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물' 이은우 "김기덕 페르소나? 다작 요정을 꿈꿔요"(인터뷰②)

(서울=뉴스1스타) 장아름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김기덕 감독과 연이어 작품을 함께 해온 이은우를 두고 '김기덕의 페르소나'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무리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은우는 "감독님의 페르소나는 제가 아닌 조재현·김영민 선배님"이라며 "영화 '일대일'에서도 정말 아주 잠깐 스쳐지나갔을 뿐"이라고 손사래를 쳤다.

이은우는 자신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으로 '뫼비우스'를 꼽았다. '뫼비우스'로 베니스 영화제 레드카펫도 밟았고, 그 이후 새로운 작품들로 인연을 맺었다. tvN 드라마 '시그널'도 '뫼비우스'가 맺어준 인연이다. 김원석 감독이 '뫼비우스'를 보고 이은우를 캐스팅한 것.

"'뫼비우스'로 영화제도 다녀오고 많은 사람들이 알아봐 주셨어요. SBS 다큐멘터리도 PD님이 '뫼비우스'를 보고 출연 제안을 주셨어요. 그 작품을 통해서 많은 분들이 제가 누구의 엄마, 누구의 여자 아닌 이은우를 봐주신 것 같아 정말 감사한 계기가 됐어요. 그때 당시엔 드라마국도 아니고 교양국서 전화를 주셔서 놀랐지만요. (웃음)"

배우 이은우가 김기덕 감독과의 작업 당시를 회상했다. ⓒ News1star / 레드라인 엔터테인먼트

"'뫼비우스'는 한편으론 제가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인 것 같아요. 그때 모습이 강하게 각인 돼 있다면 다음 작품에서의 연기가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보여줄 수 있는 때가 뛰어넘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배우로서는 제게 주어진 캐릭터의 전형성을 최선을 다해 탈피하기 위해 저 나름의 고민을 다하고 있는 것 같아요. '뫼비우스' 당시에도 강하게만 비쳐질 수 있는 캐릭터를 어떻게 보여줄까 그때부터 고민했었어요."

김기덕 감독과의 작업 과정도 이은우에겐 특별한 기억으로 남았다. 김기덕 감독은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이해력이 높은 배우를 캐스팅하려 한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촬영이 정해진 시간과 예산 내에서 바쁘게 진행되는 탓에 연기에 대한 디렉션을 줄 만큼 여유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촬영 전 캐릭터를 완벽하게 파악하고 만들어내야 하는 것은 배우의 몫이다. 이은우는 김기덕 감독과의 현장에 대해 "감독님 만의 울타리가 느껴졌던 곳"이라 회상했다.

"감독님이 카메라를 직접 잡으실 때 그 프레임 안에서 확실히 힘이 느껴져요. 한쪽 눈으로는 카메라를 보시면서 한쪽 눈으로는 그 공간을 보시는데 그 안에서 배우가 확실히 달라지는 느낌을 받는 것 같아요. 현장에서 디렉션이 없어서 배우가 힘들지 않냐고 하시지만 감독님은 전체 리딩에서 신의 목적, 본인 의도 등 필요한 건 미리 말씀해주세요. 늘 현장에서도 그리고자 하는 바가 명확했기 때문에 중심이 흐트러질 수가 없어요."

이은우가 배우로 들어선 계기에 대해 이야기했다. ⓒ News1star / 레드라인 엔터테인먼트

배우가 되기 전의 이은우의 이력도 남다르다. 생물학도를 꿈꿨던 그는 대학원까지 진학했지만 일순간 답답함을 느끼고 등록금을 환불한 뒤 3년간 진로 고민의 기로에 놓였다. 그러다 우연히 한 편의 맥주 CF를 찍은 것을 계기로 배우 제안을 자연스럽게 받게 됐고, 배우의 길로 들어서면서 연기라는 것을 처음 접하게 됐다. 본격적으로 배우를 하게 되면서 몰랐던 자신을 재발견하게 됐다고도 했다. "공부를 할 때 생각하는 과정과 연기를 할 때 생각하는 과정이 비슷하다"며 연기의 묘미를 느꼈던 당시도 떠올렸다.

"'연기를 계속 왜 해야 하지? 계속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라는 질문을 스스로 많이 했어요. '뫼비우스' 당시엔 그 작품을 끝으로 연기를 마지막으로 해야겠다는 심정이기도 했었어요. 연기라는 건 공부처럼 열심히 한다고 뚫리는 게 아니잖아요. 연기를 전공하신 분들처럼 경험이 축적되고 그게 단단하게 쌓여서 원동력이 돼준 것도 아니었어요. 하지만 연기를 해가는 과정이 정말 재미있었어요. 캐릭터를 생각하면 스트레스 받고 연기가 쳐다보기도 싫은데 그 과정이 쌓여서 재산이 될 때, 정말 그 다음을 기대하게 되더라고요. 그게 연기의 묘미인 것 같아요."

배우 이은우가 앞으로의 바람을 드러냈다. ⓒ News1star / 레드라인 엔터테인먼트

이은우는 '다작 요정'이 되고 싶다고 했다. 지금까지의 필모그래피가 다소 색깔이 강했다면 보다 다양한 작품을 통해 다양한 캐릭터를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다. 지난해 영화 '가부키초 러브호텔'로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했을 당시 "실제로 본 이은우는 밝은 것 같다"는 한 관객의 이야기를 듣고 새삼 괴리를 느꼈고, 보다 대중적인 작품으로 다가가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다. 지금은 지난 8월까지 병행했던 카페 아르바이트를 접고 액션 스쿨 수업에 매진 중이다. "보기 보다 운동 신경이 좋아서 본격적인 액션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제가 출연했던 영화가 다소 강하긴 해도 실제의 나를 다르게 봐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관객들은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래서 여러 캐릭터를 만나고 싶고, 저를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로 관객들에게 더 다가가고 싶어요. '다작 요정'으로 불리는 오달수 선배님처럼요. (웃음) 드라마는 물론, 시트콤도 하고 싶고요. 정말 연기가 너무 하고 싶어서이기도 하지만, 누군가를 울리기도 하지만 웃길 수도 있고 웃음을 줄 수 있다는 게 배우로서 정말 의미 있는 일이라는 걸 알았거든요. 앞으로도 벽이 느껴지지 않는 친근한 배우로 다가가고 싶어요."

aluem_cha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