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리 "연기 갈증 컸다…이제 조바심 내지 않으려 해" [N인터뷰]②

'그린마더스클럽' 서진하 역

서울 삼청동, JTBC 드라마 '그린마더스클럽' 배우 김규리. 2022.5.26/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서울=뉴스1) 안태현 기자 = JTBC 수목드라마 '그린마더스클럽'(극본 신이원/ 연출 라하나)가 26일 방송을 마지막으로 종영을 맞았다. '그린마더스클럽'은 초등커뮤니티의 민낯과 동네 학부모들의 위험한 관계망을 그린 드라마로, 국내 시청자 뿐만 아니라 일본 넷플릭스에서도 TV 프로그램 부문 1위를 차지하면서 큰 사랑을 받았다.

배우 김규리는 극 중 맘 커뮤니티에 소속되지 않고 자신의 방식대로 양육을 하는 일명 '아웃사이더맘' 서진하 역을 연기했다. 태피스트리 작가이자 은표(이요원 분)의 옛 친구인 서진하는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의 외면을 가졌지만,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늘 불안한 내면을 안고 살아있던 인물. 특히 5회에서는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인해 시청자들이 순식간에 극에 빨려들어가게 만드는 활약을 펼치면서 눈길을 끌었다.

김규리의 활약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바로 서진하의 남편 루이(로이 분)의 입양가족 남매인 레아로 등장한 것. 특히 레아는 루이와 연인 관계였다는 사실까지 밝혀지면서 최종회에서 폭풍 같은 반전을 선사했다.

지난 2019년 방송된 tvN '60일, 지정생존자' 후 3년 만에 안방 극장에 복귀해 남다른 활약을 펼친 김규리. 최근 화가로도 활동 범위를 넓혀 '아티스트 김규리'의 행보를 펼치고 있는 김규리를 지난 26일 '그린마더스클럽' 종영을 앞두고 만났다. 김규리는 '그린마더스클럽'의 뒷이야기는 물론, 작품을 통해 느꼈던 점에 대해서 솔직한 이야기를 풀어넀다.

서울 삼청동, JTBC 드라마 '그린마더스클럽' 배우 김규리. 2022.5.26/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N인터뷰】①에 이어>

-서진하의 죽음 이후 시청률이 급상승했는데.

▶제가 원래 시청률에 관심이 별로 없다. 열심히 만들고 했지만 방송 이후에는 그저 제 손을 떠나는 일이다.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는 시청자들의 몫이다. 거기에 개의치 않으려고 하는데 이번에는 궁금하더라. 그래서 다 챙겨봤다.(웃음) 그리고 실시간 톡도 계속 확인했다.

-드라마의 이러한 인기를 예상했나.

▶감사한 일인데 정말 예상을 할 수 없었다. (일본 넷플릭스 1위 후) 해외에서 연락오시는 분들도 많다. 어떻게 하다보니 국내 넷플릭스가 시청 지표 같은 게 됐다. 저희는 몰랐는데 '지금 한국에서도 1위하고 있대요'라고 하는데 진짜 기쁘더라.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너무 큰 기쁨이었다. 반응이 좋다고 느꼈다.

-연기에 대한 갈증은 없었나.

▶작년에 개인전 할 때는 연기에 대한 갈증이 너무 쌓여있으니깐 마음도 몸도 아팠다. 예전이라면 작품을 하기 위해서 뛰어다니고 알아보고 했다면, 작년에는 '그래, 매력이 없다면 그렇게도 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에서 찾아봐야겠다고 한 게 그림이었고 개인전을 하게 된 거다. 그럼에도 한편에는 연기 갈증을 가지고 있다. 제가 드라마나 영화를 잘 못 본다. 많은 분들이 영화나 드라마로 볼 때 재미로 보는데 저는 연기의 지점이라든가 표정이라든가 '저 배우가 어떻게 연기를 했구나'를 보게 된다. 그래서 잘 안 보는데 그러다가 우연하게 '그린마더스클럽'이 왔고 다시 해봐야지가 됐다. 연기를 다시 하고 나니깐 또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직 차기작은 결정된 게 없다. 언제 다음 작품이 나올지 모르는데, 이제 조바심 내지 말고 이번 주까지 쉬고 다음 주면 그림 그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서울 삼청동, JTBC 드라마 '그린마더스클럽' 배우 김규리. 2022.5.26/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이요원과 오랜만에 재회를 했는데.

▶요원이랑은 작품으로는 거의 20년만에 만났다. 연기 광고 모델 활동할 때는 자주 봤다. 활동 시기도 같았고 친했다. 개인적으로 밖에서 자주 볼 정도였다. 연예계에서 이요원씨의 진짜 모습을 많이 봤던 사람이 저다. 그만큼 허물없이 보던 사이인데, 서로 배우가 돼서 20년이 지나서 함께 연기하게 되니 감회가 새로웠다. 초반에 연기할 때 서로 눈만 보면 웃었다. 극 중 은표랑 진하가 예민한 장면이 많았다. 그런 촬영을 할 때 서로 상처도 안 받았다. 모르는 사람과 연기하면 '이 사람이 날 진짜 안 좋아하는 거 아냐?'라고 생각할 텐데, 이번에는 그런 게 없엇다. 상대에게 잘해줘야겠다는 부담 없이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

-결혼에 대한 생각도 클 듯한데.

▶저도 여자로서의 순리를 따르고 싶은데 대상이 있어야 하지 않나.(웃음) 결혼이라는 게 연애가 아니다. 누군가를 만나고, 연애를 하고, 마음을 먹고 결혼해서 가정을 꾸려야 하는데 그게 생각만으로도 너무 힘들다. 인생이 계획처럼 안 흘러가는데 그게 인생이다. '그린마더스클럽'도 이렇게 인연이 될지 몰랏다. 갑자기 다가와 주고 짠하고 나타나서 연기를 하게 됐는데, 인연도 막막하기는 하지만 언젠가 인연이 오겠지 싶다.

-어떻게 보면 이 작품은 결혼에 대한 환상이 깨지는 작품인데.

▶이건 작품의 이야기니깐 캐릭터로 받아들였다. 실제 배우 다섯 명이 앉아있으면 세 명이 기혼이고 민경이랑 저만 싱글이다. 세 명이서 아이들 얘기를 막 하는 걸 들어보면 그곳은 제가 가보지 않은 세상이다. (추)자현이도 '미인도' 때 같이 했던 동갑내기 친구인데 이미 아이가 5살이다. 아기 얘기를 하면 한참 듣다가 제 입은 벌려져 있다. 얘네들은 인생의 선배인 거다. 요원이는 저보다 어리지만 인생의 선배인거다. 그게 너무 신기하고 대단해보인다. 같은 여자로서 엄마들이 너무 존경스럽다. 드라마안에서는 이런 얘기도 있고 저런 얘기도 있지만 그건 극의 이야기고 저한테 현실은 나도 엄마가 될 수 있을까다. 내 인생 하나만 책임져도 게으르게 사는데 아이가 있으면 내가 저렇게 부지런할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된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아버지가 얼마 전에 암 판정을 받으셨다. 초기 단계라서 다행이기는 한데 어제 시술을 하셨다. 아버지랑 하고 싶은 게 하나 있다. 아빠랑 춤을 추고 싶다. 버라이어티 쪽에 의견을 넣어서 누군가가 만들어주기를 기다렸는데 잘 안 됐다. 아버지가 건강하실 때 곡을 정해서 스텝을 정하고 춤추고 싶다.

taehy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