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서' 임시완 "똘기 연기, 대리만족 컸지만 불안감 있었다" [N인터뷰]①

임시완/플럼에이앤씨 ⓒ 뉴스1
임시완/플럼에이앤씨 ⓒ 뉴스1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지난 25일 시즌2가 종영한 MBC 금토드라마 '트레이서'(극본 김현정/연출 이승영)는 시청자들에게 사이다 같은 판타지를 안겼다. 아버지의 원수를 갚으려는 사적 복수를 위해 기업의 뒷돈을 관리하던 회계사에서 국세청 조사관이자 조세5국 팀장이 된 주인공 황동주(임시완 분)가 고액체납자들의 세금을 징수하고 부패한 공무원들을 적폐청산하는 스토리로 극에 빠져들게 했다.

'트레이서'의 중심 이야기를 이끈 이는 배우 임시완이다. 그는 국세청 조사관 황동주를 연기하며 "외줄타기를 하는 것 같은 불안함도 있었다"고 고백했다. 황동주는 현실에서 볼 수 없는 완벽한 주인공이었다. 화려하면서도 능청스러운 언변에 거침없는 실행력과 추진력으로 물불 안 가리는 통쾌한 활극을 보여줬지만, 똘기 가득한 캐릭터를 균형있게, 또 매력적으로 풀어내는 과정에서 많은 고민이 필요했다.

드라마 '미생'과 영화 '변호인' '오빠생각'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으로 '믿고 보는 배우'가 된 임시완은 새로운 캐릭터인 황동주를 선보이며 "연기를 갖고 노는 방법이 더 늘어난 것 같은 느낌"이라는 소감도 털어놨다. 한층 더 성장했다는 임시완을 만나 '트레이서'를 위해 했던 고민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또 임시완은 최근 이슈가 됐던 기부 실천에 대해 배우로서의 사회적 책임감도 털어놓기도 했다.

임시완/플럼에이앤씨 ⓒ 뉴스1

-'트레이서'가 많은 호평을 받았다. 방송 중에 시청자들 반응은 챙겨봤나. 임시완 배우의 연기와 황동주 캐릭터에 대한 반응 중에도 기억에 남는 반응이 있었는지.

▶(실시간 댓글창에) 하트 누르는 게 있어서 저도 같이 누르면서 봤다. 반응들도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걸 보고 신기하기도 했다. 시청자 분들이 동주 특유의 깐죽거리는 모습이 나올 때 특히나 재밌어 해주시더라. 극 초반 동주가 망치로 (고액체납자의 집을) 부수는데 밖에서 시위하는 사람들이 동주를 의인이라 생각하고 박수를 쳐줄 때 손으로 합장 인사하는 신이 있었다. 그때 반응들이 재밌었다. 많은 분들이 '킹받는다'고 표현해주셨는데 그게 재밌어서 인스타그램에 올리기도 했다. 욕이 아니라 칭찬 같았고 놀이 같아서 재밌었다.

-다른 다크 히어로극과 '트레이서'의 차이점은 무엇이라 생각했나. '트레이서'만의 매력이 있다면 뭐라고 생각했는지도 궁금하다.

▶사실 다른 드라마를 잘 보는 사람이 아니어서 플롯을 잘 모른다. '내가 봤던 작품들이 내 몸에 체화돼서 안 좋게 발현되면 어떡하지' 그런 걱정, 압박감 때문에 드라마 시청을 하나의 취미로 접근하기 시작한지 얼마 안 됐다. 요즘에는 드라마, 영화를 챙겨보는 편이긴 해도 플롯에 대해 잘 모른다. 타 드라마와의 차별점은 잘 모르겠지만 '트레이서'의 매력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망치로 내려찍는 신과 회의장에 난입해서 쑥대밭으로 만들어놓는 신이라 생각했다. 그 두 장면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더라. 황동주라는 사람의 재기발랄함과 괴짜 같은 똘기 가득한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지 않을까.

