웃음) 머릿속에 여러 아이템이 있다. 그 중에서 욕심이 나는 건 하이틴 로맨스다. 핀트가 좀 어긋난 하이틴 로맨스를 하고 싶다. 요즘은 다른 장르도 많이 섞으니까.
-작품에 10대, 청소년이 많이 등장한다. 10대와 그 시절에 대한 남다른 생각이 있나.
▶어느 정도 내가 그때에 머물러 있는 것도 있다. 그때가 모든 걸 민감하게 느끼고 감정도 풍부할 때이지 않나. 감성적인 부분은 대개 그때 완성이 되는 것 같다. 그래서 그 시절을 자꾸 소환하게 된다.
-진한새 작가는 어떤 사람인가. 10대 시절은 어땠나.
▶어색한 사람이다.(웃음) 학창시절 나는 조용한 아웃사이더였다. 친구가 많지는 않았고, 공부도 잘하는 편이 아니었다. 말 그대로 어색하고, 사람을 대하는 걸 어려워했다. 그 시절에는 반항적인 것도 어느 정도 있었다. 내가 세상을 따돌린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게 아니라는 것도 깨달았다.(웃음)
ich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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