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일주, 데뷔 8년차 배우의 행복론(인터뷰)
- 장아름 기자
(서울=뉴스1스타) 장아름 기자 = 배우 지일주는 최근 종영한 MBC 주말드라마 '여자를 울려'(극본 하청옥 / 연출 김근홍)를 통해 자신이 인복이 참 많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8년 전 데뷔 이후 가장 높았던 시청률의 작품이 자신에게 남긴 것은 역시 사람이라며, 시장에 가면 아주머니들이 자신을 알아보고 반겨주는 것 보다 약 5개월간 선배, 후배 배우들과 현장에서 함께 호흡하며 연기할 수 있던 시간이 값지다고 말하는 그였다.
그가 맡은 '여자를 울려'의 황경태 캐릭터도 오디션 끝에 따낸 소중한 배역이었다. 오디션으로 시작된 제작진과의 인연부터 김근홍 감독에게 감동을 받았던 소소한 에피소드까지, 시종일관 유쾌한 모습으로 당시를 돌이켰다. 자신 스스로도 이런 밝은 모습 때문인지 황경태 캐릭터가 제 몸에 꼭 맞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그런 캐릭터를 만날 수 있던 기회가 감사했다는 말에서 비로소 연기에서 행복을 찾는 배우의 모습이 보였다.
"황경태는 처음과 끝이 같은 친구였어요. 마지막회에서 형이 피자집을 오픈했을 때 '나도 피자 배달이나 할까'라는 대사가 있었는데 이걸 나름 성숙해진 느낌으로 대사를 표현해보려 했어요. 그런데 김해숙 선생님께서는 안 어울린다고 감정을 잡지 말라고 하시더라고요. (웃음) 그래서 경태는 그냥 처음과 끝을 동일하게 유쾌하게 가는 게 자연스러운 느낌을 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여자친구에게 재벌가 손자와 사귀라 부추기고, 자신을 여자친구의 친오빠라 속이고 재벌가 손자와 가까워지는 남자친구. 대개의 시청자들은 그런 황경태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지일주는 황경태는 시청자를 이해시켜야 하는 친구가 아니라고 했다. "치기 어린 마음에 철 없이 한 행동"이라면서 "경태는 누구나 하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그냥 행동으로 옮기는 친구"라고 설명했다.
"사실 황경태는 특수한 캐릭터라 시청자들을 설득시키려고 하진 않았어요. 감독님이 하신 말씀이 '너무 논리적으로 파고들지 마라'는 것이었거든요. 어린 마음에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거르지 않고 말로 다 내뱉는 친구예요. 생각 없이 벌인 일이 생각보다 더 크게 문제가 돼버린 그런 경우죠. 그렇기 때문에 경태를 연기하면서 많은 생각이 필요치 않았어요."
황경태는 볼수록 궁금한 캐릭터였다. 심성 고운 어머니와 가슴 따뜻한 큰 형, 똑똑한 둘째 형, 그리고 사랑스러운 여동생 사이에서 어떻게 그러한 성향을 갖게 됐는지 시청자들은 궁금해 했고 향후 강현서(천둥 분)와 박효정(이다인 분)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을 세밀하고 보고 싶어했지만 끝끝내 그 깊이를 헤아려볼 기회는 없었다. 이에 대해 지일주는 아쉽지만 후회는 없다고 했다.
"아쉬운 건 분명 있죠. 경태가 효정이와 현서 사이에서의 삼각관계를 더 잘 보여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그래도 드라마가 결과적으로 잘 마무리 돼서 후회는 없어요. 천둥이하고도 브로맨스 같은 게 초반에 있었어서 그걸 팬 분들도 많이 좋아해주셨는데 그게 기억에 남아요. 또 워낙 천둥이가 착하고 형을 잘 챙겨주는 친구라 현장 자체가 너무 즐거웠거든요."
황경태라는 인물이 지닌 특수성을 생각해본다면 지일주 만큼 이 캐릭터를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는 배우가 있을까 싶다. 그가 출연했던 전작 '골든타임'과 '삼생이', '호텔킹' 등을 보면 주어진 캐릭터를 마치 실제 모습처럼 매끄럽게 소화하는 배우라는 생각이 든다. 감정의 과잉이 느껴지지 않으면서 애써 절제하지 않는 연기들이 매번 인상적이었다.
"저는 사실 해당 인물을 연기하기 이전에 치밀하게 분석하는 편은 아니에요. 힘을 많이 빼고 싶거든요. 단지 그 인물의 과거나 그 인물이 연상시키는 특정 단어를 두고 연기하는 건 있어요. 단어를 캐치해서 연기하되 멋 부리지 않으려고요. 때론 감정이 극대화되는 신을 연기하고 싶을 때도 있지만 우선 제 몸에 맞는 캐릭터, 주어진 캐릭터에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지일주는 '여자를 울려' 촬영장에서 어린 신인 배우들과 선배 배우들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하곤 했다. 실제로도 밝고 유쾌한 성격이기에 감독과 선배 배우들을 어려워하는 후배들을 다독이기도 하고 분위기를 띄우는 분위기 메이커 역할도 톡톡히 해냈다. 8년 전 연예계 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더욱 매사에 밝고 긍정적인 모습을 갖추게 됐다고 한다.
"성격이 워낙 긍정적이에요. 본래 욕심이 많은 편이지만 지금은 많이 달라졌어요. 힘들 때도 있지만 그 상황에서 좋은 걸 생각하려 하고, 내가 약간 손해를 보더라도 조금 손해보면 어떠냐는 식으로 생각을 하려 하요. 물론 욕심이 사람을 발전시키기는 하지만요. 워낙 긍정적이다 보니까 이선균 선배가 '넌 너무 지나치게 긍정적이야'라고도 하시더라고요. 칭찬은 아닌 것 같지만. 하하."
지일주는 '여자를 울려' 촬영 도중 선배 배우 최종환으로부터 "배우를 왜 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어떻게 대답을 했느냐는 질문에 연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이야기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수학 선생님이 꿈이었던 시절 우연히 연극반 동아리에 들어가게 되면서 연기의 매력을 알게 됐다고 했다. 이후 연극 동아리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연기를 직업으로까지 삼게 됐다고.
"연기라는 걸 직업으로 삼을 수 있다는 그 자체로 너무 행운인 것 같아요. 그래서 너무 감사한 게 있어요. '미생' 만화에서 '애는 쓰는데 자연스럽고 열정적인데 무리가 없다'는 대사가 있어요. 연기도 세상 일도 모두 그런 것 같아요. 열정도 중요하지만 지나치게 욕심을 내서 힘들게 연기하면 보시는 분도 부담스럽죠. 전 그렇게 편안하게 다가가는 연기자가 되고 싶어요."
"전 뭐든 라이트(Light)한 게 좋아요. 욕심부리지 않아야 하죠." 지일주는 매 답변마다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신만의 연기 방식에 삶의 방식을 매우 밀접하게 접목시켜가는 배우일 것이라 짐작케 했다. '여자를 울려' 이후로 웹드라마 '사랑하면 죽는 여자 봉순이'에서도 빛날 지일주의 지극히 자연스러운 열정이 발휘되길 기대해본다.
aluem_cha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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