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정원' 정영주 "악역 너무 힘들어…식당서 등짝도 맞았죠"(인터뷰)
[N인터뷰]① "오지은과 첫 촬영 전 6시간 수다…언니·동생 돼"
- 윤효정 기자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배우 정영주는 지난 26일 종영한 MBC 토요드라마 '황금정원'에서 극의 긴장감을 유발하는 악인 신난숙으로 열연했다. 신난숙은 사비나(오지은 분)의 생모이자 은동주(한지혜 분)를 버린 장본인으로, 극의 악행의 중심에 서있는 인물이다. 화려한 언변에 권모술수를 쓰는 책략가인데다가 시궁창같은 현실을 벗어나려는 집착적인 야망까지 갖춘 인물이다.
지난 1994년 뮤지컬 '나는 스타가 될거야'를 시작으로 무대 연기에 발을 들인 정영주는 몰입도 높은 연기력과 탄탄한 가창력을 갖추며 활동 반경을 넓혔다. '모차르트' '팬텀' '레베카' 등 '명성황후' '드라큘라' 등 대형 뮤지컬에서도 존재감을 자랑한 뮤지컬 스타다. 이후 2016년 TV 연기로 눈을 돌려 '시그널' '부암동 복수자들' '저글러스' '나의 아저씨' '열혈사제' 등에서 활약했다. 피도 눈물도 없는 악인 구청장과 푸근한 아주머니를 오가는 다채로운 캐릭터 옷을 입으며 안방 시청자들과 가까워졌다.
'황금정원'의 신난숙은 식당에서 등짝을 한 대 맞을 정도로 극한의 악역이었으나, 그마저도 시청자들의 애정과 칭찬이라면서 웃었다. 신난숙 역할을 통해 시원한 악인 연기를 보여주고 욕도 시원하게 먹은 정영주와의 대화다.
다음은 정영주와 일문일답.
-신난숙 역할을 마치니 어떤가, 악역이었는데.
▶악역이 쉽지가 않은데, 연기를 하고 나면 동료들이 '어떻게 그렇게 연기를 하냐'면서 칭찬해주기도 하고 그런 보람을 느꼈다. 그러면서 감정적으로 너무 힘들더라. 현장에서 인물의 감정에 빠져있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일부러 스태프들과 더 농담을 하곤 했다. 그렇게라도 안 하면 내가 못 된 짓을 할 것 같더라. 난숙의 모습이 나한테서도 툭툭 튀어나온다. 어머니가 '너 방금 난숙이 같다'고 하실 때도 있고, 아들도 '엄마 지금 난숙이처럼 말했어'라고 한 적도 있다. 몇달을 연기하니까 아무래도 나에게 난숙이가 묻어난다.
-기억에 남는 장면은.
▶동주에게 대사를 치는데 감정이 끌어올라서 정말 죽이고 싶다는 생각도 들더라. 극에서 '나쁜 마음 먹기 전에'라고 대사를 한 거는 실제로 내 마음을 담아서 쓴 대사다. 같잖아서 확 제거하고 싶은 마음이 일었다. 원래는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으니까 꺼져'였는데 그걸로는 내 마음이 표현이 안 됐다.
-인기를 실감하나. 길에서 만나는 시민들의 반응은.
▶식당가서 등짝도 맞았다. 연세 지긋한 분들은 애정을 담아서 '왜 이렇게 못 되게 연기를 해'하시면서 고등어 한 조각 더 주신다.(웃음) 이 정도면 그래도 괜찮다. 예전에 '부암동 복수자들'에 출연할 때는 길에서 누가 '죽일 년이다!' 소리를 친 적도 있다. 그만큼 관심있게 봐주셨다는 거니까 기쁘게 받아들인다. 나도 난숙이 말투로 받아치곤 한다.
-악역인데 연기를 잘해서 설득력을 갖췄다는 평도 있다. 난숙을 어떤 인물이라고 생각했나.
▶시청자들은 이유있는 악역을 선호하시는 것 같다. 이유가 있어야 악행도 이해해준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사실 난숙이는 있지도 않은 자신의 것을 지키려고 악행을 하는 거다. 그러다 보면 분명히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것 아닌가. 난숙이는 미친 듯이 열심히 산 죄밖에 없다고 하지 않나. 자신의 죄는 모르고 말만으로도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이다. 악착같이 살기만 해서 배워야 할 것을 제대로 배우지 못 한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황금정원'에서 무정한 엄마였는데, 실제 아들의 반응은.
▶'엄마만 보인다'고 해준다. 실제 나와는 다른 캐릭터다. 난숙이는 애착이 과해서 집착이 되지 않나. 나는 애착은 있으나 자식에 집착하지 않으려겨 신경을 많이 쓰는 엄마다. 자식에게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같은 말은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아들의 인생은 아들 것이라고 말하곤 한다. 아들도 나를 친구처럼 대해준다. 열여덟 사춘기를 지날 시기의 아들인데 엄마에게 속 이야기를 터놓고 해준다. 처음에는 아들의 고민이 덜컥 무겁게 느껴지기도 했는데, 그걸 나에게 편하게 이야기해준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드라마에서 호흡을 맞춘 한지혜 오지은은 어땠나.
▶두 분 다 잘 하는 분들이다. 나도 연기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고 모르는 것도 물어보곤 한다. 모르는 걸 인정하지 않으면 캐릭터가 서로 녹아들지 않을 것 같더라. 서로 그림에 대해, 대사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눴다. 두 배우 모두 연기에 대해 깊게 고민하는 스타일이다. 오지은씨는 특히 첫촬영 전에 만나서 6시간 동안 수다를 떨었다. 식사로 시작해서 서로 속이야기를 꺼내면서 언니 동생 사이가 됐다. 그래서 촬영하면서 더욱 좋은 것도 있었다.
<[N인터뷰]②에 계속>
ichi@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