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딥:풀이]① '미달이' 김성은 "방황한 20대 지나, 더 단단해졌죠"(인터뷰)

에세이 발표 "과거의 나를 마주해, 글쓰다 울기도"

배우 김성은/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전국민이 사랑한 아이, 미달이. 1998년 방송된 SBS 시트콤 '순풍산부인과'에서 어른 못지 않은 연기력과 끼로 사랑받은 미달이는 20년이 지나도 여전히 대중의 기억에 선명하다. 개구지고 귀엽고 자기 감정에 솔직한 미달이는, 캐릭터가 탄생한 TV시대를 지나 유튜브 등 SNS 시대를 맞은 후에도 클립영상과 '짤'로 현재진행형의 인기를 끌고 있다.

반면 3년 동안 미달이로 산 배우 김성은의 삶이 시트콤처럼 마냥 웃음만 가득했던 것은 아니었다. 거대한 인기와 인지도가 어떤 의미인지 채 알기도 전에 세상에 나왔고, 미달이 이후의 삶은 쉽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홀로 떠난 유학길, 갑작스러운 부모님의 사업실패, 불안하게 시작한 20대에 아버지와의 갑작스러운 이별. 인생에 짙게 드리운 미달이의 그림자가 버거웠던 시절도 있고, 그로 인한 오해가 답답할 때도 있었다. 그렇게 수년을 보낸 김성은은 이제 더 단단한 마음과 더 유연해진 생각으로 자신의 삶과 미달이를 받아들였다.

1991년생으로 벌써 우리나이로 서른, 김성은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을 책으로 풀었다. '한뼘만 같이 걸을까요'에는 미달이로 살던 시절, 어린 김성은이 느낀 솔직한 생각 그리고 어른아이가 된 후에 겪은 방황과 극복이 진솔하게 담겼다. 김성은은 이 에세이를 쓰며 과거의 자신을 제대로 마주할 수 있었다고 했다. 더불어 유명인의 특별한 삶이 아닌, 대중의 가까이에 있던 아이가 어떻게 성장해 어떤 삶을 살았는지 솔직하게 풀어낸 글이라면서 작은 위로가 되길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배우 김성은/서아책방 제공ⓒ 뉴스1

-자신의 책을 내게 된 소감은.

▶글쓰기와 독서는 어릴 때부터 좋아했고, 나의 글을 쓰는 건 꿈만 꿨다. 40, 50대에 이루고 싶은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는데 이번에 좋은 기회로 30년 인생을 정리하는 에세이를 쓰게 됐다.

-책 집필은 제안을 받은 건가.

▶그렇다. 내가 꿈꾼 시기보다 훨씬 빨리 찾아온 기회여서 미팅 후 집에 가는 길에 너무 신나서 운전대를 두드리면서 갔다. 처음에는 설레고 좋기만 했는데 글을 쓰는 시간은 생각보다 고통스러웠고, 쓰고 난 후에도 편한 마음은 아니었다. 과연 어떻게 만들어질지 초조함도 있었다.

-책 제목이 '한 뼘만 같이 걸을까요?'다. 어떤 의미인가.

▶사실 '한 뼘'은 같이 걸을 수 없는 단위이지 않나. 한 뼘의 시간만 허락해준다면 저의 삶을 쭉 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지었다. 그렇게 손을 내밀고 제안을 하는 것이다.

배우 김성은/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대중에 먼저 손을 내미는 의미인데, 지금은 대중을 보는 시선이 어떤가.

▶많이 달라졌다. 20대 초반에 정처없이 방황하고 아버지 돌아가시고 갈피를 못 잡고 있을 때 인터넷에 달리는 수많은 악플을 보고 힘들었다. 미달이 이미지를 벗고 싶어서 성형수술을 한 게 아닌데, 내 생각은 그게 아닌데 속으로 생각하면서 마음으로 싸웠다. 내가 뭘 잘못 했길래 이렇게 안 좋게 바라볼까 싶었다. 그런 20대를 보내고 나도 성장했다. 그때 대중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내가 아무리 '아니다'라고 해도 나는 과거와 연결이 되어 있는 것이다. 미달이라고 불리는 것에 위축되는 시기도 있었지만, 어느 시간이 지난 후 감사함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더 이상 부끄러워하거나 약점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니 마음이 편해졌다. 과거에는 큰 물줄기를 나 혼자 거슬러 올라가려고 했던 것 같다. 자연스럽게 나이도 먹고 자연스러운 나의 모습도 흐름대로 보여드리고 싶다.

-책의 2부는 '순풍산부인과'에 대해 적었다. 미달이로 큰 인기를 끌었다. 김성은에게 어떤 의미인가.

▶미달이로 사랑받았는데 그땐 너무 어렸다. 인기, 인지도도 몰랐고 내가 유명한 사람이라는 생각은 없었다. 원초적이었다. 배고프면 밥 먹고 자다가 촬영에 들어가고 그 사이 광고, 라디오, 뮤지컬 등을 했다. 그렇게 3년을 보냈다. 요즘 여러 인터넷 채널에서 '순풍산부인과'의 하이라이트를 올려주더라. 내가 직접 찾아가서 '어떤 에피소드 보고 싶다'고 댓글도 달았다.(웃음) 미달이는 동그란 사탕같다. 삶에 대해 힘들어하는 부분도 없고 싸우고 이겨내고 한대 쥐어박고 싶을 때도 있지만 귀엽고 깜찍한 친구다.

배우 김성은/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힘들었던 시절도 솔직하게 풀었더라. 자신을 마주하는 기분이었을 것 같다.

▶어떤 팬이 내게 '강이라는 건 가만히 보면 맑지만 안에 있는 걸 파헤치면 흙탕물이 된다. 글을 쓰는 동안 내 모든 것들을 스스로 파헤치면서 힘들었을 강이 독자들의 진심어린 응원과 사랑으로 깨끗해지길 바란다'고 하셨다. 그게 내 마음과 같다. (나를) 파헤치는 것이 너무 힘들더라.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도 있었다. 힘든 걸 정면으로 돌파하고 한 글자, 한 문장을 쓰기 위해 몇시간을 쓰다가 울다 지치기도 했다. 그래도 진솔하고 싶었다. 그동안 내 이야기를 해도 이슈되는 부분만 부각된 경우가 있었는데 책은 온전히 나의 생각과 글이기 때문에 보는 분들이 '얘가 이렇게 살았구나' 온전히 볼 수 있도록 더 솔직하고 싶었다.

-과거를 마주한 후 어떻던가. '힐링'이 됐을 것 같은데.

▶30년이 깔끔하게 정리가 된 것 같다. 한편으로는 홀가분했다. 울퉁불퉁했던 상처가 고르게 펴진 것 같다. 마음은 전보다는 윤택해진 것 같다. 내 이야기를 모든 사람들과 나누는 것 아닌가. 그러니 전보다는 힘이 될 것 같다.

<【N딥:풀이】②에 계속>

ich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