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인터뷰]① "'기기괴괴 성형수' 원작 충실…외모지상주의 극단 담았다"
조경훈 감독·전병진 프로듀서
- 고승아 기자
(서울=뉴스1) 고승아 기자 = 영화 '기기괴괴 성형수'는 바르면 완벽한 미인이 되는 위험한 기적의 물 '성형수'를 알게 된 예지가 미인으로 다시 태어나면서 겪게 되는 호러성형괴담 영화다. 오성대 작가의 웹툰 '기기괴괴' 시리즈의 '성형수' 편을 원작으로 하며 조경훈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이다.
평점 9.9 웹툰 원작을 애니메이션 영화화한 '기기괴괴 성형수'는 성형수라는 기발한 소재를 스크린으로 옮겨 담았다. 영화는 짧은 호흡의 원작 웹툰에 탄탄한 스토리라인을 더해 극의 설득력을 더했고, 이를 통해 성형과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사회적인 시선과 폭력을 고스란히 그려냈다. 원작의 기괴한 연출 역시 애니메이션을 통해 완벽하게 구현해내 눈길을 끈다.
이에 '기기괴괴 성형수'는 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 꾸준한 러브콜을 받고 있다. 제44회 안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을 비롯해 제26회 프랑스 에뜨랑제국제영화제, 제24회 캐나다 판타지아 인터내셔널 필름 페스티벌과 제53회 시체스 국제판타스틱영화제 등에 잇따라 초청되며 진가를 알리고 있는 것.
9일 개봉한 '기기괴괴 성형수' 애니메이션 제작과 연출을 맡은 조경훈 감독(45)과 영화 기획부터 시나리오 작업 등 제작 전반에 걸쳐 참여한 전병진 프로듀서(49)가 최근 뉴스1과 만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개봉이 한 차례 미뤄진 뒤 관객들과 만난다.
▶(조경훈 감독, 이하 조) 만드는 과정도 힘들었는데, 개봉도 쉽지 않았다. 고민 끝에 개봉하게 됐는데 불안하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다. 주변에 보라고 말하기도 부담스러운 상황인데, 관객들도 많이 보시지 못할까 봐 안타까운 마음이다.
-원작 웹툰은 '기기괴괴' 시리즈 중 단편 에피소드인 '성형수'인데, 이 에피소드를 선택해 영화화한 이유는 무엇인가.
▶(전병진 프로듀서, 이하 전) 이번 프로젝트는 조 감독의 회사(스튜디오애니멀)와 우리 회사(에스에스애니멘트)가 함께 진행했다. 2014년도 제작 당시에는 중국 시장 진출을 생각하고, 먼저 중국에 만화, 웹툰을 시범적으로 선보였다. 1년 정도 이를 분석하니까 가장 인기 있는 장르가 호러, 괴담, 섹시 코미디였다. 하지만 섹시 코미디 장르는 국내에서 선보이기 힘들 것 같아서 공포 장르 위주로 찾았다. 그때 '기기괴괴' 시리즈를 봤고, '기기괴괴'가 가장 독창적이고 오리지널리티가 있더라. 아이디어도 정말 뛰어났다. 그래서 당시 연재된 '기기괴괴' 시리즈 중 '성형수'를 포함해 10가지 정도를 선택해 판권을 계약했다. 판권 계약 이후 '성형수'가 터지면서 '성형수' 중심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다.
-영화 제작 과정이 6년여 시간이 걸렸다. 길어진 이유가 있나.
▶(조) 처음에 판권 계약을 하고 시리즈로 선보일지, 극장에서 영화로 선보일지 정리하느라 2년 정도 걸렸다. 그리고 나서 '성형수'를 잘 만들어야겠다고 달린 게 총 4년이다. 현실적으로 투자 문제도 있었다.
▶(전) 시나리오 작업까지 4년여가 걸렸다. 앞서 말했듯이 중국 시장을 생각했는데 한한령이 터졌다. 원래 원작이 중국에서 인기가 많아서 투자 문제가 없었는데 중국 리스크가 터지면서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길어지는 상황이 이어졌다. 그 사이에 영화진흥위원회, 서울애니메이션센터에서 지원을 받았다. 정말 큰 힘이 됐다.
-원작 작가인 오성대 작가와 영화화와 관련해 이야기한 부분은 있나.
▶(전) 작가님이 영화화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딱히 주문하지 않았다. 다른 영역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존중해 주셔서 각색과 디자인을 편하게 할 수 있었다. 작가님은 극장에서 영화를 꼭 보고 싶다고 하셔서, 아직 어떻게 각색됐는지 모르고 있다.
