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Bro), 세상 모든 음악을 즐기는 그런 남자(인터뷰)
- 장아름 인턴기자
(서울=뉴스1스포츠) 장아름 인턴기자 = 조금만 비틀어 생각해보면, '그런 남자'는 대한민국에 잠재돼 있던 금기 담론을 솔직하게 끄집어낸 노래였다. 대중은 일관적인 패턴으로 생산되는 노래에 다소 생소한 음악을 낯설어했다. 어느새 국내 대중음악계는 다양성 상실이라는 거대한 문제에 직면하게 되는 결과를 맞이하게 됐다. 고로 '그런 남자'는 비난의 눈초리를 받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시기에 탄생했던 작품인 셈이었다.
"저는 어떤 음악을 해도 이상하지 않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 브로라는 가수는 어떤 장르의 노래를 해도 어울렸으면 좋겠어요. 어느 날 갑자기 브로가 헤비메탈을 하더라도, 힙합을 하더라도 어떤 장르의 노래를 불러도 전부 어울리는 뮤지션이 되는 것이 저의 꿈이에요. 저 같은 가수도 하나쯤 있어도 되지 않을까요?"
브로라는 신인이 현 가요계에 던진 출사표는 남달랐다. 음악의 다양성을 넓혀보겠다는 포부였다. 발라드 가수니까 반드시 아름다운 사랑과 가슴 아픈 이별을 노래해야한다던가 하는 일관된 틀에서 벗어나보겠다는 얘기였다. 이번 신곡 '고백했는데'도 브로의 그런 포부의 연장선에 있었다.
"한국 음악계에는 고백의 한없이 아름답고 슬픈 면을 노래하는 음악에 잘 어울리시는 분들이 이미 많이 계시고, 각 장르에 맞는 거장들도 계세요. 그분들이 계시긴 하지만, 전 아직 롤모델을 삼진 못했어요. 롤모델을 정해놓고 따라가는 것이 아닌, 새로운 길을 개척해 가야하는 상황이에요. 재밌지만 한편으로는 아무도 가지 않았던 길이라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는 게 힘든 것 같아요. 내일 당장 망할 지도 모르니까 모험하는 기분으로 최대한 즐겁게 즐기면서 음악하자는 마음으로 하고 있어요."
브로는 자신이 음악을 즐기고 있는 만큼, 대중이 자신의 음악을 즐겨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막장 드라마가 나쁘긴 하지만 아무 생각 없이 즐길 수 있지 않느냐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래서 그의 예명도 형, 동생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 브라더(Brother)의 브로라고 한다. 이름에서부터 동네 형, 동네 동생처럼 쉽게 찾아 들을 수 있는 음악을 만들어내겠다는 포부가 있었다. 하지만 브로가 지향하는 쉽고 대중적인 음악을 만드는 과정은 그리 간단하지 않았다.
"음악 작업을 할 때 세 가지 원칙이 있어요. 재밌게 만들자, 누구나 공감할 수 있게 만들자 그리고 퀄리티에 있어서 타협하지 말자는 것이에요. 지금까진 가사가 재밌는 게 감상 포인트가 되긴 했어도 음악적인 부분에서 질타를 받았던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음악을 하는 건지 노는 건지 모르겠다'는 식의 댓글은 아직 보진 못했어요. '고백했는데' 작사 작업도 3개월이 걸렸어요. 누가 들어도 공감이 가고 거북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다보니 오래 걸린 것 같습니다."
'고백했는데'는 가사부터 확실히 독특했다. 브로는 '고백했는데' 가사에 발라드를 얹은 시도를 재밌게 봐주시는 것 같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주목할 만 한 변화는 곡의 타깃층이 바뀌었다는 것이었다. '그런 남자'가 주로 남성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던 반면, 이번 신곡은 여성들과도 공감대를 형성했다. 문득 궁금해졌다. 브로는 '남성의 한'을 노래하는 가수가 아니었나.
"'남성들의 한을 대변하는 가수'라는 콘셉트는 언론에서 만들어주신 것 같아요. '그런 남자' 때는 호불호가 심하게 갈렸어요. 그건 당연한 거라고 생각해요. 열 사람 모두에게 공감을 다 이끌어낼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다만 '고백했는데'에서는 극단적인 것을 풀어보자는 생각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에요. 고백이라는 것 자체가 남녀 모두에게 아름다우면서도 상당한 공포감을 줄 수 있는 것이니까요."
