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이사람]① '자연인' 성우 정형석을 만나다…"윤택, 산에 같이 가자고"(인터뷰)

'나는 자연인이다' 성우 정형석 ⓒ News1 권현진 기자

(서울=뉴스1) 김민지 고승아 기자 = MBN '나는 자연인이다'는 매주 수요일 시청자들을 힐링의 세계로 이끈다. 고즈넉한 자연을 담은 풍경,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산골 생활 간접 체험이 시청자들에게 짧게나마 '쉼'을 선물한다. 성우 정형석(45)은 시청자들에 이야기 길라잡이 같은 역할을 한다. 잔잔한 목소리로 장면에 깊게 몰입해 보는 이들의 공감과 이해를 돕는다. 마치 절친한 친구가 옆에서 같이 TV를 보는 느낌을 준다. 이제 정형석의 목소리는 '나는 자연인이다'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됐다. 정형석 역시 "대화하듯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며 웃었다. 7년 동안 함께한 이 프로그램은 자신에게도 소중하다며 10주년에도 함께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본래 배우를 꿈꾸던 정형석은 '목소리가 좋다'며 성우를 권유하는 선배의 말에 성우에 도전했다. 800:1의 경쟁률을 뚫고 당당히 KBS 공채에 합격했지만, 빛을 보는 건 쉽지 않았다. 배역 하나를 맡기도 어려울 때가 많았다. 홀로 연습을 하며 실력을 갈고닦았고, 2010년 KBS 2TV '감성다큐 미지수'를 통해 업계에서 이름을 알리게 됐다. 이후 각종 광고에는 정형석의 이름이 수없이 등장했고, '나는 자연인이다'를 통해 인지도 역시 높였다. 이제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안정적인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하나의 분야에서 자리 잡은 그는 본래 꿈이었던 연기에 눈을 돌렸다. 꾸준히 오디션을 보며 작품에 참여하고 있는 것. 최근에는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 등장했고, 영화 '여중생A'와 '인랑'에도 출연했다. 또한 개봉을 앞둔 '82년생 김지영'에도 얼굴을 비칠 예정이다. 극 중 비중이 높은 배역은 별로 없다. 단역도 많다. 그럼에도 계속 도전하는 이유는 뭘까. 정형석은 "간절히 소망하고 이뤄야 하는 게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 도전하는 그 순간이 좋다"며 웃었다. 영역 파과의 시대를 맞아 그는 성우로도, 배우로도, 라디오 DJ나 예능인으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여전히 꿈을 향해 전진하고 있는 정형석, 여전히 열정적인 그를 최근 뉴스1이 만났다.

'나는 자연인이다' 성우 정형석 ⓒ News1 권현진 기자

- '나는 자연인이다'를 이끌어 가는 목소리의 주인공을 실제로 만나니 반갑다.

▶ '나는 자연인이다'가 내 대표작이다.(웃음) 원래 이 프로그램이 7회짜리 파일럿 프로그램이었는데 시청률이 잘 나오고 꾸준히 방영되면서 내게도 대표작이 됐다. '나는 자연인이다'는 내게도 힐링이 되는 프로그램이다. 일기를 쓰듯 나를 돌아보게 되는, 심야 라디오 같은 느낌이다.

- 정형석 성우 특유의 대화하는 듯한 내레이션이 '나는 자연인이다'의 매력 중 하나로 꼽힌다.

▶ 일단 대본을 정말 잘 써주신다. 내가 화면을 보고 멘트를 하는데 '더 자연스럽게 내 식대로 하며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바로 옆에서 사람이 말해주는 것 같은 느낌을 원했다. 예를 들면 화면 속 윤택을 보면서 '윤택씨, 그건 좀 아니다'라고 툭 던지는 거다. 평상시 대화하듯이 말하면서도, 힘든 사연에는 위로를 묻어나게 하면 더 자연스럽지 않겠냐고 했다. 그런 부분이 통한 것 같다.

- 7회짜리 파일럿 프로그램이 어느덧 7년간 방송한 장수 프로그램이 됐다. 어느 정도 기여했다고 보나.(웃음)

▶ 장수 비결을 꼽자면 일단 지금까지 열심히 프로그램을 만들어온 PD님, 작가님 덕분이 아닌가 한다. 윤택과 이승윤의 공도 무시할 수 없다. 두 사람의 푸근하고 진정성 있는 소통과 '자연 먹방', 자연인들의 이야기가 재미를 만들어내는 듯하다. 또 자연인들의 삶이 로망을 주는 것 같다. 직접 가지 않아도 (대리만족을 하며) 위안을 느낄 수 있으니까. 내 기여도는 10% 정도가 아닐까.(미소)

- 직접 '나는 자연인이다'에 출연해 힐링해보고픈 마음은 없나.

