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③] 남상미 "롯데리아걸, 내 생애 가장 빛났던 시기"

JR 이엔티 ⓒ News1
JR 이엔티 ⓒ News1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배우 남상미는 데뷔 전 고등학교 시절부터 한양대 앞 롯데리아걸로 주목받았다. 이후 그는 배우 박한별, 구혜선 등과 함께 3대 얼짱으로 불렸고 연예계에 자연스럽게 발을 들였다. 데뷔작은 지난 2003년 방송된 MBC 드라마 '러브레터'. 이후 남상미는 영화 '그녀를 모르면 간첩'부터 '그녀를 믿지 마세요', '령', '잠복근무', '불신지옥', '복숭아 나무', '슬로우 비디오' 등에 출연했고 드라마 '달콤한 스파이', '불량가족', '개와 늑대의 시간', '빛과 그림자', '결혼의 여신', '조선총잡이' 등의 대표작을 선보였다.

남상미는 최근 서울 강남구 서초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김과장' 종영 인터뷰에서 데뷔 이후 15년 동안 슬럼프를 겪은 적이 한 차례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29세 때 고갈이라는 걸 느꼈다.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고민이 많았다"며 "계속 비슷한 역할들을 제안받았는데 여자 배우들은 다른 캐릭터를 보여주고 싶어도 한계가 있는 것 같더라. 매번 새 작품을 할 때마다 생각할 것 투성이었다. 29세 되서는 아무리 노력을 한다고 해도 더 보여줄 게 있을까 싶었다"고 고백했다.

또 남상미는 "아홉수를 그렇게 겪다 보니 잠시 내려놔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까지 들었다. 매니저 언니와도 이것 때문에 고민을 같이 했다. '빛과 그림자'가 끝나고 고민하다가 2개월 쉬었을 쯤, 언니가 갑자기 단막극을 해보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다. 그 역할이 차가운 역할이었다. 기존 드라마에서는 해보지 않은 차가운 인상의 여자라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고민을 하는 것 보다는 해보자고 용기를 냈고 현장으로 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남상미는 "그때 딱 깨닫게 됐다. '역시 현장이 좋다'는 것이었다. 무작정 고민만 하고 다크하게 있을 필요가 없더라. 현장에서 연기하는 게 이렇게 좋은 건데 고민만 했구나 싶었다. 연기적인 고민이 연기로 풀리더라. 그 고민이 나만의 고민이라 생각하지 말고 다양한 연출자와 동료들을 만나면서 서로 고민을 함께 풀어가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걸 깨달았던 시간이었다"고 돌이켰다.

남상미가 처음부터 연기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는 "원래부터 연기에는 관심이 없었다. 롯데리아걸로 이슈가 되고 나서 소속사에 들어갔는데 그 소속사가 배우파 선배님들이 많았던 곳이었다. 자연스럽게 연기자로서의 길을 접하게 되고 오디션을 봤다"며 "본래 나는 자기 표현에 인색한 스타일이었는데 영화 '아라한 장풍대작전' 오디션에서 감정신을 연기한 적이 있었다. 내가 과연 이 장면을 해낼 수 있을까 싶었는데 그 상황에 몰입하게 되니까 눈물과 울분이 나오더라. 연기로 감정이 해소되는 그 순간을 잊을 수 없었고 정말 신기하고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연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롯데리아걸로 주목받았던 그 시절은 남상미에게도 특별한 시간으로 남았다. 그는 "내가 가장 건강하게 열심히 살았던 순간이었다"며 "고등학교 2학년 말이었고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할 때였다. 용돈 충당을 스스로 해야했던 상황이었지만 하나도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앗다. 씩씩하고 건강하게 혼자 잘 헤쳐나갔던 것 같다. 나는 지금까지도 그 순간의 그 마인드를 잊고 싶지 않다. 내가 가장 빛났던 시기였다. 그래서 (한양대) 오라버니들도 좋아해주신 것 같다"고 웃었다.

남상미는 "지금도 그 마인드를 잊지 않고 살려고 한다. 열심히 살려고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리고는 "내가 가진 긍정적인 에너지를 나눠드리고 싶다. 나 혼자만 행복하고 즐겁기 보다는 더불어 지내고 싶다. 이번 '김과장' 현장에서도 내가 가면 분위기가 밝아지더라. 이렇게도 힘이 될 수 있구나 싶었다. 내가 여유를 가지니까 스태프들도 여유를 갖게 되는 것 같다"며 "연기로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는 연기자였으면 좋겠다. '저 사람 만나면 고즈넉하게 대화나 나눠보고 싶다'는 느낌이 드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aluemch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