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열, 여느 젊은 예술가의 진심(인터뷰①)

(서울=뉴스1스포츠) 장아름 기자 = 배우 김무열(34)은 냉면처럼 가늘고 길게 가는 연기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의외의 말에 듣고 있던 모두가 크게 한바탕 웃었지만 이내 그 말에 나름의 깊은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배우로서 언제, 어떤 작품으로 족적을 남길 수 있을지 모르는 일인 만큼 끊임 없이 꾸준한 도전으로 자신을 검증해 보이겠다는 이야기였다.

그는 확실히 자신만의 주관이 뚜렷한 배우였다. 영화 '연평해전'(감독 김학순)에서 맡은 원칙주의자이지만 자신의 대원들 만큼은 누구보다 사랑하는, 가슴만은 따뜻한 고(故) 윤영하 대위와 접점이 있다고 했다. 배우로서도 윤영하 대위처럼 어느 것과도 타협하지 않고 앞으로 가야 할 방향을 정확히 보고 나가고 싶다는 것이 그의 고민이었다.

배우 김무열이 최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뉴스1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영화 '연평해전' 개봉을 앞둔 소감에 대해 밝혔다. ⓒ News1 스포츠 / 권현진 기자

김무열은 진지하게 젊은 예술가로서의 책임 의식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했다. 자신을 예술가에 빗댄 진중한 표현 만큼이나 그 무게감을 절실히 실감하는 듯 했다. 대중이 원하는 모습에 머물러 있기 보다 지속적인 도전을 통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생각했단다. 전역 이후 드라마와 영화, 뮤지컬에 출연하고 연극 출연 계획도 세우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에게 '연평해전'은 그 책임 의식을 다한 작품이었다. 2002년 월드컵 함성으로 가득찼던 그날 연평에서 북한에 의해 목숨을 잃었던 6명의 청년들에 대한 경의의 표이기도 했다. 전역하자마자 바다에 나가 그늘 하나 없는 배 위에서 뜨거운 태양을 견딜 수 있었던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셈이었다.

김무열은 '연평해전'의 가치는 기억을 공유하는 것에 있다고 강조했다. 배우로서 실화 소재 영화에 출연한 것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동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이들의 희생을 기억하자는 의미가 더 컸다. 개봉 전 이념 논쟁 조장 논란에도 의연할 수 있었던 것 역시 출연 자체에 의의를 뒀던 자신의 선택을 믿었기 때문이었다.

배우 김무열이 최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뉴스1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영화 '연평해전'에서 윤영하 대위 역을 연기했던 당시를 떠올렸다. ⓒ News1 스포츠 / 권현진 기자

Q. '연평해전'은 '은교' 이후 3년 만의 상업 영화 복귀작이다. 어떤 마음으로 선택하게 됐나.

A. 처음 '연평해전'을 선택했을 때 복귀작이다, 차기작이다, 라는 등의 생각을 배제하려 마음을 먹었다. 영화가 주는 메시지를 보고 의미 있는 영화에 참여하게 된 데 의의를 뒀다.

Q. 영화의 메시지라면, 어떤 것에 끌린 것인가.

A. 동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이 분들의 희생이 남다르지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을까 싶었다. 대원들이 월드컵을 보면서 좋아하는 장면이 그렇게 와닿을 수가 없었다. 나 역시 2002년 월드컵 당시 응원의 중심에 있었는데 대원들이 나와 동 시대에 살았던 사람이라는 점이 가장 가슴 아팠다. 그런 생각 때문에 관객들 누구라도 이 영화를 보면 그런 마음이 들것 같더라.

Q. 영화 개봉 전에 이념 논쟁을 우려하는 시각이 존재했다. 배우로서 어떻게 생각하나.

A. 어떠한 관점을 갖고 이 영화를 보게 된다면 다소 편향적인 시각이 있는 영화라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나의 친한 친구, 나의 가족이 이런 일을 당했다는 걸 떠올려 보면 이들의 희생을 그린 영화가 어떤 의도를 가졌다고 볼 수 있는 걸까. 희생을 기억하자는 게 먼저인 것 같다.

Q. 실존 인물을 연기하는 데 따른 부담감도 상당했을 것 같다.

A. 촬영 전에 유가족 분들과 함께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다른 영화 같은 경우는 배역 연기를 위해 이것 저것 적극적으로 인터뷰를 하지만 유가족 분들에게는 여쭤볼 수가 없더라. 먼저 얘기를 해주시긴 하셨는데 죄송함과 미안한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 그리고 '감히'라는 생각이 들다보니까 쉽진 않았다. 조심스러운 마음이었던 것 같다. 괜히 내 주관이 대입돼서 캐릭터가 감상적으로 되진 않을까 싶었다.

배우 김무열이 최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뉴스1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전역 이후 성격 뿐만 아니라 연기에 대한 생각도 많이 바뀌었다고 고백했다. ⓒ News1 스포츠 / 권현진 기자

Q. 실화가 가진 힘은 상당한데 배우에겐 엄청난 부담감이었겠다.

A. 영화 말미에 당시 생존 대원들의 인터뷰가 나오지 않나. 나를 비롯한 배우들이 해상 전투를 힘들게 찍는 것보다 그분들이 전해주시는 이야기가 더 크게 와닿는다. 그럼에도 배우로서 '연평해전'이라는 영화를 해야 했던 이유는 관객들에게 이러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교두보적인 역할을 해야겠다는 마음 때문이었다.