-짧은 에피소드 형식의 원작 웹툰을 영화화하면서 가장 중점을 뒀던 연출 포인트는 무엇인가.
▶(조) 원작은 엄청나게 매력적인 구성과 아이디어가 집약된 작품이다. 다만 '성형수'를 극 영화로 전환한다고 했을 때 비어있는 부분이 많았다. 처음에 원작을 접했을 때는 어떻게 장편으로 만들지 고민이 많았다. 그러던 와중에 각색된 시나리오 초고를 보고 방향성을 잡았다. 원작에 없던 연예계 부분이 추가되면서 주인공에 집중한 애니메이션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원작에서는 주인공이 말도 안 될 정도로 극적이라, 영화에서는 이를 적극적으로 설득하는 부분이 필요했다. 예지를 이해하고 같이 따라가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예지를 중심으로 과거, 현재, 주변 연결 관계를 설계했고 이 뼈대 위에 구성했다. 특히 예지가 파국을 향해 치닫는 길을 일직선으로, 거침없이 달려 나가는 영화로 설정해 연출했다.
▶(전) 원작이 아주 짧고, 드라이하다. 웹툰에서는 그 부분이 장점이지만 영상으로 구현할 때는 비어 보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주인공의 감정을 가지고 가는 게 중요했다. 원작 웹툰만 보면 주인공은 사이코패스 같기도 하다. 그래서 감정선을 살려서 시나리오 작업을 했다. 시나리오는 이한빈 작가가 맡았는데, 감정선을 굉장히 잘 만들어줬다. 또한 극 영화 요소와 애니메이션만의 축소, 과장되는 요소도 적절히 추가하면서 각색했다. 후반부 하이라이트는 반전과 충격을 주면서도 '성형수'다운 부분을 고민해 완성했다. 특히 애니메이션이라도 현실감을 주고 싶어서, 비주얼적으로 자제했다.
-원작에 없던 구성을 많이 추가했다. 특히 연예계가 배경으로 추가되기도 했는데.
▶(조) 영화에서 다루는 '미'에 대해 생각해보면, 사실 상대적이다. 다른 사람이 인정해줘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미'를 타인에게 보여주고 인정받는 곳인 연예계를 배경으로 추가하게 됐다. 또 극 중 무시당하고 좌절당한 예지가 예뻐져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구조도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기 때문이라고 봤다. 그래서 예뻐진 예지가 인정받을 수 있는 연출적 요소로 연예계라는 배경을 택하게 됐다.
-가장 만족스러운 연출 장면을 꼽자면.
▶(조) 영화 중반부에 예지가 폭발해서 성형수 시술사에게 폭행을 가하는 장면이 있다. 초반에는 예지를 의도적으로 계속 누르고 있는데, 그 장면에서 눌려있던 에너지들이 한꺼번에 폭발해 터져 나오게 된다. 그 부분을 연출적으로 강하게 밀어붙여야 하는 장면이라 만족스럽다. 액팅도 그렇고, 연출과 분위기, 사운드가 가장 강렬해서 좋아한다. 영화적으로 봤을 때 그 시퀀스 이후에 영화가 딱 반전이 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전) 그 장면을 보면 조경훈 감독이 이 장면에 얼마나 많은 공과 애정을 쏟았는지 느껴질 정도다. 본인의 연출 취향이 고스란히 반영됐다고 느꼈다.
-'기기괴괴 성형수'가 외모지상주의를 꼬집고 있지만, 반면 이를 다소 가볍고 단편적으로 다뤄 아쉽다는 의견도 있다.
▶(조) 우선 가볍게 다루려고 하지는 않았다. 원작에 충실하게 하려고 한 만큼, 고민도 많았다. 아무래도 영화라 극단적이고 과장된 측면이 없지 않아 있다. 외모라는 부분이 사실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치중돼 있고, 소위 못생겼다고 할 때 가해지는 폭력도 있고, 거꾸로 예쁘다고 할 때 가해지는 폭력도 있다. 이런 부분을 영화에서는 해결하지 않고 극단적으로 있는 상황을 그래도 보여준다. 어떻게 보면 무책임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부분들이 불편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게 현실적이라고 봤다. 학습된 미적 기준이 사회를 구성하고 있다. 그래서 영화에서 미적인 기준들에 대해 '껍데기'라고 표현한다. 우리가 외모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하지만 그 의미에서 빠져나갈 수 없다는 절망감을 느끼기도 했다.
▶(전) 어떠한 인위적이고 작위적인 메시지를 주는 것은 외려 요즘 정서와 맞지 않을 것 같았다. 무언가를 설명적으로 그리기보다는 현실 그대로, 양 극단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봤다.
<【N인터뷰】②에 계속>
seunga@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