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배우 고은성, 신선하다는 말로 부족한(인터뷰①)

(서울=뉴스1스타) 강희정 기자 = 아픈 고은성을 만났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인터뷰날 고은성은 이석증으로 병원에 다녀온 상태였다. 인터뷰는 이석증 얘기로 시작됐는데, 그 얘기가 뭐라고 묘하게 빠져든다.

소위 '뜰 것' 같고, 앞으로 더 잘될 것 같은 사람을 만나는 건 궁금하고 설레는 일이다. 어떤 사람일까 여러번 상상했는데, 고은성의 인터뷰는 죄다 예상을 비켜갔다. 거칠 것도 없고 거리낌도 없고. 그에게 운전대를 쥐어준다면 이 길의 끝을 볼 때까지 쭉 직진만 할 것 같은 느낌이다. 독특하다, 신선하다는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매력이 있었다. 인터뷰 후에 더 아리송한 인터뷰이는 처음이다. 기자는 아직 고은성을 모른다.

"인터뷰니까, 자신의 솔직한 말을 하는 거잖아요."

화법이 갓 잡아 팔딱팔딱 뛰는 생선 같다고 했더니 고은성은 진지하게 반문했다. 솔직하게 다 말하는 게 뭐 어떻냐고 말이다.

고은성이 최근 서울 두산아트센터에서 뉴스1스타와 인터뷰에 임했다. ⓒ News1star / 권현진 기자

-형식적이지만, 배역과 자기소개를 해달라

"어김없이 저는 항상 고은성이고요.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돌연변이 로미오를 맡았고, 여태까지 다른 많은 색다른 '로미오와 줄리엣'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굉장히 파격적인 로미오를 맡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엊그제는 셰익스피어 라이브 영상을 봤는데 로미오가 흑인으로, 레게머리를 하고 나오더라고요. 굉장히 신선했어요. 정해진 건 없기 때문에, 저희 공연 같은 것도 올라갈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생각했어요."

-몽타궤 돌연변이가 카풀렛 사람을 해치는데, 두 종족의 공존이 가능하다고 보나

"현실에서는 불가능해요. 뮤지컬 안에선, 가능하다고 믿고 있어요."

-무대 위 체력 소모가 많아 보이던데

"뮤지컬 '인터뷰'가 제일 힘든 공연일 거라 생각했는데 이게 '인터뷰'보다 더 힘든 것 같아요. '인터뷰'는 정신적으로 힘들지 체력적으로 힘든 건 없었거든요. 그런데 재밌어요, '로미오와 줄리엣'."

-뭐가 재밌나

"정신없이 흘러가 버려서?"

-정신이 없긴 했다

"그럴 수 있죠."

-로미오, 줄리엣이 '금사빠'(금방 사랑에 빠지는 사람) 같은 느낌이 있었다

"아, 근데 원작 '로미오와 줄리엣'도 '금사빠'예요. 그들 자체가 '금사빠'고, 그들이 사랑해서 죽는 선택을 하기까지 기간도 얼마 안 된다는 거 아세요? 3일 정도? 그래도 뮤지컬에선 꽤 돼요."

-뮤지컬을 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힘든 건 아무래도 컨디션 관리가 아닐까요. 제가 연습을 잘 해놓더라도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원하는 걸 무대에서 선보이기 어려우니까요. 관객분들한테 그런 게 전달되면 안 되잖아요. 제가 아프든 말든 관객분들은 양질의 공연을 봐야 맞는 거예요. 그래서 무대에 오르기 전까지만 아프려고 해요. 무대에 오를 때는 맡기고 하는 편 같고, 그래서 무대에 오른 후에는 어려움이 없어요. 말하자면 무대에서 다시 내려왔을 때의 어려움? 컨디션 관리죠."

"최대한 노래연습을 안 하려고 해요. 성대라는 게 되게 작은 근육이거든요. 그걸 어떻게 효과적으로 사용하느냐인데, 효과적으로 사용하더라도 많이 쓰면 닳는 구조예요. 운동 선수처럼 단련한다고 더 세지는 근육이 아니고 소모성인 거죠. 오늘 3~4시간 사용했으면 충분히 휴식해줘야 다음날 또 사용 가능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공연에서 소리를 지르거나 대사를 할 때 '중간'을 많이 고민해요. 너무 소리를 안 지를 수도 없고, 너무 지르면 목이 상하고…. 그런 관리의 중요성이랄까요. 내 자신을 너무 아낄 수도 없고 너무 버릴 수도 없고. 그 중간에 있는 것 같아요."

고은성이 최근 서울 두산아트센터에서 뉴스1스타와 인터뷰에 임했다. ⓒ News1star / 권현진 기자

-도전해 보고 싶은 뮤지컬 배역은

"많아요. 예전에는 좀 일상에 있을 법한 캐릭터들을 좋아했던 때가 있었는데 요즘엔 일상에 아예 없는, 우리가 많이 접할 수 없는 다이내믹한 역할들이 끌려요."

-돌연변이 로미오도 포함인가

"그렇죠."

- TV 드라마, 정극 연기에 생각은 없나. 영화도 한 번 출연했더라

"맞아요. 그건 제가 오디션을 봐서 찍어봤던 건데 재밌는 경험이었어요. 아직까지 전 연기보다는 노래하는 걸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더 재밌어요. 물론 연기도 좋아하니까 뮤지컬을 하는 거긴 하지만, 처음에 뮤지컬을 하게 된 것도 노래를 하다가 음악이 좋아서 시작한 거라서요. 음악이 좀 더 많이 차지하는 것 같아요. 뭐, 다 좋아해요. 춤 빼고."

-춤? 뮤지컬에서 많이 췄던데

"추죠, 많이 췄어요. 뮤지컬 '그리스'도 하고 '페임'도 하고요. 춤추는 걸 막 증오하는 건 아닌데 선호하지도 않아요.(웃음) 개인적으로 제가 춤을 잘 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그래요. 운동을 많이 해서 그런지 제가 좀 뻣뻣해요. 제 체형에 맞는 동작이나 안무면 잘할 자신이 있는데, 스무스하고 꿀렁꿀렁대는 안무들은 저랑 좀 안 맞는 것 같아요. 예술가라고 다 모든 걸 잘할 필요 없잖아요,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만 잘하면 되죠. 그렇기 때문에 춤은, 제 영역이 아닌 것 같다는 확신이 좀 있습니다."

-뮤지컬에 대한 고은성의 신념, 철학이 있다면

"오늘 온 관객 내일 또 오게 하자, 다 보여주지 말자, 연기든 노래든 조금 비우자. 잔에 물을 다 채우면 어디 들고 가기 좀 위태위태 하잖아요. 적당히만 채워야 마시기도 편하고, 어디 들고 가기도 편하고요. 개인적으로 이병헌 씨 연기를 좋아하는데 그 분 연기를 과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그렇다고 너무 비지도 않고, 계속 보고 싶은 연기요. 정확하게 할 말만 전달하는 그런 자신만의 색깔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인터뷰②로 이어집니다

hjk070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