-연기하면서도 통쾌하다 느낀 장면이 있다면.

▶통쾌하다 느꼈던 신은 회의장 난입 신이다. 또 (고액체납자인) 야구선수 변봉석씨를 찾아가는 신을 재밌게 찍었다. 그때 일부러 말투도 구수하게 하려고 했다. 악질 체납자 앞에서 힘줘서 얘기하는 것보다 일부러 약하게 보이고 허점을 보이게 한다면 실제로 세금을 받아낼 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통쾌함이 배가 된 것 같더라.

임시완/플럼에이앤씨 ⓒ 뉴스1

-조금은 뻔뻔하고 불도저 같은 황동주 캐릭터와 실제로 닮은 점이 있나.

▶불의에 있어서 참지 않는 성향이 있다. 동주는 정의를 실현하는 데 있어서 방법이 다채롭다. 어떨 때는 깐죽대기도 하고 행동이 앞선다. 저 또한 불의에 있어서 참지 못하는 성격을 갖고 있으나, 그게 실제로 발현이 되느냐 아니냐 차이는 있다. 저는 현실에 부딪쳐서 쉽게 못한다. 동주는 그런 것에 있어서 막힘이 없고 확신에 차있다. 그 점이 마냥 닮았다고 표현은 못할 것 같다. 동주는 제가 보면서도 대리만족 되는 부분이 있었다.

-황동주 캐릭터는 '똘기'가 매력적이라는 반응도 많았다. 캐릭터 표현에 있어서 고민이 됐던 부분이 있었나.

▶똘기를 캐릭터에 최대한 적극적으로 반영하려고 녹이려고 노력을 했다. 감독님과 아이디어 회의를 많이 하려고 했다. 동주의 재기발랄하고 되바라지고 위트 있는 모습들을 보여주려 했다. 처음 대본을 봤을 때는 동주가 굉장히 완벽한 사람으로 느껴졌다. 늘 확신에 차있고 언변도 화려하고 윗사람을 대하는 데 있어서도 거리낌이 없더라. 또 슈트핏도 좋고 잘생기기도 한 인물로 묘사돼 있었다. 현실에서 존재하기 힘들 정도로 완벽한 사람이었는데 연기를 하면서는 그걸 배제를 하려고 했다. '똘기'라는 것을 많이 집어넣으면서 (완벽함을) 많이 해소하고 싶었다. 너무나 완벽한 사람이면 매력이 없어질 수 있을 것 같아서 회의를 거치고 고민하고 방향을 잡아갔지만, 너무 과해지면 그 노력들이 캐릭터의 매력을 해칠 수도 있었다. 그래서 작품을 하면서 외줄타기를 하는 것 같은 불안함도 있었다. '이게 맞을까, 여기서 조금 더 가서 이런 걸 표현하는 것이 맞을까' 고민을 했다. '과할까, 안 하는 게 나을까' 그런 고민을 많이 하면서 객관적으로 (연기를) 평가하려고 노력했다.

-드라마를 위해 국세청 탐방도 하고 전직 국세청 직원에게 자문도 구했다고 했는데 캐릭터를 이해하고 촬영할 때 많은 도움이 됐나.

▶방향성을 확실하게 잡았다. (실제 국세청 직원들의 모습과) 반대로, 국세청 직원이 할 법한 언행은 따라가지 말자는 답을 도출했다. 어떻게 하면 국세청 직원처럼 보일까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국세청도 사람이 사는 곳이라는 걸 알게 됐다. 그게 연기하는 데 있어서 명쾌해지고 와닿는 부분이었다. 실제 국세청 직원들의 언행을 따라갈 것이 아니라 대본을 보면서 상황을 겪었을 때 드는 생각이나 정서를 따라가자 했다. 정서를 따라 캐릭터를 만들어갔다. 훨씬 자유롭게, 어떤 틀에 갇히지 않고 연기할 수 있었던 과장이었다.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돌진하는데 비망록의 진실을 접하고 혼란스러워한다. 그런 황동주의 감정 변화를 어떻게 표현하려고 했나.