Q. 그 부담감을 털어낼 수 있었던 계기가 있었을 것 같다.

A. 이완이 연기한 이희완 중위는 윤영하 대위가 전사할 때 모습이 큰 산과 같았다고 했다. 그 이야기가 기억에 많이 남더라. 극 중에선 감정 표현을 하지 않는 캐릭터라 연기하기 힘들었지만 촬영 내내 윤영하 대위만을 생각하며 연기하려 노력하다 보니 영화의 본질을 되짚게 됐다.

Q. 배의 리더 윤영하 대위 역을 연기했다. 가장 주안점을 두고 연기했던 부분은 뭐였을까.

A. 웃음을 많이 배제하려 했다. 처음부터 웃지 않는다. 나 역시 이 부분이 힘들었다. 연기하면서 제약을 둔다는 점이 표현하는 사람에겐 힘들 수 있다는 걸 알았다. 분명 힘든 장면이었지만, 그런 모습들을 극 전반부에 쌓아뒀다가 후반부에서 한 번 웃을 때 감동을 주는 점이 있는 것 같다.

Q. 좀처럼 웃지 않으면서도 원칙주의자였던 캐릭터였다. 윤영하 대위의 원칙주의적인 면이 김무열에게도 있나.

A. 있는 것 같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타협하고 싶지 않다는 그런 패기랄까. (웃음) 어느 누구나 자신만의 원칙이 있지 않나. 난 배우로서 어디에 국한되거나 멈춰있고 싶지 않다. 장르와 매체 가리지 않고 도전하고 싶기 때문이다. 젊은 배우, 젊은 예술가로서부터 도전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책임 의식이 있다. 대중이 원하는 이미지가 분명히 있지만 그것만 쫓아가려 하진 않을 거다. 조금 더 내가 가야할 방향을 정확히 보고 나아가고 싶다.

Q. 어떤 계기로 그런 생각을 갖게 됐나.

A. 군대를 다녀왔던 지난 2년 간의 시간이 사람을 변하게 하더라. 나 역시 그렇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왔는데 충분히 사람을 변하게 만들더라. 성격도 바뀌고 일하는 방식도 달라졌다. 결과적으로 2년 동안 쉬었던 시간들이 도움이 됐다. 그동안 쉬지 않고 계속 배우의 삶을 살아오면서 고민이 많았다. 연기라는 게 누군가의 삶을 흉내내는 건데 내 삶부터가 없으니까 고민이 굉장히 많았던 거다.

배우 김무열이 최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뉴스1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느냐는 질문에 "냉면처럼 가늘고 길게 가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 News1 스포츠 / 권현진 기자

Q. 성격이 바뀌었다면 어떻게 바뀐 것인가.

A. 군대 가기 전에는 구석에 처박혀 있었다. (웃음) 촬영장에서도 모니터 근처에 의자가 놓여있지 않나. 난 거기 앉지 않았다. (웃음) 구석에 앉아서 담배를 피우거나 휴대 전화를 보곤 했지. 주위에선 군대 다녀와서 발랄해졌다고 하더라. 내가 누군가를 웃기려고 노력하고 개인기를 준비한 적이 처음이다. '연평해전' 촬영도 너무 힘드니까 내가 있을 때만이라도 스태프들이 웃었으면 좋겠더라. 그래서 개그 본능과 의욕이 충만했었다. 하하.

Q. 개인기라면 어떤 것인가. (웃음)

A. 개인기는 많다. 하하. 배우들은 연극이나 뮤지컬 연습을 하지 않나. 12시간 동안 연습하다 보니 밑바닥까지 다 드러난다. 중국어 개인기도 있다. (웃음)

Q. 전역하고 뮤지컬을 시작으로 바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금 드라마 '아름다운 나의 신부'를 찍고 있는데 이후에 연극을 할 생각이라고 했다고 들었다.

A. 전역하고 영화, 드라마, 뮤지컬하고 연극까지 네 개를 다 하고 싶었다. (웃음) 연극은 뮤지컬처럼 목관리 안 해도 되고, 드라마·영화처럼 몸관리 안 해도 되고, 얼굴 부을까봐 걱정 안 해도 된다. (웃음) 무엇보다 좋은 건 연기를 조금 더 디테일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이다. 연극을 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들과 같이 호흡한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딱 그때 그 순간의 감정을 비밀처럼 서로 공유한다는 게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Q.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가. 구체적인 그림을 그려볼 시기이기도 한데.

A. 냉면처럼 얇고 길게 가는 배우가 되고 싶다. 하하. 생계 때문이 아니다. (웃음) 어떤 작품이든 주저하지 않고 다 접하고 싶다는 뜻이다. 언제, 어떤 작품으로 배우로서 가죽을 남기는 시점이 될지 모르는 거니까. 화가는 죽고 인정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배우도 사실 그렇지 않나. 어떤 작품을 만나서 내 가죽을 남길 수 있는 건지 모르는 것이기 때문에 처음 일을 시작하게 된 마음을 잃지 않고 계속 도전하고 싶다. 그러다 보면 대중들의 기억에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캐릭터도 만나지 않을까.

Q. 그런 의미에서 '연평해전'은 김무열에게 어떤 작품이 될 것 같나.

A. 처음이자 마지막 군인 역할일 것 같은데. 하하. '연평해전'은 나만의 필모그래피로서의 가치보다는 잊혀져 가는 이야기를 많은 분들과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가치가 더 큰 것 같다. 배우 김무열이 아니라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의미 자체를 기억해주셨으면 좋겠다.

aluem_cha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