▶ 그렇지 않아도 내가 최근에 예능에 종종 나오니 윤택이 한 번 산에 따라가자고 하더라.(웃음) 나는 갈 의향이 있다. 가서 자연인이 내어주는 음식을 직접 먹고, 장작도 패고, 모닥불도 피우고 싶다. 방송 10주년 즈음 변화를 주기 위해 한 번 등장하면 좋지 않을까.

- '나는 자연인이다' 속 톤이 너무 익숙하다 보니,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나 '방구석 1열'에 정형석 성우의 목소리가 나왔을 때 다소 어색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아쉽진 않나.

▶ 그렇진 않다. 그건 시청자 분들이 판단할 몫이고, 그런 의견도 감사하게 생각한다. 보는 사람들의 의견은 다양하지 않나.

'나는 자연인이다' 성우 정형석 ⓒ News1 권현진 기자

- 원래부터 성우를 꿈꿨나.

▶ 가수가 꿈이었다. 고등학교 때까지 가수를 꿈꿨고, 선생님이 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사실 배우는 생각해보지도 못했는데, 친구가 연극과 시험을 친다기에 나도 가보자고 했다. 준비 없이 실기를 보게 돼서 '노래 한 곡 부르면 되겠지' 했는데 똑 떨어진 거다. 대학을 다 떨어져서 재수를 해 비서과를 갔다. 거기에서 연극 동아리에 들어갔고, 1년 동안 활동을 해보니 '내 길이다' 싶었다. 그 길로 서울예대 시험을 봐서 연극과에 붙었다. 이후 뮤지컬과 연극을 주로 했고 '난타'라는 작품도 5년 가까이했다. 그러다 어느 날 선배가 '너는 목소리가 좋으니 성우를 하면서 연기를 하라'고 권유해주더라. 생각해보니 그러면 좋을 것 같았고 '내가 말을 잘하는데 목소리로 하는 연기를 해야 하지 않나' 싶어서 KBS 아카데미에 다녔다. 그 후 성우 시험을 봤는데 바로 붙은 거다.

- 800:1의 막강한 경쟁률을 뚫고 KBS 공채 32기(2006년) 성우가 됐다. 그 이후는 탄탄대로였겠다.

▶ 아니다. 나는 KBS 공채라 3년의 전속 기간이 있었는데, 그사이에는 라디오와 드라마 등 회사 내 일만 했다. 목소리 연기를 해야 하는데, 역할을 많이 맡지 못해 암울했다. 대사 한 줄을 못 읽을 때도 있어서 '내가 할 수 없는 영역인가' 싶었다. 그런데 오기가 발동하더라. 내가 한 분야에서 인정받기 전까진 다른 걸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이후 2년 정도 내레이션에 대한 연구와 연습을 많이 했다. 하지만 쉽진 않더라. 전속계약이 끝날 때쯤 오디션을 본 것도 잘 안됐다. 프리랜서가 된 뒤에 거의 1년을 놀았다. 다시 연극판으로 돌아갈까도 고민했다.

-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은 계기나 터닝포인트가 있는지.

▶ 프리랜서도 나온 뒤 놀다가 KBS 2TV '감성다큐 미지수'라는 프로그램을 하게 됐다. 당시에 1~2개월만 해보고 그만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나를 찾아준 게 어딘가 싶어 열심히 했다. 나는 성우이면서 배우라 내 식대로 내레이션을 했는데 그게 먹혔다. 이후에 광고가 많이 들어오고 일이 몰리기 시작했다. '감성다큐 미지수'를 1년 정도 했는데 제작진에게 고맙다. 지금의 성우 정형석을 있게 해 준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애착이 간다.

- 정형석 성우 특유의 나긋나긋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를 매력으로 꼽는 이들이 많다.

▶ 사실 목소리가 좋다는 생각은 많이 안 한다. 그런데 서점을 가거나, 음반을 사러 가서 '계산해주세요,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면 '목소리가 좋다'는 얘기를 종종 들었다.(웃음)

- 성우로서 본인의 능력이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나.

▶ 능력이 뛰어나다기보다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목소리가 좋은 분들이 정말 많은데, 나의 목소리와 느낌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있다. 물론 나도 노력을 많이 했지만, 운도 따랐다고 본다. 감사한 일이다.

<[N이사람]②에 계속>

breeze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