▶그 순간은 동주에게 확고한 신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아버지도 피해자라는 인식 속에서 큰 일을 벌였는데 그게 오류가 돼버리는 것이기 때문에 동주가 계획한 일을 해내려는 추진력에 있어서도 발동이 걸릴 것이고, 이제까지 해온 일에 대해 회의감도 들었을 거다. 하지만 한번 크게 무너져 내린 다음에 그럼에도 본인의 일을 밀고 갈 수 있는 근본적인, 원론적인 이유들을 찾고 다시 확신에 차게 되지 않을까 했다.

-영화 '오빠 생각' 이후 재회한 고아성 배우와 호흡은 어땠나.

▶아성 배우와 두 번째로 작품을 하게 됐다. 아성이가 이 작품을 선택해줘서 반가웠고 고맙게 생각했다. 아성이가 이 팀에 들어와서 이 드라마의 이미지가 훨씬 고급스러워지지 않았나 했다. 당연히 예전에 호흡을 맞춰봤던 경험이 있어서 친해지는 데 들이는 시간과 노력들이 필요하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그런 호흡이 경험에서 비롯돼서 잘 맞았던 것 같다.

-워낙 대선배들과 호흡이 좋았다. 전작에서 송강호, 설경구 선배들과 호연을 보여줬고 이번에 손현주, 박용우 배우와 호흡도 돋보였다. 선배 배우들과 호흡한 소감은.

▶저는 운이 좋다. 연기에 있어서 배움의 장이 많이 열려있었다. 눈 앞에서 정말 연기의 표본이라 볼 수 있는 대단한 연기들을 봐왔을 뿐만 아니라 함께 호흡을 맞춰봤기 때문에 굉장한 자산이 됐다고 확신하고 있다. 이번에도 선배님들과 호흡을 맞췄을 때 제가 얻어가는 기운, 에너지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손현주 선배님과 박용우 선배님은 본인들이 갖고 있는 에너지가 많으시다. 연기를 테니스에 비유하자면 어떤 사람이 누군가가 공을 세게 보내주면 리시브를 할 때 상대방이 얼마나 세게 쳐주느냐에 따라 제 공이 더 강해지고 약해진다 생각한다. 연기도 테니스처럼 주고받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리액션을 잘할 준비가 잘 돼 있으면 (연기력이) 더 크게 표출이 된다고 믿고 있다. 선배님들께서 행동하시는 것, 말씀하시는 걸 잘 보고 들으려고 했지만 그분들이 (연기를) 잘 던져주신 덕분이기도 하다. 손현주 선배님과 인상 깊었던 장면은 시즌1 8부 때 (황동주 아버지의 유류품인) 커프스를 전달해드렸을 때 그 미묘한 표정이 있다. 그걸 보고 자연스럽게 리액션을 할 수 있었고 그 표정이 많은 걸 내포하고 있다 생각했다. 그 신이 단연 압도적이라 생각한다.

임시완/플럼에이앤씨 ⓒ 뉴스1

- 연기할 때 어떤 점에 집중해서 했나.

▶처음 연기를 접했을 때는 어떻게 하면 이것이 진짜일까 고민하는 데 급급했다면 지금은 그때보다 숙제가 더 많다. '이것이 진짜일까'라는 고민을 뛰어넘어서 '어떻게 하면 더 매력적일까'를 생각한다. (연기가) 진짜 같다는 건 배우가 반드시 지켜야 하는 기본값인데 변칙도 있다. 꼭 진짜 같은 것만이 답이 아닐 때도 있어서 고민과 선택의 연속이지만, 지금 현재로서는 캐릭터를 어떻게 연기하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을까 중점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주변의 평가에 대해 스스로 어떻게 생각하나.

