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과 다짐"…경수진, '역도요정 김복주'로 맞은 변화(인터뷰①)
- 장아름 기자
(서울=뉴스1스타) 장아름 기자 = 배우 경수진에게 MBC 수목드라마 '역도요정 김복주'는 쉽게 보낼 수 없는 작품으로 남았다. 방송 시작 전, 2~3개월 간을 송시호 역을 위해 리듬체조에 매진했고 프로 선수들의 훈련 스케줄을 온전히 따르고 노력하며 애정으로 캐릭터를 만들어갔기 때문이었다. 이렇게까지 운동을 해야 할까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었지만 연기를 잘 하고 싶다는 개인적인 욕심도 있었고, 리듬체조 선수들의 힘든 훈련을 생각하면서 함부로 연기하면 안 되겠다는 마음도 동시에 들었다. 프로 선수 못지 않았던 경수진의 리듬체조는 그런 노력 끝에 완성됐고, 경수진은 온전히 송시호로서 기억될 수 있었다.
"송시호라는 캐릭터가 아무래도 리듬체조계에서 톱 위치에 있잖아요. 가장 먼저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하다 보니까 기초 체력을 기르는 게 중요한 것 같더라고요. 공복 운동 세 시간, 저녁 운동 네 시간 정도 그렇게 2~3개월을 했어요. 리듬체조를 안 하면 PT를 받거나 스트레칭으로 유산소 운동을 했고요. 선수처럼 생활을 해보자는 마음이었던 것 같아요. 리듬체조를 배우면서 현역 친구들과 같이 연습을 했었는데 인터뷰를 하다 보니까 하루에도 죽고 싶은 마음이 몇 번 들 정도로 훈련이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함부로 연기하면 안 되겠다, 더 욕심을 낼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경수진은 여럿 리듬체조 선수들을 관찰했고 연기에 참고했다. 가장 힘들었던 장면은 리듬체조 장면이었다. "편집의 도움을 받아 한층 더 근사한 장면이 된 것 같다"던 그는 대회 장면을 촬영하던 당시 시험대에 오르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고 했다. 그간의 노력을 헛되게 하지 않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최선을 다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송시호가 몸무게로 인해 스트레스 받고 스스로를 엄격하게 관리하는 모습을 연기하며 공감이 가기도 했고, 자신의 20대를 돌아보게 됐다.
"송시호도 꿈이 있었고 저도 배우 꿈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때 그 시절은 자신이 힘든 줄 몰라요. 꿈에 대한 열정을 불태워보겠다는 의지가 강하니까요. 20대 초반 연기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불행하다고 느끼지 않았어요. 다만 송시호를 보면서 아무리 자존감이 높아도 20대는 불안한 나이구나 싶더라고요. 20대는 스스로를, 감정을 콘트를 하기엔 어려운 나이기도 하고요. 김복주(이성경 분)한테도 못된 짓을 하는데 그게 다 감정이 제어가 안 돼서이기도 했어요. 20대는 정말 감정적으로 혼란의 시기인 것 같아요."
송시호는 모두가 선망하는 리듬체조계의 요정이었지만 그에겐 남모를 아픔이 있었다. 넉넉지 못한 집안 사정에도 부모는 자신의 성공을 위해 전재산을 다 바쳤고, 모두가 자신의 성공만을 바라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로 인해 가정의 불화가 생겼고 성공에 대한 부담감은 더 가중됐다. 스트레스가 커지다 보니 폭식증도 생기고 몽유병도 뒤따랐다. 예민해지고 뾰족해지는 건 당연할 수밖에 없었다. 모든 감정을 눌러야 하다 보니 화를 제어하기 힘들었고, 주변 사람들은 점점 더 멀어져만 갔다. 전 남자친구 정준형(남주혁 분)에게 그래서 집착할 수밖에 없었다.
"시호 자체가 (시청자들에게) 이해받을 수밖에 없었던 존재였던 것 같아요. 친구들도 없으니까 어떻게 보면 기댈 곳도 없었어요. 경쾌한 드라마 색깔에 맞게 시호도 밝은 분위기로 갔으면 어땠을까 궁금해 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작가님의 의도는 시호의 아픔을 담고 싶다는 데 있었어요. 시호의 자존감과 제가 닮은 부분도 있고, 예민한 부분도 닮긴 했어요. (웃음) 하지만 20대 초반 시호처럼 라이벌 의식이 강하거나 하진 않았어요. 그저 꿈을 위해 달려가기 바빴더라고요. 이제 30대에 접어들다 보니까 아무래도 그간 경험들 덕분에 조금 더 여유롭게 꿈을 대하고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
경수진은 송시호를 유독 떠나보내기 힘들 것 같다고도 털어놨다. 송시호에게 긴 시간 몰입했던 탓에 본래 밝은 모습으로 돌아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 "하루에 12시간 넘게 촬영을 하는데 그 시간 동안 송시호의 감정에 대입해 있었으니까 경수진의 모습으로 돌아오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다"며 걱정했다. 특유 지닌 눈빛이나 분위기 때문에 경수진이 송시호와 같은 어두운 캐릭터를 주로 연기했다고 기억하곤 하지만 드라마 '밀회' 박다미나 '파랑새의 집' 강영주 등의 캐릭터를 기억하는 이도 많다. 경수진은 '밀회'를 특별한 작품으로 꼽았다.
"사연 있어 보이는 역할을 데뷔 후 초반에 많이 하긴 했어요. 손예진 선배님이 연기하신 '상어' 조해우도 그랬고, '은희'의 은희도 그런 역할이었어요. 밝은 캐릭터에 도전할 수 있었던 작품이 안판석 감독님의 '밀회'였어요. 그 작품 이후로 밝은 역할도 할 수 있게 됐던 것 같아요. 그 전에는 청순가련하고 사연 있는 캐릭터로만 나왔었는데 다미 캐릭터를 주시면서 뭔가 밝은 역할도 가능한, 배우 스펙트럼을 넓일 수 있는 계기이자 터닝 포인트가 된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역도요정 김복주'도 터닝 포인트가 됐어요. 이 작품을 하면서 반성했거든요. 선수들을 보면서 '난 이들처럼 열심히 살았나?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새로운 다짐을 갖게 되더라고요."
"송시호가 누군가에게 의지하려 하기 보다, 혼자 스스로 일어서길 바랐다"던 고백은 경수진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26세 뒤늦게 데뷔한 자신의 배우 생활을 두고 "차근차근 올라왔다"고 털어놓은 고백에서 그간 스스로를 홀로 끊임 없이 다독여 왔을 것이라 짐작됐다. "남을 부러워 하기 보다 역량을 키우고 성장하는 것이 불행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라는 생각은 평소 그의 긍정적인 성격을 드러낸다. 그런 경수진의 목표 중 하나는 "안정적인 배우이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다음에 도전하고 싶은 캐릭터는 "쌍방의 연애를 할 수 있는 밝은 캐릭터"라고. '역도요정 김복주'에서 눈부셨던 그의 다음이 벌써 기대된다.
aluem_cha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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