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가수 장미, 열정의 꽃봉오리 피울 시간 (인터뷰)

(서울=뉴스1스타) 백초현 기자 = 트로트가수 장미는 “11년 차 가수다”라고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활동 기간은 길지만 그의 이름은 낯설다. 그의 얼굴 또한 익숙하지 않다. 그의 노래는 어떨까. 노래 역시 마찬가지다. 장미의 모든 것은 대중과 친밀하지 않다. 그 역시 “활동은 오래 해 왔지만, 아직 신인이라 많은 분들이 산뜻해 한다”고 털어놨다. 이번 활동은 그래서 장미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다.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것은 물론, 음악 인생 제 2막을 펼칠 수 있는 중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장미는 타이틀곡 ‘꿀이다’로 대중과 인사를 나눈다. ‘꿀이다’는 인생에 있어 한번뿐인 운명적인 사랑을 담은 언어로, 곡은 경쾌한 멜로디에 애교 넘치는 장미의 목소리가 더해져 듣는 재미를 배가 시킨다. 장미는 ‘가수는 노래 제목을 따라간다’라는 말의 힘을 강하게 믿고 있었다. 그는 노래 제목처럼 가수 장미의 인생도 ‘꿀이다’라고 외칠 수 있기는 날이 오기를 바라고 있었다.

트로트가수 장미가 뉴스1스타와 만난 자리에서 신곡 소개를 했다. ⓒ News1star/범엔터테인먼트

“친한 작곡가 분에게 부탁해서 받은 곡이에요. 무대에서 올랐을 때 한눈에 관객의 시선을 뺏을 수 있는 곡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죠. 귀여우면서도 짓궂고, 앙칼지면서도 호소력 있는 노래를 원했어요. ‘꿀이다’ 도입부는 세션맨이 직접 연주한 어쿠스틱 트롬본의 연주 조합 덕분에 독특한 느낌을 줘요. 노래를 들은 분들은 다 좋다고 하더라고요.”

장미는 ‘꿀이다’에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꿀이다’를 소개했다. 곧바로 쏟아져 나오는 말들은 ‘꿀이다’가 얼마나 매력적인 노래인지 가늠하게 했다. 장미는 한번 말을 내뱉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모든 것을 쏟아냈다. 그 안에는 장미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분명하게 담겨 있었다. 그의 수려한 말솜씨는 다년간 쌓아온 다양한 활동을 통해 얻은 결과물이 분명해 보였다.

“경력을 공짜로 얻은 것은 아니에요. 그동안 방송을 꾸준히 해왔어요. MC도 많이 봤고, 비디오자키 경력도 있어요. KBS에서는 리포터로 활동도 했어요. 원래는 발라드 가수가 꿈이었는데 매번 낙방하는 바람에 연기자로 먼저 데뷔를 하게 됐죠. 2003년에는 리트머스라는 그룹의 섹시 드러머로 무대에 오른 적도 있어요.”

장미의 경력은 말 그대로 화려했다. 그리고 그는 쉼 없이 달려왔다. 대중이 알아주지 않아도 그는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며 실력을 쌓았다. 그 길은 결코 쉬운 길이 아니었으며 어린 나이 시작한 연예계 생활은 생각처럼 녹록지 않았다.

“솔로 앨범을 준비하던 중 소속사 사장님의 건강 악화로 활동이 무산된 적이 있어요. 이후에는 댄스 그룹에 들어가서 활동했어요. 2007년에는 조영구씨와 새미 트로트 그룹 쓰리쓰리로 무대에 올랐어요. 그때 제 나이가 26세였는데, 이렇게 일찍 트로트를 해도 될까 걱정도 됐어요. 곡이 워낙 좋아서 함께 하기로 했죠.”