▶기존 평가에 대해서는 걱정도 했다. 실제 대본보다 유머러스한 부분을 많이 넣으려고 했는데 그게 한끗 차이라 조금만 더 해도 과해질 수 있는 위험이 있었다. 그게 캐릭터의 방향성을 해칠 수 있었기 때문에 작품을 할 때 불안함이 있었다. 그래도 재밌다고 해주신 것에 대해 안도감을 갖고 있다. 이번에도 외나무 다리를 어떻게 잘 건너간 것 같다. 이번에 또 하나 잘 넘어갔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제작발표회에서 '미생'에서는 부하직원이었다면, '트레이서'에서는 팀장이 되어 직급이 올라 좋았다고 했다. 팀장 직급을 연기한 소감은. 추후 다른 직급을 연기할 수 있다면 어떤 직급을 연기하고 싶은가.

▶'미생' 때는 말단 직원이었기 때문에 상사 지시만 듣기만 하면 됐다. '네 알겠습니다'라는 대사도 많았다. 팀장이 되면서 팀을 진두지휘를 해야 하는 입장이 됐는데 자연스럽게 대사가 많아지면서 정신이 없었다.(웃음) 해야 할 게 몇 가지가 더 늘어나서 (김)대명이 형, 이성민 선배님이 생각났다. 난 그때 편하게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기할 때는 직급에 대한 욕심은 없다.(웃음) '미생'의 장그래보다 더 말단으로 강등돼도 상관 없다. 경력과 연륜이 쌓여야 높은 직급을 맡게 되겠지만 사장, 회장직을 맡게 된다고 해서 거부감을 느끼는 편도 아니어서 어떤 직급이든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돼있다.

-잦은 결방 때문에 시청률에 영향을 미쳐 아쉬운 점도 있었나.

▶처음에 이 대본을 봤을 때 한번에 확 이해가 되지 않은 부분이 있더라. 이 작품 같은 경우는 쭉 집중력 있게 끊지 않고 보는 게 이해가 더 잘 될 거라고 생각을 했다. 처음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도 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를 목적으로 만들어질 거라고 알고 있었다. OTT에서 송출이 되는 것만 궁금했었는데, MBC에서 방송이 된다는 얘기를 촬영 중간에 전해 듣게 됐다. 그래서 OTT 뿐만 아니라 지상파에서도 보여드릴 수 있다는 점이 마치 보너스 같은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많은 시청자분들이 봐주신 건 영광이라 생각했다. 그것에 대해 아쉬운 점이 있다 생각하진 않았다.

-황동주는 회계사였다가 사적 복수를 위해 국세청에 들어온 인물임에도 고액체납자들을 쫓고 부패한 공무원들에 대한 적폐청산과 같은 정의를 구현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시청자들이 응원하게 되는 캐릭터였다. 배우로서 요즘 이런 양가적인 다크 히어로 같은 캐릭터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했나.

▶착하디 착한 히어로가 할 수 있는 선택지는 많지 않다. '선(善)을 지켜야 하는 데서 오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그래서 (다크 히어로의) 매력이 상대적으로 더 많아지는 것 같다. 반대로 마냥 착하지만은 않은 캐릭터는 어떤 복수를 함에 있어서 본인의 정체성인 '선'을 지켜야 할 필요가 없다. 여러가지 선택지가 있기 때문에 시청자분들 입장에서는 다크 히어로가 더 통쾌할 수 있다. 부가적으로, 선한 캐릭터가 응징할 때는 그 응징하는 정도도 약해진다. 결국은 착한 것이라는 단어 속에는 그 사람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는다는 게 전제적으로 깔려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선한 캐릭터는 제약이 많을 뿐더러, 응징의 정도가 미지근해서 (통쾌함에 대한) 기대를 넘어서기가 굉장히 힘들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선택지가 넓은 (다크 히어로) 캐릭터가 사랑받는 게 당연하다 생각한다. 저 역시도 선택지가 많고 거리낌 없는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통쾌함을 느꼈다. 그 캐릭터를 묘사함에 있어서 실제로 속시원하기도 했고 대리만족도 많이 느꼈다.

<【N인터뷰】②에 계속>

aluemcha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