발라드라는 장르에서 고백이라는 것은 흔히 슬픈 것 혹은 아름다운 것으로 미화돼 있다. 그것을 살짝 비틀어 웃픈(웃기고 슬픈) 위트로 승화시킨 것이 기발한 발상이었다. '그런 남자'에서도 그랬듯 '고백했는데'라는 곡 역시 인터넷에서 영감을 얻은 곡이었다. 대체 어떤 스크린 샷이 브로에게 영감을 줬느냐고 묻자 태블릿 PC에 준비해둔 이미지를 꺼내 보여줬다. 브로가 공개한 이미지에는 '고백했는데' 가사가 그대로 담긴 메신저 대화 창 스크린 캡처샷이 담겨 있었다.
"모 커뮤니티 야구 갤러리에서 본 이미지였어요. 당사자에겐 슬픈 경험인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아픔을 웃음의 소재로 썼더라구요. 스크린 캡처 샷을 커뮤니티에 올려놓으면 다른 사람들에게 재미를 주잖아요. 인터넷이라는 공간은 아무래도 현실에서보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공간이에요. 필터링 되지 않는 날 것의 비밀을 쉽고 자유롭게 털어놓을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게임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주로 페이스북이나 각 커뮤니티 사이트를 이용하면서 아이디어를 발견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음악이라는 예술에서는 소재의 성역이 없다. 때문에 창작자의 기획 의도와 대중의 취향이 충돌할 여지는 항상 열려 있다. 그런 시선으로 보면 브로의 일베 사이트 이용도 무한한 아이디어 뱅크 활용의 일환으로 볼 수 있었다. 그런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가능한 건, 브로가 도덕적 문제를 야기할 만 한 극단적인 정치적 갈등이나 사회적 문제에 가담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브로는 그 문제에 대해서도 본인 스스로가 솔직했다. 숨기는 게 싫었다는 그의 말이 그의 음악스타일과도 몹시 닮아 있어 신뢰를 줬다.
"'그런 남자' 때도 네이버, 다음에 있는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에 티저를 보내고 홍보했어요. 가사가 남성들 입장에서 쓰여졌다보니 가장 강력하게 반응이 온 곳이 일베였어요. 중요한 건 여성 비판 시각이 일베에서만 나온 얘기는 아니었다는 점이에요. 저희 입장에서는 무명의 신인이 작은 이슈라도 감사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도의적으로 맞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만약 그 이슈가 시발점이 되지 않았다면 지금의 '고백했는데'가 이 자리에 있지 않았을거예요. 기사가 양산돼준 덕분이에요."
브로가 자신의 음악을 듣는 모든 이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표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그는 축가, 지역축제, 라이브카페 무대에 서면서 7년간의 무명시절을 거쳤다. 가수 일을 하면서 틈틈이 아르바이트도 겸했다. 그는 그만큼 성실한 청년이면서 음악에 대한 열정도 남다른 뮤지션이었다. 어렵게 얻은 관심에 자신의 음악을 들어주는 그 누구에게든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음악을 통해 굳이 사회적 이슈를 건드리고자 하진 않아요. 단지 재밌게 음악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엔 변함은 없어요. 즐겁게 작업하고 있는 만큼 제 음악을 즐겨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할 따름이죠. 선배 분들이 팬 분들에게 노래 들어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하는 말들이 정말 진정성 있는 말이었다는 것을 새삼 실감하게 돼요. 길 가다 제 노래를 흥얼거리시는 분들 보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어요."
브로는 자신 스스로 개(犬)과의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사람들과 가까이 지내는 것을 좋아한다며 3~4세 터울의 누나들과도 크게 싸워본 적도 없고, 부모님과도 여전히 연락을 자주하는 행복한 가정에서 자랐다는 말도 덧붙였다. 방송 출연을 대비해 93kg의 몸무게에서 30kg을 감량하는 노력을 기울이며 외모에 신경쓰는, 여느 20대 청년의 모습과도 전혀 다르지 않았다.
단지 세상 모든 음악을 즐겁게 즐기는, 좀 더 다양한 음악을 시도해보려는 한 청년일 뿐이었다. 그리고 브로는 인터뷰 내내 누누히 강조했다. 다양한 음악을 선보이겠다는 도전에는 언제나 수많은 변수가 뒤따른다고. 내일 당장 망할지도 모른다는 변수가 도사리고 있지만 새롭고 재밌는 시도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브로라는 당찬 루키가 넓혀갈 음악의 다양성은 과연 어디까지일까. 음원이 공개된 지 불과 6일 밖에 되지 않았지만, 브로의 다음 행보가 더욱 기다려진다.
aluem_cha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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