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인터뷰]① 안보현 "꿈만 같았던 '그녀의 사생활', 성장 발판 됐죠"
- 고승아 기자

(서울=뉴스1) 고승아 기자 = 운동선수에서 모델로, 이어 2014년부터 연기에 뛰어들어 어느덧 6년 차 배우가 된 안보현(31). 최근 종영한 tvN '그녀의 사생활'(극본 김혜영/연출 홍종찬)에서 그는 '은기새끼'(성덕미가 남은기를 부르는 별명)로 남다른 인상을 남겼다. 앞서 드라마 '태양의 후예' '숨바꼭질' '별별 며느리' 등으로 눈도장을 찍은 그가 로맨틱 코미디에서 서브 캐릭터를 꿰차며 라이언(김재욱 분)과 성덕미(박민영 분) 사이에서 긴장을 유발한 것이다.
'그녀의 사생활'은 직장에선 완벽한 큐레이터지만 알고 보면 아이돌 덕후인 성덕미가 까칠한 상사 라이언을 만나며 벌어지는 본격 덕질 로맨스. 안보현은 극 중 성덕미와 이선주(박진주 분)와 소꿉친구이자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출신의 유도체육관 관장 남은기로 분해 절친 케미를 뽐냈다. 특히 '남사친'(남자 사람 친구)의 면모는 물론 평생을 가족처럼 지내온 성덕미를 향한 짝사랑을 깨달아가면서 '짠내'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안보현은 최근 뉴스1과 만나 남은기에서 아직 빠져나오지 못했다며 "어느 누구보다 따뜻한 3, 4, 5월을 보냈다. 캐스팅부터 꿈만 같은 시간이었는데 '은기새끼' 덕분에 행복했다. 좋아하는 선배님들과 감독님, 작가님과 같은 작품을 해서 영광이다. '그녀의 사생활'을 통해 제가 성장할 수 있는 것에 좋은 발판이 됐다"며 작품을 마무리한 소감을 밝혔다.
안보현과 일문일답.
-극 중 서브 캐릭터인 남은기 역을 맡았다. 꿈만 같다고 말했는데 어떻게 캐스팅됐나.▶내가 가장 늦게 캐스팅된 걸로 알고 있다. 감독님과 데뷔 초반에 같이 작품을 했는데 작년에 찍은 '드라마 스테이지 반야'를 보시고 은기와 적합하다고 생각하시고 미팅 겸 만나서 대본을 새벽 3시에 주셨다. 생각지도 못했는데 정말 감사했다. 새벽 3시에 대본을 받고 꿈만 같아서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였다. 정말 좋았다. 그리고 감독님이 은기 자체가 나라고 말씀해주셨다. 제가 운동선수 출신이라 공감할 수 있을 것이고 짝사랑도 해봤을 테니 캐릭터를 잡아 나갈 수 있을 거라 하셨다.
-유도선수이자 특별한 가족관계를 지닌 은기 캐릭터를 위해 따로 준비한 부분이 있다면.
▶옛날에 복싱을 했지만 유도와는 전혀 달라서 벌크업을 했다. 노출이 없더라도 도복을 입혀놨을 때 유도선수 느낌을 주고 싶었다. 유도선수 친구에게 직접 유도를 배워서 최대한 이질감이 들지 않게 하려고 했다. 사실 은기가 덕미의 가족과 함께 사는 설정이 현실에서는 가능할지 생각했는데, 김미경 선배님(고영숙 역, 덕미 엄마)과 연기하면서 이런 가족도 충분히 가능하겠단 생각이 들었다. 정말 국민 엄마 같았다. 신디(김보라 분)도 김미경 선배님에게 '엄마'라고 부르지 않느냐. 그리고 은기 친모인 남편집장(박명신 분)님과의 관계도 가능할 것 같더라. 자주 보지는 못해도 만나는 사이고, 무엇보다 선배님이 '은기가 제일 멋있고 제일 좋다'고 매번 말해주셔서 든든했다.
-여러 가지 웃긴 별명이 많았는데 특히 덕미가 '은기새끼'라고 많이 불렀다. 별명이 마음에 드는가.
▶원래부터 대본에 있던 단어였다. 이 단어 자체가 엄청 반갑게 들리지 않느냐. 전혀 거부감이 없었고 그 단어 하나로 오히려 더 빨리 배우들과 친근해질 수 있었다. 시청자분들도 내게 '은기새끼'라고 불러주시는 게 더 친근하게 다가왔다. 실제로 걸어가다가 나를 보고 '은기새끼다'라고 하는 것도 들었다. 하하. 들으니까 좋더라. 드라마를 좋아해 주시고 은기를 좋아해 주신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좋았다.