트로트가수 장미가 트로트를 부르기 시작한 계기를 설명했다. ⓒ News1star/범엔터테인먼트

장미는 일련의 시행착오를 거쳐 자연스럽게 트로트 가수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는 “트로트의 장점은 다양한 무대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미는 크고 작은 무대를 거치면서 더욱 단단해졌다. 그는 누구보다 무대의 소중함을 잘 알고 있었고, 무대에 오르기를 갈망했다. 서로 다른 성질의 슬픔과 환희가 비로소 장미를 꽃 피웠다.

“행사를 많이 했어요. 가을 행사는 보통 9월에서 늦으면 12월까지 진행돼요. 1월부터 3월까지는 그래서 일이 없어요. 집에서 멍하니 앉아 있을 때가 많은데 그때는 정말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커피숍에서 일을 했는데 그럴 때마다 꿈과 점점 멀어져 가는 게 느껴지니까 속상했어요. 4개월 정도 그렇게 아르바이트를 하고 1번 무대에 오르면 마이크를 손에서 놓지 못하겠더라고요.”

장미의 눈에는 눈물이 일렁였다. 힘들었던 순간은 장미에게 상처가 됐고, 아픈 상처를 오롯이 바라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힘든 시기를 거쳐 트로트가수가 됐지만 그곳엔 황금빛 내일이 기다리고 있진 않았다. 자연스럽게 슬럼프가 찾아왔고 경제적인 압박에 시달려야 했다. 그런데도 장미는 내일을 준비했다. 트로트의 매력이 장미를 움직이게 한 것이다.

“가끔 사람들이 ‘장미에게 노래란 무엇이냐’라고 물어요. 그때마다 저는 ‘숨통이다’라고 답해요. 노래는 제가 겨우 살아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유일한 존재거든요. 트로트를 하면서 노래의 재미도 배워가고 있어요. 트로트는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장르예요. 아이돌 음악은 10대들의 작은 추억이라면, 트로트는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추억인 것 같아요. 그래서 매력적이죠.”

트로트가수 장미가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 News1star/범엔터테인먼트

발라드 가수를 꿈꾸다 어쩌다 보니 트로트 가수가 됐다. 한 번도 트로트가수를 꿈꿔 본 적 없지만 지금 장미는 ‘트로트가수 장미’로 명함을 내밀고 있다. 그렇다고 그의 마음가짐 역시 ‘어쩌다 보니..’일 거라는 편견은 버리는 게 좋다. 장미는 “새미 트로트로 시작했지만 언젠가는 이미자, 김연자 같은 후배 가수들의 존경을 받는 가수가 되고 싶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미자 선배님을 정말 좋아해요. 감성을 흔드는 음색이 마음에 들어요. 노래를 듣고 나면 가슴 속에서 뜨거운 게 올라와요. 저도 후배들에게 이런 음악적 영감을 줄 수 있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 그래서 이미자 선배님의 노래를 따라 부르면서 많이 연습했어요. 제 노래를 듣고 사람들이 감동하는 모습을 보면 행복해요. 언젠가 열심히 하면 저도 존경받는 가수가 되겠죠?”

장미의 노력은 이미 업계에서 정평이 나 있었다. 그의 실력은 끊이지 않는 행사가 증명했고, 선배 가수들의 칭찬 또한 이를 확인시켰다. 그만큼 이번 활동에 거는 기대 역시 컸다. 기대가 허황된 꿈이 아니길, 그의 노력의 땀방울이 ‘장미’라는 이름과 ‘꿀이다’라는 노래 제목처럼 꽃 피울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그동안 몇 장의 앨범을 냈어요. 앨범을 낼 때마다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아요. 그저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비우고 열심히 하려고요. 공백기가 길어지면서 많은 가수들이 데뷔를 하는데 그때마다 그 속에서 내가 노래를 할 수 있을까 싶어서 겁도 났어요. 이번 활동으로는 신인가수 티를 벗고 싶어요. 가창력 있는 무대로 ‘장미는 노래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한 친구구나’, ‘왜 인정을 받는지 알겠다’라는 생각이 들게 할 거에요. 다양한 무대에서 많은 사랑 받는 가수로 거듭나고 싶어요.”

poolchoy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