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초점]② '82년생 김지영', 소설과 뭐가 달랐나
- 정유진 기자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영화 '82년생 김지영'(감독 김도영)을 향한 대중의 관심이 뜨겁다. 2016년에 나온 동명 원작 소설은 여러 통계와 자료들을 근거로 제시하며 대한민국 여성들의 삶을 82년생 김지영 한 사람의 삶 속에 녹여낸 작품이다. 특별한 사건은 없지만, 주부 김지영이 겪는 갑작스러운 '빙의 현상'을 중심으로 우리 사회 여성들이 여자로서 겪는 소소한 에피소드들을 훑어내려가며 공감대를 자극한다.
기본적으로 영화 '82년생 김지영'은 원작을 충실하게 반영한 작품이다. 소설에 등장하는 주요한 에피소드와 대사들을 영화의 형식에 맞게 압축적으로 보여주고자 하는 노력했다. 하지만 김도영 감독은 원작을 반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캐릭터와 그들이 맺는 관계들에 변화를 줬고, 소설과는 조금 다른 결말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영화 '82년생 김지영'은 소설과 다른 의미를 획득하는 데 성공했다.
◇ 남성과의 관계…육아휴직 쓰는 남편과 공감하는 남동생
'82년생 김지영'에서 김지영(정유미 분)은 주변의 남성들과 다양한 관계를 맺는다. 아버지와 남동생, 남편, 직장의 동료들, 길을 가다가 마주치는 다양한 종류의 남성들까지. 김지영을 향한 이들의 말과 행동을 통해 여성을 향한 사회적 편견이나 차별을 생각해볼 수 있다. 아기를 데리고 간 카페에서 커피를 사마시는 김지영을 보고 '맘충'이라고 비아냥거리는 남성이나 밤길 남학생으로부터 위협을 당한 여학생 김지영에게 "치마가 짧다"며 도리어 딸을 탓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소설과 영화에서 동일하게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다.
하지만 영화는 소설에서 더 나아가 사회적인 시스템 속에서 한계를 보이기는 해도 적극적으로 주인공 김지영과 공감하고 소통하려는 긍정적인 남성상들을 보여준다. 공유가 연기한 지영의 남편 대현의 캐릭터가 대표적이다. 대현은 아내 지영이 받고 있는 고통을 이해하려 애쓰는 인물로, 말미에는 아내와 육아를 함께 책임지기 위해 육아휴직을 하려고도 한다. 지영의 남동생 지석(김성철 분)도 마찬가지다. 소설 속에서 지석은 그저 가부장제도의 틀 속에서 할머니의 편애를 비롯한 혜택을 누리는 남동생으로 나왔지만, 영화 속에서는 누나들과의 관계를 통해 그들을 이해하고 공감해가며 변하는 캐릭터로 그려졌다.
이 같은 묘사는 단순히 남성을 가부장제도의 가해자 혹은 공범자로만 그리는 것이 아니라 함께 변화를 이끌어갈 주체이자 동반자로 그려나가는 데서 의미가 있었다. 그 뿐 아니라 영화는 소설보다 더욱 희망적인 결말을 그리는데, 이는 대현의 캐릭터가 아니었다면 자연스럽지 못한 마무리었을 수 있다.
◇ 여성과의 관계…다른 세대 여성들과 적극 연대
영화 '82년생 김지영'의 차별점은 김지영 외 또 다른 여성들을 그리는 태도에서도 드러난다. 영화는 소설에서보다 김지영과 다른 여성들의 관계를 더욱 밀도 있게 그려낸다. 특히 어머니(김미경 분)와 김팀장(박성연 분)의 관계가 그러하다. 소설 속에서 김팀장은 남성들이 다수인 일터에서 능력을 발휘하는 '알파걸' 선배로 나오지만, 김지영과 특별한 관계를 맺는 것으로 나오지는 않는다. 어머니 역시 가부장제도의 피해자인 전세대의 여성으로 나오지만, 김지영에게 힘이 돼주는 존재로 등장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이들과 김지영의 관계를 조금 더 밀접하게 묘사하면서 신·구 세대 여성의 연대를 그려냈다. 그로 인해 영화에서는 다소 비관적으로 느껴졌던 소설의 결말과 다른 희망적인 결말이 그려진다. 김지영 보다 한 세대 위인 김팀장은 김지영에게 공감하고 그를 끌어주며, 그로 인해 용기와 희망이 돼주는 인물이다.
김지영의 엄마 미숙도 마찬가지다. 어린 시절 5남매 중 가장 성적이 좋았지만, 남자 형제들의 학비를 대기 위해 청계천에서 옷을 만들어야 했던 미숙은 나이가 들어서도 딸 김지영을 돕기 위해 기꺼이 자신의 가게를 정리하고 아이를 돌보겠다고 나선다. 하지만 외할머니로 빙의한 김지영은 미숙에게 "그러지 말라"며 어머니의 희생을 거부한다. 이후 미숙은 김지영을 위해 자신의 삶을 지키면서 딸에게 누구보다 든든한 후원자가 돼 준다.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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