-덕미, 선주와 함께 소꿉친구 케미를 선보이며 많은 웃음을 안겼는데 박민영, 박진주와 연기 호흡은 어땠나.
▶촬영 전에 감독님, 배우분들과 대면하는 자리가 있었는데 (박)민영 누나가 먼저 친근하게 다가와주셨다. 역할이 33년간 같이 산 친구니까 반말을 해라고, 그래야 연기 들어갈 때 받아들이기 쉬울 거라고 해주시더라. 배려해주시는 게 느껴져서 더 열심히 했다. 너무 고마웠고 그래서 더 케미가 잘 산 것 같다. 그리고 덕미, 선주와 춤추는 장면이 있었는데 따로 안무 연습을 하고, (박)진주네 집에서 대본도 맞춰봤다. 덕분에 덕미 선주와 호흡이 더 좋았다. 사실 몸치라 힘들었는데 두 분은 습득력이 정말 빠르시더라.
-사랑의 라이벌이었던 김재욱과의 호흡은 어땠나. 유도를 하며 맞붙기도 했는데.
▶정말 좋아하는 배우이자 선배이자 형인데 그렇게 많이 붙는 신이 없어서 아쉬웠다. 그래도 둘이 붙으면 케미도 있고 재미도 있었다. 재욱이 형과의 신에서 계속 진지한 신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 같다. 유도신에서도 사실 둘 다 유도를 전문적으로 배우진 않아서 다치지 않는 선에서 조심히 했다. 그래도 형도, 나도 운동 신경이 좋아서 잘한 것 같다. 하루 종일 걸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빨리 찍었고 편집도 재밌게 나와서 좋았다.
-은기가 라이언이 등장하면서 덕미에 대한 마음을 뒤늦게 깨닫고 질투하는 모습 때문에 서브로서의 매력이 떨어져 아쉽다는 지적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은 없었다. 감독님과 작가님의 연출과 디렉팅에서 틀을 벗어나지 않으려고 했다. 내 입장에서는 은기 캐릭터가 좋았고 '은기새끼'로 행복했다. 초반에 약간의 질타를 살 수 있을 거라곤 생각했지만 연출과 대본에 있는 부분을 그대로 연기했던 것이고, 나중에 은기가 진심을 실토하는 부분에서 시청자들도 점차 은기를 이해해주는 반응이 생기더라. 사실 주인공 두 분의 케미가 너무 좋았는데 그 부분에 내가 끼어서 깨려고 하다 보니 그런 반응이 있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래도 아쉽진 않다.
-시청률이 2%대로 나와서 아쉬운 점은 없었나.
▶시청률이 나와도 현장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 주인공 분들이 잘 이끌어주셔서 그런 것 같다. 나도 시청률에 연연하지 않았다. 스태프분들은 현장에서 민영누나 애드리브를 기다릴 정도였고, 나도 받아칠 준비를 했다. 재욱형님도 거의 다 애드리브로 하시더라. 그런 것들이 현장 케미를 살리면서 분위기가 더 좋아진 것 같다. 그리고 선배님들의 커피차나 밥이 엄청 많아서 촬영하면서 든든하게 먹었다. 저도 엑소 세훈이가 차를 보내줬는데 기가 살았다. 내게 '잘 먹었다'고 해주셔서 기분 좋더라.
-애드리브가 많았다고 했는데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촬영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해달라.
▶사실 신디와 마지막에 찍은 신은 촬영 당일에 추가됐다. 당황했는데 그 신이 너무 잘 살아서 감독님이 만족하셨다. 신디와 붙는 신은 사실 3~4 장면이 다인데 주변에서 케미가 좋다고 해서 뿌듯했다. 김미경 선배님이 저와 신디 장면을 보고 잘 되는 줄 알았다고, 감독님께 둘이 같이 나오면 더 좋겠다고 얘기하셨다. 저도 감독님께 장문의 메시지를 보냈는데 마지막에 그런 신이 추가됐다. 신디와 결말은 열린 결말이다. 하하. 덕미네와 마지막에 다 같이 밥 먹으면서 '최작가(홍서영 분) 만나는 거 아니냐'는 대사도 덕미의 애드리브였다. 그걸 보고 감독님이 박장대소하셨다고 해서 뿌듯했다.
<[N인터뷰]②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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