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언을 만나다] '엄용수' 엄영수 "이혼, 결혼… 다 보여줘야 진짜 코미디지"②

편집자주 ...지상파에서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은 이미 실종됐다. 코로나19로 코미디언들의 행사나 공연 스케줄도 이전에 비해 현저히 줄었다. 웃음을 주는 코미디언들이 웃음을 잃은 상황이 됐다. 지금은 TV나 무대에서 많은 코미디언을 볼 수 없지만, 이들의 웃음에 대한 열정은 여전하다. 자신들은 힘들어도 대중이 웃으면 행복해하는 코미디언들을 <뉴스1>이 만나, 웃음 철학과 인생 이야기 등을 들어보고자 한다. [코미디언을 만나다]를 통해서다.

코미디언 엄영수(개명 전 엄용수) 인터뷰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코미디언을 만나다] 여섯 번째 주인공은 엄영수(68·개명 전 엄용수)다. 엄영수는 코미디 방송 시대를 열었고 전성기도 함께 누렸으며, 세월이 지나 코미디가 쇠락하는 날까지 한국 코미디의 역사와 함께 하고 있다. 1978년 TBC 라디오 방송으로 시작, 1981년 MBC 제1기 개그맨 콘테스트를 통해 'TV 코미디언'의 인생을 시작했다. 쉴 틈 없이 이어지는 속사포 입담같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 캐릭터뿐만 아니라, 두 번의 이혼과 연애, 세 번째 결혼까지 자신의 가정사를 다 드러내며 웃음을 줬다.

엄영수는 40년의 코미디언 생활 중 절반 이상을 코미디언들의 복지와 권익향상을 위해 힘썼다. 무려 23년째 한국방송코미디언협회의 회장직을 맡고 있고, 현재는 코미디언노동조합의 회장도 겸하고 있다. 그는 인기와 부가 집중된 코미디언의 화려한 면이 아닌, 그 뒤의 씁쓸한 이면도 지켜봤다.

코미디 프로그램이 사라지고, 코미디언이라는 직업 자체가 실종될 우려도 나오는 지금, 그는 이 상황을 어떻게 지켜보고 있을까. 지난달 미국에서 세 번째 결혼을 하고 또 한 번의 인생의 변화를 맞이한 그는 앞으로 어떤 삶을 계획하고 있을까. 서울 여의도 엄영수의 사무실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코미디언 엄영수(개명 전 엄용수) 인터뷰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코미디언을 만나다】엄영수 편 ①에 이어>

-지난달에 결혼도 했고 가정도 꾸려서 앞으로는 상황이 달라질 것 같다.

▶아내가 당신이 그걸(코미디언협회장) 계속 해야 하는 거냐고 하더라. 아내는 4월29일에 온다. 결혼을 하면서 서로 경제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는데 협회 회장직을 그만 하라고 하더라. 이걸 하면 내 시간도 사라지고 돈 모으기도 쉽지 않다. 이거 때문에 수년을 미친듯이 일하고 여기저기 다 다니냐고 하더라. 2023년까지 임기다. 당연히 아내가 그만 하라고 하면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 내려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후임으로 인기 많고 돈 많은 친구가 했으면 좋겠고, 혼자 사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웃음) 가정이 있다면 쉽지 않을 거다. 일해도 티도 안 나고 돈도 못 버는 직책에 자기 시간을 쏟는 게 쉽지 않다. 내가 이혼을 두 번 한 것도 이런 일을 하라고 신이 정리하셨나 싶다.(웃음)

-방송에서 이혼, 재혼, 그리고 연애와 삼혼까지 자신의 가정사나 인생을 솔직하게 말하는 편이다. 부담되지는 않나. 아내는 이런 점을 이해하시는지.

▶아내도 내 인생 스토리를 다 알지 않나. 요즘에는 진행만 하고 자기 인생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난 맡은 연기만 하는 게 코미디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기를 속이는 거다. 방송을 하다 보면 자기 집안 이야기, 부인, 자식 이야기도 할 수 있다. 자기 걸어온 이야기를 재미있게 하는 것이 아닌가. 내 인생에 대해 대중이 알고, 결혼하고 이혼한 것도 내 인생인데 그걸 말하지 않으려고 하고 숨기는 건 내 코미디가 아니다. 요즘 방송에서 부부들이 나와서 싸우다가 화해하고는 하는데 그건 속이는 거다. 나는 진짜 헤어지지 않나.(웃음) 내 인생의 위기, 내가 사는 모습, 다시 재기해서 열심히 사는 모습까지 다 나의 코미디다.

코미디언 엄영수(개명 전 엄용수) 인터뷰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아내분은 4월에 들어와서 계속 한국에서 지내시는 건가.

▶그분(아내)은 나를 위해서 사업체를 아들에게 맡기고 한국에 들어온다. 한국에서 지낼 예정이다. 송해 선생님이 95세인데 왠지 내가 그보다 더 길게 버틸 것 같다. 한국에서 코미디언으로 오래 일할 것 같다.

-결혼하시니 어떤가.

▶참 잘 했다. 황혼 결혼이 쉽지 않다. 무엇이든지 의욕적으로 해내기가 쉽지 않은 거다. 그런데 이렇게 강인한 체력, 오래 버티는 의지를 주신 부모님에게 감사하다. 이것도 복이다.

-결혼에서 제일 중요한 건 뭘까.

▶아내는 이민간 분이다. 미국에 건너가 40년을 살았다. 인종차별이 극심하던 시절을 견뎠다. 그런 곳에서 사업을 했다. 뭐 하나 속임수를 쓸 수 없는 사회에서 사업을 하려면 성실이 답이다. 정직하고 인내하고 성실한 사람이다. 자식들 다 잘 키워서 자리잡게끔 해줬고, 주변에서도 다들 칭찬한다. 내가 아직 부족한 게 많지만 그 사람과 함께 한다면 잘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좋은 사람을 만났다. 팬들의 예상을 깨고 이번에는 오래 오래 함께 할 수 있을 거다.(웃음)

코미디언 엄영수(개명 전 엄용수) 인터뷰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유튜브 엄용수티브이 채널도 있고 여러가지를 하시더라

▶방송에 고정적인 (코미디) 프로그램이 없어지니 유튜브로 눈을 돌리는 이들이 많다. 집에서도 유튜브를 많이 보고, 바둑을 좋아하는 분들도 많아서 바둑 콘텐츠를 하려고 했는데 코로나19도 있고 상황이 쉽지 않다. 또 코미디언협회에서 코미디언선발대회를 열 계획이다. 방송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진행해보려고 한다.

-어떤 웃음을 주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나.

▶어려움이 와도 이겨낸다. 쓰러지지 않고 일어나고 두 번이나 결혼에 실패했지만 또 결혼했다. 악착같이 버티고 있는 거다. 쓰러지면 누가 도와주나.(웃음) 이렇게 시련을 딛고 일어서니 코미디다. 망한 걸로도 웃음이 나와야 진짜 코미디다. 코미디를 하라고 태어난 사람이니까 더 많은 웃음을 주는 사람이고 싶다.

ich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