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주'로 살기 힘드네…하정우, 짠내나는 대환장 납치극 [N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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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배우 하정우가 19년 만의 안방극장 복귀작인 tvN 토일드라마 '대한민국에서 건물주 되는 법'(이하 '건물주')에서 '건물주'라는 번듯한 수식어와 거리가 먼 남자로 돌아왔다. 제목만 보면 건물주로서의 성공기를 그릴 것 같지만, 실상은 빚 상환에 허덕이는 생계형 가장의 현실과 어설픈 납치극이 뒤엉킨 코미디로 색다른 재미를 안기고 있다. '건물주'라는 허울을 걷어낸 하정우의 짠 내 나는 연기가 드라마의 몰입과 긴장을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 14일 처음 방송된 '건물주'는 빚에 허덕이는 생계형 건물주 기수종(하정우 분)이 가족과 건물을 지키기 위해 가짜 납치극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일을 그리는 서스펜스 드라마다. 1~2회에서는 기수종이 건물을 빼앗길 위기에 몰린 데 이어 친구 민활성(김준한 분)이 계획한 어설픈 납치극에 가담하면서 걷잡을 수 없이 상황이 꼬이는 모습이 펼쳐졌다. 1회는 닐슨코리아 기준 전국 유료가구 기준 4.1%, 2회는 4.5%를 기록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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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의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제목과 현실의 간극이다. 기수종은 분명 건물주이지만, 그의 삶은 흔히 떠올리는 여유롭고 안정적인 자산가의 이미지와 거리가 멀다. '영끌'로 3층짜리 세윤빌딩을 매입했지만, 매달 대출 상환 압박에 시달리고, 이자를 감당하기 위해 아르바이트까지 뛰는 처지다. 세입자 오동기(현봉식 분)가 운영하는 카페의 막힌 변기까지 직접 뚫어야 하는 괴로움도 그의 몫이다. 급기야 딸의 유학 자금까지 손을 대면서 가족에게도 신뢰를 잃었음에도 재개발만 기다리며 하루하루 겨우 버티고 있는 현실이다.

여기에 정체불명의 금융회사 리얼캐피탈이 등장하고, 대출금을 상환하지 않으면 건물을 넘겨야 한다는 통보까지 받으면서 그의 삶은 더욱 위기에 빠졌다. 게다가 자신을 돕던 처남 형사 김균(김남길 분)마저 의문의 교통사고로 사망했고, 친구 민활성이 벌인 가짜 납치극까지 휘말리게 됐다. 기수종은 사채를 쓴 민활성이 아내 전이경(정수정 분)을 납치해 장모 전양자(김금순 분)로부터 돈을 뜯어내려는 계획에 황당해했지만, 결국 제안에 흔들렸고 가담하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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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납치극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전양자가 사위의 만류에도 경찰에 신고하면서 일이 커졌고, 기수종은 돈을 전달받으러 나갔다가 진짜 납치범으로 쫓기는 처지가 됐다. 민활성이 이를 막으려 애썼지만, 기수종의 휴대 전화 액정이 깨져 있어 연락이 원활하지 못한 상황이 됐고, 현장에서는 서로 신호를 제대로 읽지 못한 상황이 벌어지는 등 '대환장' 전개가 이어졌다. 경찰이 개입된 사실을 전혀 알아채지 못한 기수종이 자꾸만 더 최악의 선택지를 밟으면서 연쇄적인 사고가 벌어지는 상황이 어떻게 이어질지도 궁금증을 더했다.

블랙코미디와 서스펜스를 오가는 장르는 하정우의 장점이 잘 드러나는 영역이기도 하다. 하정우는 그간 궁지에 몰려 상황을 수습할 수록 짙어지는 인물의 비애와 초라함, 인간적인 허점 등을 특유의 유머 감각에 탁월하게 섞어내는 연기에 강점을 보여왔다. 이번에는 벼랑 끝에 선 현실적인 가장이 범죄 소동 한가운데 놓이면서 벌어지는 고군분투에 자신만의 연기 결을 입히면서 더욱 공감을 자아냈다. 시청자들 사이 민활성 역 김준한과도 "덤앤더머 케미"라고 불리며 웃음을 견인했다.

실제 하정우 역시 제작발표회에서 생계형 건물주 설정에 깊이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과거 여러 빌딩을 매입해 화제가 됐던 그는 건물주라고 해서 경제적으로 늘 여유로운 핑크빛 인생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이야기하며 기수종 캐릭터에 이입한 이유를 설명했다. 배우의 실제 경험과 부동산에 대한 인식이 캐릭터 해석에도 반영된 접점은 기수종을 더욱 현실감 있게 다가오게 하는 배경이 되기도 했다.

'건물주'는 드라마는 2회 방송만으로도 '건물주'라는 단어에 깃든 선망을 벗겨내고 블랙코미디로 현실을 제대로 비틀었다. 부동산 풍자극에 범죄 스릴러, 블랙코미디까지 이 작품만의 색다른 결을 만들어내며 흥미를 더하고 있다. 선택할수록 더 꼬여만 가는 기수종의 현실은 이 드라마의 핵심으로, 필사적으로 건물만큼은 사수 중인 그가 어디까지 무너질지가 초반 관전 포인트이기도 하다. 어쩌다 범죄자로 몰리게 된 기수종이 어떻게 위기를 벗어나게 될지 더욱 흥미진진해질 전개가 주목된다.

aluemchang@news1.kr